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바] 흑자전환한 마이리얼트립의 ‘자유여행 원톱’ 전략
주스바는?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을, 바이라인이 만났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아니고요, 탄탄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이미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은 곳들입니다. 이들의 과거 얘기 말고, 현재와 미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근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무엇인지, 미래에도 존속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대비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마이리얼트립 편>에서 살펴볼 세 가지 아젠다
_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묻고,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가 답하다(각 아젠다를 누르면 키워드가 나옵니다)
마리트의 현재
= 자유여행을 타깃으로 창업한 여행 플랫폼. 주로 국외로 떠나는 여행자가 쓴다. 액티비티/투어 상품을 킬러로, 항공권과 숙박을 모두 포괄해 판매한다.
= 2025년 상반기 매출 570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41%, 당기순이익은 22.6억원 개선)
= 2025년 1분기 기준, 출국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쓰는 앱 (전체 출국자 수에서, 마리트 구매자 수를 나누어 도출한 숫자로, 18% 추산)
아젠다 1) 지난 1년, 무엇이 마이리얼트립(이하 마리트)을 키웠나
마리트는 지난해 괄목할 성장을 했다. 첫 연간 흑자를 냈고, 올 상반기에는 5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1%나 덩치를 키웠다. 성장의 기저에는 어떤 동력이 있었을까? 이동건 대표의 생각을 따라가 본다.
이 대표가 느끼기에, 마리트가 우리나라 여행 산업에서 어느 정도 위치라고 생각하나? 이제는 충분히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나?
출국자가 무슨 앱을 썼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전체 출국자 수를 마리트에서 상품을 구매한 사람 수로 나눠보면 18%가 나온다. 한국 회사 중 가장 높다. 그러니까, 다섯 명 중 한 명은 마리트에서 상품을 사서 출국한 거다. 그런데 사실, 타사를 제치고 1등을 하게 된 건 1년도 안 된 일이다.
지난 1년 사이에 무슨 일을 한 건가
우리도 변했지만, 일단 여행자가 많이 변했다.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했을 때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비중이 6대 4였다. 지금은? 자유여행의 비중이 80% 정도로, 완전히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왔다. 자유 여행이 커지면 우리 사업도 커지리라는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자유여행 상품을 마리트만 파는 것도 아니지 않나?
사람들이 막상 자유여행을 가려면 허들이 있다. 모든 준비를 ‘따로’ 해야 한다는 거다. 항공권, 숙소, 투어/액티비티는 여행의 3대 요소고, 모두 하나의 여행을 이루는 컴포넌트인데 이걸 모두 다른 사이트에 가서 찾아야 하는 건 불편하다.
따라서, 마리트라는 한 사이트에서 모든 상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싸게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세 영역에서 모두 경쟁력을 1등으로 갖추는 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다. 상품 보유량을 따지면 온라인 기준으로 항공권(패키지 제외)과 투어/액티비티 영역에서 마리트가 1위다. 마리트에 찾는 상품이 다 있고, 제일 싸야 소비자들에 신뢰가 생긴다.
어떻게 싼 상품을 확보하나? 굳이 마리트에 제일 싸게 상품을 줄 이유가 있나? 예컨대, 아직 1등이 아닌 숙박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쿠팡의 사례를 보자. 한 번에 재고 사입을 크게 하니까 좋은 원가로 확보하지 않나. 그런데, 쿠팡이 재고 사입을 크게 할 수 있는 기반에는 엄청난 수의 유저가 있다. 재고 사입을 많이 해도 다 팔 자신이 쿠팡에 있다. 우리도 그와 같다. 호텔이 우리에게 좋은 원가를 줄 이유가 뭘까? 마리트가 항공권 1등을 하고 있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해외 여행자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들을 숙소로 보내게 되면, 원가를 좋게 줄 요인이 되는 거다.
