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버티컬 AI, 어떤 곳들이 있나
파운데이션 모델이 아니면, 인공지능 기술을 다룰 수 없나? 그렇지 않다. 특정 산업에 특화한 인공지능, ‘버티컬 AI(Vertical AI)’도 주목받고 있다. 버티컬 AI는 전문 산업의 지식과 데이터를 학습해 도메인 맞춤형 솔루션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금융, 법률, 영상, 의료,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일반적인 범용 AI보다 특정 업무 환경에 더 깊이 침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감지나 의사결정 지원 등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버티컬 AI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한국지능정보원의 ‘버티컬 AI로의 변화 및 과제’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내 버티컬 AI는 2032년까지 연 평균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버티컬 AI 기술 서비스가 하나둘 선보이고 있다. 여러 버티컬 AI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를 받고, 정부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범용 AI로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는 지금, 국내 버티컬 AI 기업들이 양질의 데이터와 기술력을 강점으로 혁신을 지속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협업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봤다.
혜움, 법인 사업자 전용 재무·세무 AI 에이전트…에이전틱 AI로 진화 목표
세무 기장 서비스 ‘혜움’에서 개발한 ‘알프레드(Alfred)’는 재무·세무 분야에 특화한 버티컬AI 에이전트다. 사용자가 재무 및 세무 관련 내용을 입력하면 의도와 문맥을 파악해 요청사항을 수행한다. 주요 기능은 ▲재무·세무·노무에 대한 24시간 질의응답 ▲각종 세금 및 사업 관련 서류 발급 ▲세금 납부 및 각종 세금 신고 연계 ▲사업 조건에 맞는 환급금 추천 등이다.
혜움은 재무·세무 분야의 본질이 단순 대행보다는 주체적인 판단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비서형 서비스’가 결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진행한 전문가 상담 서비스로 2200만 건의 자연어 데이터를 확보해 AI에 전문 영역을 학습시켰다. 정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RAG(검색 증강 생성, 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 해 10월부터는 기존에 혜움에서 운영하던 경영지원 보고서 ‘혜움 레포트’에 AI 에이전트 알프레드 기능을 적용했다. 베타 테스트 결과, 전년 동기대비 혜움 레포트 이용 실적은 175% 이상 증가했다고 혜움 측은 설명했다.
올초 IBK기업은행, 쿼드벤처스, 키움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05억 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본격적으로 추론 및 의사 결정까지 가능한 LAM(대규모 행동 모델, Laget Action Model) 고도화에 돌입하며 에이전틱 AI 모델로의 진화를 준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에이전틱 AI는 기존의 AI 에이전트에서 ‘자율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진화한 형태다. 스스로 판단과 실행이 가능해 더욱 어렵고 복잡한 영역까지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혜움은 최근 연세대학교 컴퓨터학과 조성배 특훈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IBK기업은행, 네이버 클라우드 등과 소상공인을 위한 AI 에이전트 개발 MOU를 각각 체결해 상호 기술 교류 및 서비스 강화를 위한 협력을 지속 중이다.
BHSN, 국법률 특화 AI로 계약서 검토…하반기 일본 진출 계획
법률 스타트업 ‘BHSN(비에이치에스엔)’은 비즈니스 리걸AI 솔루션 ‘앨리비(allibee)’를 운영한다. 자체 개발한 법률 특화 언어모델(Legal-LLM)을 기반으로 계약 리뷰·법률 자문을 위한 질의 응답·시간이 오래 걸리던 법무 문서 자동화 등을 통해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AI 기술을 구현해 서비스한다.
앨리비는 계약서, 법령, 정책 자료 등 복잡한 법률 문서를 수 초 내에 리뷰 및 검색하는 것을 강점으로 한다. 기업의 계약 검토 가이드라인 대비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제안도 한다. 특히 법률 언어에 최적화된 구조와 학습 체계를 갖춰 모호한 표현이나 법률 용어도 세밀하게 해석해 기업에서 법률 기반으로 업무를 해야하는 변호사, HR, 재무 등의 담당자에게 효율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BHSN 측은 설명한다.
BHSN은 AI 기반 계약서 디지털화 기술인 ‘리걸 OCR(Legal 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자체 계약관리솔루션(CLM)에 탑재돼 있으며, 종이로 보관되던 계약서를 빠르고 정확하게 스캔해 디지털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가 날인된 PDF 계약서를 업로드 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제목, 당사자, 체결일 등 핵심 정보와 더불어 계약서 조항 정보를 인식·추출해 구조화된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한다.
올초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은 BHSN은 현재 CJ제일제당, 애경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진출을 할 전망이다.
메이아이, 방문객 동선과 체류 시간 정밀 분석
영상처리 AI 스타트업 ‘메이아이’는 방문객 분석 솔루션 ‘매쉬(mAsh)’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매쉬는 오프라인 공간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방문객 연령대와 성별 ▲체류 시간 ▲이동 동선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상품 진열이나 시설 배치 등 공간 운영 전략의 최적화를 지원한다.
영상 분석 과정에는 얼굴 등 민감한 정보를 저장하거나 추적하지 않는 비식별화 기술을 적용했다. 메이아이는 해당 기술이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인공지능법(AI Act) 등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의 규제를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매쉬는 하루 평균 2만5000시간 이상의 영상을 처리하고 있다.
메이아이는 영상 분석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자체 개발한 사람 재식별(Re-ID) 기술은 내부 테스트에서 최신 학계 모델(ISR)의 정확도(66%)를 크게 상회하는 92%의 성능을 기록했다. 복잡한 CCTV 환경에서도 개별 방문객의 이동 경로를 정밀하게 분석 가능한 기반을 확보했다. 해당 기술은 지난 3월, 세계적 AI 학회 ICLR 2025에서 ‘카메라 위치에 따른 재식별 모델의 편향 문제’를 다룬 논문으로 채택됐다.
외부 협력도 병행 중이다. 메이아이는 인물 재식별 및 속성 분류 기능 강화를 위해 연세대학교 이종석 교수를 머신러닝 연구팀의 기술 고문으로 영입,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된 분석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며, 글로벌 확장에 필요한 기술 신뢰성과 지식재산 기반도 함께 확보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