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는 라마를 계속 오픈소스로 놔둘까?

최근 메타의 인공지능(AI) 투자 행보가 매섭다. 스케일AI에 143억달러를 투자하고 창업자를 핵심 임원에 영입하고, 오픈AI의 핵심인력을 빼가는가 하면, 퍼플렉시티와 인수합병 논의까지 벌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AI 인재를 영입하려 1억달러를 제안하고 있다. 메타의 생성형 AI 기술을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을 위해서다.

그런 가운데 메타가 파운데이션모델인 ‘라마’의 투자를 줄이거나 폐기하는 것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메타가 라마를 개방형에서 폐쇄형 모델로 전환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메타의 라마는 2023년 첫 출현과 함께 오픈AI와 구글 중심의 폐쇄형 모델 시장에 균열을 냈다. 메타는 라마를 자유롭게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고, 원하는 환경에 설치해 미세조정할 수 있게 했다.

2022년말 챗GPT의 등장은 AI 시장을 규모의 경쟁으로 몰아갔다.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은 오픈AI와 구글이 인재를 휩쓸어가고, 대규모 GPU 인프라를 구축해 거대하고 강력한 AI 모델을 구축한 반면, 학계와 소기업은 원하는 만큼 인프라와 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는 한계에 좌절감을 느꼈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며 등장한 메타의 라마는 학계와 중소기업의 갈증을 풀어주는 존재였다.

작년 하반기 라마3까지 메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좋았다. 제미나이나 GPT-4o 수준을 앞지르진 못해도 거의 버금가는 성능을 내는 LLM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으니, 라마를 가져다 조직 내부용도로 사용하려는 기업이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들어 메타 라마를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용 AI 모델들이 텍스트에서 멀티모달로 나아가는 것을 넘어서, 사고의 사슬(COT) 기법을 활용한 사고-추론 모델로 진화했다. 반면, 라마는 사고-추론 모델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 4월 마크 저커버그의 야심찬 자랑과 함께 공개된 라마4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능, 벤치마크 조작 논란 등으로 환영받지 못했다.

4월 30일 처음으로 열린 ‘라마콘’ AI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메타는 오픈소스 모델의 사회적 효과와 경쟁력을 줄기차게 강조했다. 기조연설은 새로운 기능 소개에 앞서 상당 시간을 오픈소스 모델로서 라마의 성과를 자랑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 외에 자체 인프라에서 제공하는 라마 API를 선보였다. 세레브라스, 그록 등의 AI 하드웨어 기업이 자체 칩 기반의 라마 API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메타는 라마콘에 즈음해 호스팅 파트너의 라마 사업 수익 배분을 논의한다거나, 수익 창출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마크 저커버그는 라마4의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나자 분기탱천한 듯 무섭게 질주했다. 2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는 라마4의 경쟁력 하락을 인지하고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커버그는 크리스 콕스 제품책임자, 앤드류 보스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AI 전략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메타의 AI 총책임자였던 조엘 피노 담당 부사장이 퇴사했다. 라마 개발과 오픈소스 공개를 주도했던 아마드 알 달레는 연구소 권력을 상실했다고 한다. 저커버그는 새로운 AI 연구소를 이끌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스케일AI 지분 인수는 사실상 알렉산드르 왕이란 거물을 영입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최근엔 메타는 오픈AI의 45명에 접촉해 이직을 권했다. 오픈AI에서 4명의 핵심 연구원이 최근 메타 이직을 논의중이란 보도가 나왔다. 퍼플렉시티와 인수합병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수석 과학자 출신인 일리야 수츠케버와 그의 회사도 인수할 의향을 전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메타의 AI 부서 임원진들이 라마의 투자 철회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라마를 개발하는 대신 오픈AI와 앤트로픽의 AI 모델을 수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에 메타 대변인은 즉각 라마 폐기를 부인했다.

메타가 라마를 폐쇄형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추측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올해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에서 공개한 파운데이션모델과 추론 모델은 라마를 기반으로 구축됐으면서 오픈AI의 최신 모델에 픽적하는 성능을 보였다. 개발 자원은 메타에서 투입한 것보다 훨씬 적었지만, 딥시크는 참신한 데이터 엔지니어링 기법과 C언어 기반의  라이브러리 튜닝 등으로 월등한 성과를 냈다. 메타는 라마를 제공해 딥시크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스스로 모델의 업그레이드엔 실패했다. 설익은 라마4의 서두른 공개는 딥시크 쇼크의 부작용이었다.

메타가 라마 개발에 들이는 자본은 어마어마하다. 올해만 AI 인프라 확대에 최대 65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연초에 선언했다. 연간 순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최근 마크 저커버그의 일련의 광기어린 투자행보를 감안할 때 라마 투자의 효율을 언젠가는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픈AI나 구글보다 먼저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초지능을 개발해서 무엇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딱히 없다. 광고와 최적화에 활용한다는 것 외에 초지능으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사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지 불명확하다. 마치 꿈을 향해 밑빠진 독에 물 붓기 하듯 돈을 쏟아 붓고만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언제까지 앞뒤 안가리고 수백억달러를 AI 모델 개발에 투자할 지 알 수 없다.

라마의 라이선스는 물론, 전세계의 모든 오픈소스 라이선스는 저작권 보유 주체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폐쇄형, 상용 라이선스로 바꿀 수 있다.

메타가 라마를 포기하거나 상용 모델로 바꾼다면, 생성형 AI 산업의 지형은 순식간에 몇몇 대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 라마란 오픈소스 모델에 기대서 저렴한 생성형 AI 환경 구축을 기대했던 모든 기업과 조직의 투자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메타가 라마를 오픈소스 모델이라고 마케팅하지만, ‘오픈소스 AI’의 정의를 수립한 오픈소스이니셔티브는 메타의 라마를 오픈소스 AI라 인정하지 않는다. 라마 라이선스에서 사용자를 차별하고, 활용 분야를 제한하며, 모델을 목적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조항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픈소스이니셔티브는 메타를 향해 ‘오픈 워싱’을 중단하라고 비난한다.

다운로드 가능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는 라마가 당장 라마5부터 상용 모델로 나온다면, 라마3든 4든 모델 내부를 뜯어고칠 수 없는 기업과 조직은 낙후된 모델에 의지하거나 값비싼 상용 모델을 써야 할 것이다. 오픈소스 AI 모델에 기대고 있는 그 많은 생태계는 언제까지 마크 저커버그의 자선행위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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