기존 여행사에 비교하자면, 마리트는 업력이 짧지 않나. 항공권 일등은 어떻게 한 건가?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모든 비행기 노선이 다 있어야 하고, 싸야 한다”다. 그런데 알고리즘으로 최저가를 따라가다 보면 손실이 난다. 우리는 손실이 나도 투자하는 걸 선택했다. 항공권을 많이 갖고 있으면 이 항공권을 산 사람들에게 숙소나 투어/액티비티를 구매 추천하는 방식으로 교차 판매해 수익을 보전하는 전략을 짰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처음엔 수익 보전도 안 됐다. 원체 앞단(항공권)의 손실이 커서 뒷단으로 메꿔지지 않아 진짜 손실이 났다. 그런데 이걸 4~5년 하다 보니까 볼륨이 늘었고, 항공사들에 마리트가 협상력이 생겼다. 항공사로부터 원가를 더 좋게 받기 시작하니까 숙소나 투어/액티비티의 교차 판매 없이도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숙소, 투어/액티비티 판매가 추가 수익이 되어버린다. 굉장히 재무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거다.
다른 회사들, 예컨대 기존의 패키지 강자들도 이런 전략을 쓰면 되지 않았나?
그런 회사들의 경우 항공권을 단품으로 파는 메, 그들의 주력 상품인 ‘패키지 상품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추가수익을 낼 수 없으니 ‘항공권 1등’이라는 전략을 쓰기 어렵다.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안 생기는 거라,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자유여행이 늘고 패키지가 줄어든 것은 무엇의 영향을 받았나
우선, 코로나 기간, 사람들이 여행을 오랫동안 못 가지 않았나. 코로나 이전에는 짧게 가는 여행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길게 가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을 자주 가는 게 당연하지 않다, 못 가게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거 같다.
“한 번 갈 때 잘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었고, 경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예전에는 “어딜 갔다 왔다”는 그 자체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내가 거기서 무슨 경험을 했느냐”가 중요해졌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여행에서 경험한 것을 뽐내는 문화도 생겼다.
“두세 번째 가는 일본 여행은 패키지로 가지 않는다”
여행을 자주 가게 되고, 경험을 중요시하면서 한 곳을 여러 번 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한 번 가본 곳은 굳이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는다. 모바일이 보편화되고 나서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쉬워지지 않았나. 종이지도를 보고, 알음알음 정보를 찾아야 하는 불편이 기술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해결됐다.
심지어, 요즘 60대는 대학 때 배낭여행을 해본 세대다. 이들은 20~30대에 비해서 시간적, 금전적 여유도 있다. 자유여행을 경험해 본 이들이 나이를 먹었다고 “지금부터 나는 패키지 여행을 가겠다”고 변하진 않을 것 같다. 4050세대 이상 중장년 층은 마리트가 타깃하는 다음 세대다.
중장년층이라 정의되는 것에 매우 민감한 세대다(웃음). 이들을 타깃해서 무엇을 하나
이 지점에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게 있다. “마리트가 아직은 불편하다는 것”. 앱 자체가 불편하기보다는, 여행을 하나씩 준비하는 입장에선 선택지가 너무 많이 주어지는 게 오히려 피곤할 수 있다. ‘오사카 호텔’을 검색해 나오는 800개의 숙박 상품이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로 보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그냥 알아서 모범적인 곳 다섯 개만 골라주면 내가 커스터마이즈 할텐데”라는 생각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하는 것이, ‘마이팩’이다.
하나의 챗봇에서 모든 여행 계획을 짜고, 결제까지 하겠다는 그림을 대부분 서비스에서 말하고 있다. 일명 ‘AI 에이전트’인데, 마리트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나
‘마이팩’이 마리트가 만드는 (AI 에이전트의) 이니셔티브다. 마이팩의 핵심은 자유여행의 문턱을 낮추는 거다. 물론, 지금도 챗GPT에 “부모님을 모시고 스페인 여행을 가려고 한다. 예산은 1인당 500만원”이라고 주면, 기가 막히게 계획을 짜준다. 그런데, 나는 그건 반쪽짜리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그 계획대로 사람이 다시 예약하러 가야 하니까. 대한 항공 사이트로, 마이리얼트립이나 호텔스닷컴 같은 사이트로 가야 한다.
