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스타트업은 지금 ②] 사피온 품은 리벨리온, 사업 본궤도에 한 발짝

AI 반도체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반도체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국내에서도 독자 기술과 전략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각자의 색깔로 시장을 개척 중인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연재기사 ① “내 길 가겠다”는 퓨리오사AI, 독자생존 방법론

지난해 리벨리온은 적어도 국내에선 가장 관심 받은 AI 반도체 회사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했는데, 사실상 리벨리온의 주도 아래 사피온의 자산이 흡수됐다. 리벨리온의 원래 2대 주주가 KT라는 걸 감안하면, 국내 양대 통신사를 든든한 우군으로 확보한 셈이다. 스타트업이 반도체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 리벨리온은 마치 “이만한 덩치를 갖췄으니 못할게 뭐가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피온과 합병 이후 기업 방향

두 회사의 합병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건 사세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매출이 부쩍 늘었다. 합병 전인 2023년, 리벨리온의 매출은 27억원 수준이었으나 사피온과 합병 이후인 2024년엔 매출이 156억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리벨리온 정도 크기의 회사에 매출 156억원은 아직 적은 수준이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사업성을 타진해야 한다. 합병 후 리벨리온은 조직의 크기를 더 키웠는데, 본격적으로 다른 기업과의 업무협약(MOU)이나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기 위한 신설 부서를 만들면서 인력을 충원했다.

새로 뽑은 인원들의 상당 수가 영업과 사업에 집중된 것은, 리벨리온이 매출과 사업성과를 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당분간은 새로운 제품군에 도전하기보다는 리벨리온이 취급해왔던 제품군만 유지하면서 이들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리벨리온은 기술개발과 실증을 넘어, 실질적인 매출과 사업성과를 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드물게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하며 빠르게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각 버티컬별 전략적 접근을 통해 NPU 생태계 확장과 매출 다각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의 주요 제품은?

그렇다면, 리벨리온은 현재 어떤 제품군들을 갖고 있을까? 현재 리벨리온은 지난해 양산·출시한 AI 칩 ‘아톰’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T의 AI 모델에 아톰 칩을 사용했으며, 해외 AI 기업이나 데이터센터에서도 테스트 목적으로 구매했다.

올 하반기에는 ‘리벨’이라는 후속 칩의 검증을 비롯한 초기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톰과 같이 학습보다 추론에 특화한 칩이다. HBM3E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유용한 제품이다. 회사는 양산용 리벨 칩을 내년쯤 출시할 계획이다.

아톰과 리벨은 엔비디아의 칩을 만드는 TSMC보다 생산 단가가 저렴한 삼성 파운드리에서 제조한다. 가격 경쟁력을 고려한 결정이다. 아톰은 5nm(나노미터), 리벨은 4nm 공정 기반이다.

리벨리온은 향후 개발할 제품에 작은 칩을 여러 개 연결하는 칩렛(Chiplet) 구조를 도입할 방침이다. 성능을 향상시키겠다고 칩 크기만 무한정 키웠다가는 수율이 감소하고 발열이 심해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조만간 아톰 칩을 고도화한 신제품 ‘아톰 맥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톰 대비 성능을 4배 이상 끌어올려 규모가 더 큰 AI 모델도 구동할 수 있다.

타 기업과의 협력 현황은?

리벨리온은 솔트룩스, 코난테크놀로지 등 국내의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기업과 AI 서비스 시장 공략을 위해 협력 중이다. 이외에 AI에 관심을 기울이는 여러 기업과 PoC를 진행하는 한편 관세청, 한국도로공사 등의 공공기관과 함께 AI 기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리벨리온은 자사 제품이 들어간 서버 랙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공기업 ‘아람코’의 데이터센터에 공급해 PoC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엔지니어가 아람코에 방문해 세미나를 열고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리벨리온 측 관계자는 “결과에 따라 본격적으로 사업화 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듯”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장도 차근차근 공략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데이터센터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만 막상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만드는 일본 기업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회사는 올해 3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4월에는 일본 이동통신사 NTT 도코모의 연구개발(R&D) 담당 자회사 도코모 이노베이션스와 MOU를 체결해 아톰 칩 공급을 위한 PoC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버·반도체 납품 유통사와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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