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판 또 들썩일라…‘게임=중독’ 명시한 보건복지부
알코올·약물·도박과 함께 게임도 중독물질 규정
관련 공모전 논란되자 홍보 배너 등 내려가
게임이용자협회, 보건복지부에 공개청원
보건복지부 산하 성남시중독관리통합센터가 진행하는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에 ‘게임=중독’ 표현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모 주제 중 4대 중독 예방이 포함된 가운데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인터넷게임이 포함된 것이다. 지난 2010년 사회 각계의 질타를 받은 4대중독법 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성남시의 경우 국내 주요 게임기업이 집결해 있어 직접적인 불만이 제기된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공동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 성남시에서 게임을 4대 중독이라고 표현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는 공무원들이 성남시에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센터 측은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공모전 홍보 배너와 관련 글을 내리는 등 변동사항이 있으면 홈페이지 공지를 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16일 한국게임이용자협회(회장 이철우 변호사)에 따르면 전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중독 관리 대상 표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성남시, 파주시, 김해시, 부산 사상구 등 10여 개의 센터에서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 관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항목이 사실상 게임 중독을 묻고 있거나 세부 항목에서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전체 60개 센터 중 40여 개의 센터에서 ‘게임 중독’과 관련한 직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보건복지부가 법적 근거 없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중독 관리 대상에 ‘인터넷 게임’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공개 청원서를 제출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청원서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에 명시되지 않은 ‘게임’을 중독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법률 해석의 왜곡이며, 게임 문화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내 정신건강정책 안내 페이지 및 다수의 지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인터넷 게임’을 중독 관리 대상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최근 성남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중독 예방 관련 공모전에서 이를 명시하여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협회는 정신건강정책 및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근거가 되는 정신건강복지법 제15조의3 제1항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대상으로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 등의 중독 문제’를 명시하고 있을 뿐, 법률 내 ‘게임’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고 법률의 표현을 왜곡하여 게임을 추가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자의적인 법률해석이라 주장하고 있다.
협회는 공개 청원서에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내 정신건강복지법에 명시되지 않은 ‘게임’이라는 표현을 즉시 삭제할 것과 성남시를 포함한 각 지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중독 관리 대상에 게임을 명시하지 않도록 지도·권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동시에 보건복지부가 홈페이지에 ‘인터넷 게임’을 중독 관리 대상으로 명시하게 된 근거 자료와 결정권자, 중독 관리 대상 관련 가이드라인 등의 자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협회장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2022년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서 게임이 문화예술의 범주에 포함되었으며, 2024년 한국갤럽조사에서 게임이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취미로 선정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게임을 중독 관리의 대상으로 내세우는 정책은 이러한 사회 변화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협회 내 게임이용장애 질병화대응 TF(TF팀장 노경훈 이사)를 설치하고, 청원 및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며, 필요시 게임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법적·제도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계획이라 알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