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인간 대체하는 AGI 말고, 인간 돕는 AI 개발해야”

“AI는 우리 미래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가 문제일 뿐”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혁신성장을 위한 에너지정책방향 토론회’의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런 교수는 미래의 AI는 두 종류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는 일반인공지능(AGI), 다른 하나는 노동자 친화적 AI다.

AGI는 다양한 작업에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인간의 인지 능력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까지 일부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봇 등의 매개체를 통해 현실 세계에 물리적인 작용까지 가능하므로, 장기적으로는 AGI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는 미래도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대런 교수는 인간의 생산성에 도움 주는 AI를 노동자 친화적 AI로 정의했다.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찾아 제공함으로써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은 AI를 잘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킨 노동자를 우대하고, 이는 곧 노동자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는 AGI보다 노동자 친화적 AI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는 게 사회에 유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GI가 노동자를 대체하면 일자리가 줄어 사회 번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AGI와 이를 통한 자동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라며, 노동자의 일자리 창출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이익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대런 교수는 인간이 기계에 밀려나거나 소수의 기업이 기술을 독점하고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는 민주적이지 않다며, 세계 AI 개발 동향이 AGI로 향하는 것을 막으려면 민주적인 거버넌스(이해 당사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는 운영 방식)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미래는 미국과 중국만이 주도하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라며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동향을 학습하는 한편 민주적 발전 방향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AGI는 일자리 감소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대런 교수는 경고했다. AGI의 기반을 이루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방대한 데이터세트, 수많은 토큰과 파라미터를 기반으로 하는 이상 대량의 에너지 소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간단한 문제를 풀 때조차 모든 학습 데이터를 이용하려는 경향을 보이므로 필요 이상의 연산을 수행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대런 교수가 AGI의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도메인 특화 AI’를 비롯한 노동자 친화적 AI다. 도메인 특화 AI는 특정 분야에 집중 학습한 모델을 말한다. 최소한의 연산, 즉 적은 에너지만 소모해 문제를 해결하기 용이하다. 대런 교수는 같은 작업을 할 때 파운데이션 모델이 소모하는 에너지는 도메인 특화 AI보다 1000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도메인 특화 AI의 에너지 효율이 높다 해도, 기본적인 연산이 필요한 이상 AI 사용량이 늘수록 에너지 수요 또한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런 교수는 도메인 특화 AI의 에너지 소모량이 파운데이션 모델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 주목, 추가적인 에너지 수요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는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다소 비싼 대신 화석 연료나 원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AI 기술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며 “한국과 유럽이 이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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