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AI 활용, 콘텐츠 제작·데이터 분석 위주”
글로벌 헤드헌팅 및 리더십 컨설팅 자문회사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는 최근 IT, 제조업, 금융, 의료 및 제약,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C레벨 임원 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생성형 AI에 ‘매우’ 혹은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답했다고 26일 밝혔다.
응답자의 88%는 이미 자사에서 어떤 형태로든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이들 중 30%는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으며, 활용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한 명도 없어,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강한 수용 의지를 보여줬다.
생성형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콘텐츠 제작(80%)과 데이터 분석(64%)으로 나타났으며, 이외에도 고객 서비스 자동화(30%), 제품·서비스 추천(29%), 번역 및 요약 등 기타(9%)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었다.
생성형 AI가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84%가 ‘매우 긍정적’ 혹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사례는 없었다. 자사의 AI 활용 준비 상태에 대해서는 73%가 ‘매우 준비됨’ 또는 ‘어느 정도 준비됨’이라고 응답한 반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답변도 27%로 기업 간 준비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간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는 한편, 많은 기업들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활용을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생성형 AI 활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비용 효율성’과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강화’로, 각각 73%의 응답자가 선택했다. 이어 ‘고객 경험 개선’이 61%로 뒤를 이었으며, 응답자들은 복수 응답이 가능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성장과 효율성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동기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생성형 AI 활용도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더해킷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89%가 생성형 AI 프로젝트를 현재 추진 중이며, 이는 전년도 16% 대비 약 5배 증가한 수치다. 미국 기업은 주로 고객 경험 개선, 시장 확장, 제품 혁신을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주도하는 중앙집중형 전략(34%)과 다양한 사업 부문에 분산된 전략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AI 관련 투자는 2025년에도 14%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선도 기업의 경우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AI 프로젝트에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정부 주도 하에 생성형 AI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한국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약 13억3000만 달러로,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의 AI 활용률을 2024년 28%에서 2027년까지 50%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며, AI 스타트업 육성, 스마트팩토리 확산, 데이터 인프라 구축 및 글로벌 협력 강화 등을 통해 AI 활용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AI 활용이 국내 GDP를 최대 12.6%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특히 고령화 및 노동력 감소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생성형 AI를 꼽았다. 실제로 국내 노동자의 51%가 AI 활용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3~5년 내 조직내에서 윤리적 방식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응답자는 전체의 61%로 나타났다. 반면 ‘확신할 수 없다’는 응답도 16%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 생성형 AI의 윤리적 활용을 위한 내부 지침이나 원칙을 수립한 기업은 전체의 3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63%는 아직 관련 규정을 정립하지 않았다고 응답해, 기술 활용 속도에 비해 윤리적 기준과 제도 구축은 다소 뒤처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들이 향후 AI 활용과 함께 윤리체계 마련에도 보다 집중해야 함을 시사하며, 이를 통해 AI의 혜택을 보다 책임감 있고 지속 가능하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기업의 전략과 운영, 그리고 전반적인 고객 경험을 적극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AI가 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통합되고 있는 오늘날, CEO를 포함한 모든 C레벨 리더는 AI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 코리아의 최은영 파트너 겸 부사장은 “이제는 AI를 단순히 기술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라, 기업 전체 전략과 연결된 핵심 과제로 봐야 한다”며 “경영진은 생성형 AI의 원리와 한계, 편향 가능성 같은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서 어떤 새로운 전략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술과 비즈니스 양쪽을 모두 이해하는 리더는 아직 많지 않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이런 리더를 찾고 키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변화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와 리더십 전략에서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 코리아에서 국내 제조업과 에너지 섹터를 담당하는 김민교 파트너는 “생성형 AI를 이메일 교정이나 문서 요약 같은 단순한 보조 도구에 머물러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그 진정한 가치는 이를 전략적 파트너이자 업무 인프라로 통합해,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 지식 자산을 체계화하며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실현하려면 기존 방식을 과감히 혁파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