‘마이팩은’ 챗GPT처럼 계획을 알려주고, 결제 의향을 물은 후 동적으로 상품을 생성해 나가는 것까지 하려 한다. 왜나하면 우리는 모든 항공권과 숙소, 투어, 액티비티를 다 갖고 있는 한국 유일의 플랫폼이니까. 조합만 GPT와 같은 AI 모델이 짜주면 그에 매칭하는 상품을 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게 지난 20년 간 모든 여행사가 말하던 “패키지의 미래”다. 자유여행의 장점을 받아들여, 개인에 맞춰 짠 패키지. 자유여행의 컴포넌트를 번들링한 패키지 개념을 20년 넘게 모두 주창했지만, 그 어떤 회사도 못했다. 그런데 이제, 너무 쉽게 AI가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마이팩의 성과는 어떤가?
지금은 잠정 중단했다. 마이팩은 정말 어려운 도전이다. 마이팩을 잘하려면 여러 전제조건이 있는데, 첫 번째는 항공, 숙박, 투어/액티비티의 경쟁력이 다 좋아야 한다. 그래야 섞어도 경쟁력 있는 상품이 나온다. 이건 마리트가 이미 자신이 있다. 그런데, 테크니컬한 부분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 항공권의 유통 구조와 숙소의 유통, 투어/액티비티의 유통 구조가 싹 다르다.
예컨대, 만약 기저귀랑 텔레비전이랑 과자를 쿠팡에서 산다고 생각해 보자. 이 물건들은 이미 쿠팡이 사입해 놓았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한 번에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여행은 다르다. 대한항공의 항공권과 힐튼 오키나와의 숙소, 렌터카 회사들과 모두 제각각 통신해야 한다. 회계, 정산 방식도 모두 다르다.
항공권이 즉각 확정돼도 숙소나 렌터카가 하루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 뒤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공권 하나만 틀어져도 전체 예약을 취소해야 한다. 고객은 “그럼 항공권을 아시아나로 바꿔줘요”라고 쉽게 말하는 게 당연한데, 그 날짜에 항공권이 비어 있다는 보장이 없다. 정말로, 장난이 아니다. 뒷단의 어려움이 크니까 아직 글로벌 대형 플랫폼들도 이런 서비스를 못 하는 거다.
그럼 마이팩은 못 하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 7월 중순에 재개한다. 마이팩에 2년 넘게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조금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스타트업 정신으로 한 번 가보자 했는데, 상품이 잘 팔렸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여행자 경험이 안 좋아지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AI를 활용해서 뒷단 처리를 효율화하고, 자동화하고 있다. 회계와 정산 문제, 그리고 여러 운영단의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서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드리는 동시에 구성원들도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젠다2) AI라는 사회적 변화, 마리트는 어떻게 대응하나
마리트가 문을 연 때는 2012년이다. 그런데 정작, 여행자를 위한 마리트 앱이 나온 것은 2016년이다. 일찍 창업했음에도, 모바일 진입은 늦었다. 이동건 대표는 자신의 판단 실수가 회사의 성장을 늦췄다고 본다. 그는 “모바일 대응이 늦어 막대한 기회 비용을 치렀다”면서 “AI가 가져오는 변화는 가장 과감하게 상상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게 있다면 뭔가?
일단 AI 얘기를 하고 싶다. 모바일 시대에 창업했으나, 실수를 했다. 스마트폰이 갖는 파워를 간과했다. 2012년 창업했으나 첫 앱은 2016년 1월에 나왔다.
아니, 그 기간 대체 뭘 했나?
