모든 문제를 해결할 AI는 존재할까
“인공일반지능(AGI)은 우리에게 급진적인 풍요를 가져다줄 것이고, 우리를 덜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바꿀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각)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구글에서 AGI 개발을 주도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AGI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가 앞으로 5~10년 내로 다가왔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10대에 체스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뇌 과학에 관심을 가진 그는, 2009년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1년 뒤, 딥마인드 테크놀로지스를 공동 창립 후 신경과학과 AI를 결합하는 AGI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2014년 구글은 딥마인드를 인수했고, 2016년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겨뤄 이기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기보 없이 바둑의 규칙만을 학습한 ‘알파고 제로’를 개발해 기존 알파고보다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이룬 가장 큰 혁신은 아미노산 서열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모델인 ‘알파폴드’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현재 AGI 분야가 매우 치열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고, 엄청난 압박감 속에 있다”고 말했다.
AGI는 기업마다 정의하는 개념이 다르다. 아직 발전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AGI는 ‘인간과 유사한 학습, 이해 및 추론 능력을 갖춘 AI’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즉, 스스로 학습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인적 지능을 갖춘 AI다.
AI 기업을 이끄는 CEO들은 AGI 발전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여러 예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스노우플레이크서밋2025’ 개막 연설 무대에서 “AGI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용어의 정의보다 발전의 속도를 중시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AGI 같은 첨단 AI의 등장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AI 발전에 낙관적인 의견을 꾸준히 밝혀왔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역시 “2026년에 노벨상 수상자보다 더 똑똑한 AI가 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안에 훨씬 빠른 과학적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를 비롯한 저자들은 ‘초지능 전략(Superintelligence Strategy)’라는 논문에서 “강력한 무기인 AGI와 그 통제권을 얻기 위한 전략은 적대적인 대응책을 촉발하고,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글로벌 패권을 얻기 위한 AI 개발 경쟁이 국제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봤다.
AI에 회의적인 입장도 존재한다. 토마스 울프 허깅페이스 최고과학책임자는 “AI는 그저 정답을 내놓는 완벽한 기계에 불과하다”며, 창의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게시했다. 토마스 울프는 현재 AI 발전 방식은 성능 평가 위주라, 아인슈타인 같은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AI가 나오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미국 인공지능학회(AAAI)는 지난 3월 ‘AI 연구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현재 개발 방법으로는 AGI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담겼다. 많은 사람들이 AI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있고, 이러한 인식이 AI 연구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이 인식하는 AI와 현실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AI를 중립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의 한 연구소는 홈페이지에 칼럼을 게재하고, “AI를 신격화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중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AI는 그저 평범한 기술일 뿐, 모든 걸 할 수 있거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위험할 수 있다며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이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샘 올트먼처럼 AGI와 같은 AI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강력한 기술인만큼 인류 발전에만 쓰여야 하고, 안전한 보호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20년 안에 AI를 이용해 다른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딥마인드를 설립했다. 그리고 15년째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목표에 거의 근접했다. 그는 “앞으로 5년에서 10년 내로 자신들이 AGI로 정의하는 것을 구현할 확률이 50% 정도”라고 답했다. 그가 정의하는 AGI는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모든 인지 능력을 발휘하는 AI 시스템’이다.
그는 AI 시스템이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나 새로운 에너지원 발견같이 인류를 위한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AI 시스템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악의적인 사람들이 AGI를 해로운 목적으로 쓰는 것을 막아야 하고, AI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AI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지금 미국 행정부는 중국과 AI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AI 규제보다는 완화하는 기조로 바꾸고 있다. 이에 대한 그의 입장은 “규제는 민첩해야 한다. 또, 국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더 큰 문제”라며 AI 규제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 AI 시스템에는 실존하는 위험이 없으며, 아직은 이론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AI 시스템을 사용하고 구축하는 기본 원칙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문제들이 다 해결된다면, 20년 후 미래는 어떨까? 데미스 하사비스는 AGI로 인해 “일종의 황금기를 맞이해, 여러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의 예측으로는 2030년부터 이러한 시대가 오며, 훨씬 건강하고 긴 수명을 누리고, 별들을 여행하고 은하계를 식민지화하는 등 인류가 번영한다는 것. 그는 AGI가 인간의 행동 자체와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가 핵융합 기반 청정 에너지를 개발한다면?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류는 제로섬 게임(zero-sum, 승자와 패자가 존재해 이득과 손실의 합이 ‘0’이 되는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류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경쟁적인 사고방식에서 모두가 풍요로운 논제로섬 게임(non zero-sum)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AI를 만드는 이유로 “AI처럼 혁신적인 기술은 다른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꼽았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기술인 알파폴드가 의학과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준 것처럼 말이다.
그는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바꾸거나 없애고 있다는 의견에는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활용하면 더 나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생산성을 높여주고 초인처럼 만들어 주는 도구들이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AGI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로 인해 “새로운 경제 이론이 필요하다”며, 경제학자들이 연구할 필요성도 주장했다. 철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이 참여해 분야별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류는 같은 종이나 하나의 사회로서 협력에 서투르다. 사람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급진적인 AI가 많아지면, 세상은 마치 제로섬 게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AI가 바꿀 사회적 변화를 기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