당시엔 많은 사람들이 전자상거래 사이트, 예를 들어 쿠팡에선 3만원짜리 물건을 사지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을 누가 여기서 사겠느냐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1000만원짜리 여행상품을 모바일에서 사진 않을 거라 생각해 PC 웹사이트에 엄청 투자했다. 결론적으로는 뒤늦게 모바일의 파워풀함을 깨닫고 앱을 만들었다. 막대한 기회 비용을 치른거다. 그냥 2012년부터 모바일 앱을 만들어 달렸다면 훨씬 회사가 빨리 갔을텐데, 그래서 항상 절치부심했다. 다음 웨이브가 온다면, 그건 놓치지 않겠다. 가장 과감하게 상상하겠다고 생각했는데 AI가 왔다.
AI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보나
굉장히 사회적인 변화라고 본다. 일터에서 핵심적인 것은, 모바일 시대에 만들어졌던 분업화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거다. 직무도 오히려 통합이 되고 있고. 그런데 사람들은 당장 현재의 구조에선 통합의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 내가 디자이너면, 어제도 디자인을 했고 오늘도 디자인을 하고 내일도 디자인을 할 거라고 생각해서다. 나를 보고 갑자기 마케팅으로 영역을 확장하라고 하면 “마케터가 있는데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 지금 회사 내부적으로 일부러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는 기존보다 사람을 적게 배정하고 있다.
그러면 직원들이 엄청나게 힘들어하지 않나?
힘들어하고, 처음엔 이해를 못 했다. “회사가 비용을 줄이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우리는 ‘인위적인 결핍’이라고 내부적으로 단어를 쓴다. 예를 들어서, 그 조직에 디자이너가 진짜로 없어야 내가 디자인을 할 동기가 생긴다. 마케터가 없어야 마케팅을 생각하고,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없는 게 안드로이드 개발로 영역을 확장할 이유가 된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들은 인위적 결핍이라는 구조를 차용해 진행하고 있다.
왜 새로운 프로젝트에 인위적 결핍을 시도하나?
기존의 제품을 그렇게 바꾸는 건 아직은 어렵고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제품은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니까 처음부터 이런 콘셉트가 가능한 편이다.
또 다른 변화는?
두 번째로, 전 직원의 AI 리터러시를 올리려고 한다. 처음에는 AI를 위한 전담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니 모든 일이 다 AI 전담 조직으로 몰려서 업무가 느려지더라. 그때 뭘 느꼈느냐면, 모두가 AI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게속해 교육을 했다.
최근에 재미있는 시도를 했는데 ‘마리트 크몽’이다. 크몽이 뭔지 아나? 프리랜서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항공 운영 기획팀에서 ‘사람이 반복적으로 하는 문제를 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개발까지는 어려울 때 2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올린다. 그러면 누군가 문제를 푼다.
문제를 푼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성과에 관해 즉각 피드백(보상)을 받으니 좋고, 의뢰한 팀과 회사는 문제를 풀게되어 모두가 즐거운 상황이 된다. 이미 여러 과제들이 풀렸고, 더욱 이러한 시도들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그러면 항공 운영 기획팀 직원들의 할 일이 줄어들지 않나
이게 매우 중요한 세번째 미션이다. (AI로 문제를 해결하면) 정말로 어떠한 일에 필요한 사람이 줄기 마련이다. 아무 맥락없이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게 되면, 당연히 많은 구성원들은 변화를 엄청나게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을 하는 거라고 볼 것 같은데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리더(특히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꿈을 훨씬 크게 꿔야 한다. 두 배 세 배 일거리가 많아져야 하고, 목표가 높아져야 한다. 당연히 생산성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일거리가 많아지면 사람을 피로하게 만드는 거다. 쥐어짜는 것 아닌가. 올라가는 생산성에 맞춰 더 높은 목표가 주어지고 역시 그 목표를 달성하면 성과에 대한 보상의 눈높이 역시 상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으면 구성원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만약에 어떤 팀에서 한 명만큼의 업무가 줄었다고 가정하면, 그 한 명이 내일부터 뭘 해야 하는지, 그에 대한 답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이런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안 본다. 기획 운영팀의 넥스트 비전이 있어야 한다. “이런 업무는 다 컴퓨터 주고, 우리는 이런 도전을 해보자”라고.
그런데 그런 비전을 기존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내놓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이 “경영진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나
그건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내년에 하려고 했던 걸 올해 끌고 오면 된다. 심플하다. 그러니까, 너무 신나는 상황인 거다(웃음). 우리도, 인바운드(외국인이 한국으로 오는 여행)를 내년에 하려고 했다. 지금 항공권의 글로벌 버전을 만들고 있다.
항공권으로 이용자를 먼저 모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기 때문에 글로벌 항공권 버전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거 사실은 올해 할 엄두도 못 냈던 거다. 당장 이 미션을 끌고 온다면 벅찰 수도 있지만, AI 가 올려나가는 생산성의 변화 속도를 고려해보며 경영자로서는 이런 고민을 전략적으로 잘 실행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럼 계속해서 내후년, 내후후년의 일까지 생각해 놓아야 하지 않나?
신나는 상황이긴 하다. 원래 대표들은 일 벌이기에 능하니까(웃음). 그렇게 많이 (변화를) 끌고 올 수 있고, 마리트도 인력을 줄일게 아니라 더욱 많은 분을 모시고 있다.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것도 많이 달라진다는 느낌이 온다
경영자들은 지금 생산성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실제로 생산성이 올라갔을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예측해야 한다. 실제로 잉여 인력이 나올 수 있다. 언론에서는 자극적으로 ‘구조조정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경영자도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을 내보내고 싶어 하진 않는다. AI로 구조조정이 오면, 사람들은 생산성이 올라갔다고 박수치는 게 아니라 다음은 내 차례라는 공포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과거 당신이 했던 일은 너무 가치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AI가 해주기로 했으니, 이제는 AI가 못할만한 일을 하자, 내 생각은 000인데, 이건 어때?”라고 할 수 있는 일을 선제시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
맞는 말이지만, 모든 경영자가 그런 준비를 하진 않는다. 경영자들이 어떤 공부를 하거나 준비를 해야 할까?
내가 만약 빠른 편이라면, 왜 빠를 수 있었을까? 모바일 시대에 대한 후회가 너무 크다. 제일 중요한 건 ‘강력한 상상력’인 것 같다. 내가 모바일 시대에 부족했던 상상력은 “모바일에서 누가 100만원짜리를 사겠어!”다. 엄청 빨리 갈 수 있던 회사를 느리게 가게 만들었다.
많은 경영자가 AI가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느냐에 꽂혀 있는데, 그건 아무 의미 없는 예측 같다. 왜냐하면 그건 현재를 보는 거기 때문이다. 2년 뒤에도 나는 경영자일 텐데, 지금의 발전 속도로 보면 거의 다 (AI로) 대체된다고 가정해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경영자라면, 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에 대해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팀장이라면 AI 모델들의 코딩 성능을 보고 당장 개선 할 수 있는 일을 결정하면 되겠지만, 경영자라면 개발자의 미래 자체, 마케터의 미래 자체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조직도 바꾸지만, 사람들의 일하는 시간과 소득 수준도 바꾼다. 소득이 줄거나 인구가 주는 문제는 마리트의 주업인 여행 산업에도 여행을 미칠 텐데
그래서 AI가 기술적 변화가 아닌 사회적 변화라고 지속해 말하는 거다. 일단, 주 4.5일을 정치인들이 말하는데, 3년 뒤에 상승할 일터 생산성을 생각하면 이건 포퓰리즘이 아니다. 내가 낙관하는 것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긴 여가 시간을 여행에 쓰겠지라고 생각하는 거다. 여행은 너무나 인간적인 경험이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AI가 아무리 재현력이 뛰어나도 우리가 로마에 가서 직접 건축을 보고 맛있는 걸 먹는 거까지 대체할 순 없다. 그건 정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AI로 인한 변화를) 낙관하면서, 슬기로운 한국인들이 잘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 챗GPT 유료 사용자 수가 세계 2위라고 하더라. 한국은 변화를 너무 빠르게 맞고 있으므로, 문제도 가장 먼저 터지고 답도 가장 먼저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젠다3) 마리트의 다음 스텝, 글로벌 확장
한국인이 해외 여행을 갈 때는 마리트의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언제든 변수는 있다. 코로나 기간, 마리트는 ‘랜선 여행’이라는 상품으로 인지도는 유지했으나, 생존을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할만큼 경영위기도 겪었다. 한 가지 사업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물론 훌륭하지만, 장기적 회사 비전을 생각하면 또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마리트에게 그것은 여행객 범위의 확장, 앱 사용 범위의 확장으로 요약된다.
코로나 기간, 마리트도 고생했다. 어떻게 살아남았나
온라인으로 여행지를 투어하는 ‘랜선투어’를 시도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다만, 재무적으로는 많이 안 좋았다. 그래서 펀드레이징에 나섰고, 다행히 기존 주주들이 미래를 믿고 투자해 줘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다음에 마리트가 집중했던 건 국내 사업으로의 전환이었다. 코로나 전엔 국내 사업 부문이 아예 없다시피 했었는데, 코로나를 통해 우리가 얻은 기회가 있다면 국내 사업까지 하게 된 거다. 지금은 전체 매출의 30%까지 국내 사업에서 나온다.
국내에선 이미 잘하고 있는 사업자가 많았는데
국내 여행의 핵심은 숙박이더라. 한국에서 가이드 투어를 하는 콘셉트는 좀 어렵고, 숙박은 이미 야놀자나 여기어때와 같은 초강자들이 있다. 코로나 때 그분들에게는 그들의 시대가 열린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서 머리를 쓰다가 그 생각을 했다. 어쨌든, 마리트가 잘하는 건 ‘항공권을 싸게 팔아 그걸 숙박, 투어/액티비티로 교차 판매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한 지역이 어딜까? 제주더라. 그런데, 제주도에 갈 때는 사람들이 야놀자를 많이 안 떠올리더라.
제주를 해외여행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단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우리는 국내 사업이라고 표현 안 하고 ‘제주도 사업’을 하자고 했다. 제주도 항공권을 글로벌 항공과 똑같은 전략을 써서 팔았다. 제주도 항공권을 최저가에 팔고, 경쟁력 있는 숙박 요금을 확보해 교차 판매했다. 제주도는 투어/액티비티가 있는 데다 렌터카가 잘 되는 특성이 있어 그런 부분을 열심히 했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국내 여행을 제외하고 마리트가 또 사업을 확장하려는 부분이 있나?
확장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거다. 방향성을 묻는다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가 예약 플랫폼이라는 부분이다. 그런데 예약 플랫폼은 사람들이 여행 전 단계에서만 쓴다는 한계가 있다. 거꾸로 말해, 예약이 끝나면 우리 플랫폼을 쓸 이유가 없다. 여행이라는 맥락 안에서 계속 우리 앱을 쓰게 만들 방법을 찾았다. 여행 단계에서 에어비앤비, 부킹닷컴은 안 쓰지만 우버나 구글맵은 쓰지 않나? 실제로 필요하니까. 그러면 택시처럼, 여행 단계에서 마리트가 제공할 수 있는 밸류가 뭘까 계속 생각했다.
그래서, ‘커뮤니티’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예컨대, 마리트 앱 안의 커뮤니티에 들어가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지도를 선택하면, 거기에 현재 근처에 있는 마리트 회원(인증한 사람들)이 보인다. 한국 말고, 도쿄로 가보자. 여기, 도쿄에서 지금 마리트 앱을 쓰고 있는 사람이 뜬다. 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교류할 수 있다. 현재 나랑 같이 도쿄에 있는 한국인은 동질감이 존재하지 않나.
이렇게 동행을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간단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거기 커피 맛집 있나요?” 이런 것처럼. 또, (포켓몬 게임처럼) 시바견을 잡는 그런 간단한 게임도 있다. 사람들이 지도에 자신이 먹은 음식점을 매핑하고, 거기에 평을 달기도 한다. 철저하게 한국인의 입맛이 반영된, 한국인의 뷰를 통과한 맛집이다(웃음).
이렇게 여행 중에 앱을 쓸 맥락을 만들고 있다. 이 안에서 미처 예약하지 않고 갔다가 발견한 재미있는 투어/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살 수도 있고. 여행용품 탭도 생겼다. 앱이 계속 진화하고 업데이트 되고 있는 거다. 마리트가 유저 베이스가 받쳐주기 때문에, 계속 여러 실험을 해보기에 좋은 환경이 된 것 같다. 해보고 반응이 오면 키우고, 반응이 안 오면 또 고쳐보고.
커뮤니티를 보니까, 인터넷 서점 알라딘을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내 서재’가 있기 때문인 것과 같아 보인다
그렇다. 최저가는 중요한 게 맞다. 그렇지만 최저가로만 끝나면 1만원이라도 싼 플랫폼이 나오면 사람들은 갈아탄다. 최저가는 계속 유지하겠지만, 그래도 마리트를 한 번이라도 더 켜서 보게 할 이유를 계속 만들고 싶은 거다.
앱을 계속 쓰게 하는 맥락에서, 7~8월에 선보일 온디맨드 서비스가 있다. 가이드를 우버처럼 부르는 서비스다. 미리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세 시간만 우리 부모님의 투어를 맡아줄 가이드를 현지에서 마치 우버 부르듯이 신청할 수 있게 하는 거다. 그래서, 여행 중에도 마리트를 쓰도록 말이다.
나머지 하나, 또 다른 확장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은 예약 플랫폼으로서 한국인만 상대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외국인으로도 가겠다. 외국에서 외국은 조금 더 나중이고, 지금 당장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려 한다. 예전에도 이런 시도를 했지만 여러 번 실패했다. 당시에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한국이 물가가 싸서”였다. 저렴해서 오는 이들에겐 중개 플랫폼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의 콘텐츠와 소프트파워가 세계적 위상을 갖게 됐다.
외국인 여행자에게 한국은 하나의 단어로 압축되더라. ‘한국은 미의 나라’다. 아름다움의 나라. 화장품도 그렇고 미용, 이런 것들이 되게 독특하다. 그래서 지난해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을 전략 투자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피부과 어디가 좋고, 어떤 부분이 서포트 되고, 리뷰는 어떻게 달렸고 등을 집중적으로 알려주는 일을 크리에이트립이 하고 있다.
글로벌 확산을 위해서, 파트너십도 확대하고 있나?
그렇다. 마리트가 글로벌 항공사와는 다 일을 하고 있는데, 글로벌 저비용항공사(LCC)는 많이 포함하지 못했다. 라이언에어나 이지젯을 포함, 총 32개의 LCC로 항공권 예약 서비스를 이번에 확대한다.
상장은 계획하고 있나?
계획은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과)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없다. 좋은 타이밍을 보고 있다.
앞으로의 마리트는 어떤 모습일까?
마리트는 한국이 근거지인 회사이지 않나. 한국이 근거지인 회사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서 한국인이 해외 나갈 때, 한국인이 국내 여행할 때,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올 때 정말 ‘슈퍼앱’으로서 완벽히 기능하게 하는 게 일단은 중기적 목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