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위기 돌파구, 새로운 투자 키워드는 ‘AI와 로봇’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이 정권과 무관하게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건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AI와 로봇이 여는 미래, K-휴머노이드 기술개발과 실증사례 세미나’에서 박찬솔 SK증권 연구위원은 이같이 말했다. 박 연구원은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되는 ‘성장 CAPA(생산능력)’가 약해진 배경으로 ▲역피라미드 인구구조 ▲기업 투자 위축 ▲낮은 생산성을 등을 지목했다.
그는 “2019년부터 국내 생산가능 인구가 매년 줄고 있고, 기업들도 각종 규제로 위축돼 있다”며 “특히 한국 경제가 경기에 따라 업황이 크게 출렁이는 ‘시클리컬(경기순환형) 산업’ 중심이라는 점도 구조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저출생 문제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캇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생산성’ 향상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1명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휴머노이드는 고정 인건비 부담 없이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어 경기 변동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고령화로 인력 유입이 어려운 제조·물류 등 기피 업종에서 인력 공백을 메우며 산업 구조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사람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노동력 대체재’로서 경제 시스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로보틱스를 활용한 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인력 부족에 따른 인프라 공백이 곳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사회 전반이 슬림화되는 양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로보틱스 업계의 현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여전히 ‘미래 기술’로만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휴머노이드를 실현 불가능한 미래 기술로 생각하는 이들이 여전히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AI 산업 생태계의 문제점도 짚었다. 인재의 해외 유출, 연구 인프라 부족, 정부 지원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국내 그래픽 처리 장치(GPU) 확보 계획은 올해 1만5000장, 2027년 3만장에 그치고 있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수십만 장을 보유한 것과는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AI 산업에 대한 신뢰가 낮은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그는 “국내에서는 아직 AI가 확실한 수익 모델이라는 믿음이 약하다”며 “AI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기업의 실적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하면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세미나허브가 주최·주관하고 한국로봇산업협회가 후원했다. 국내 유수의 로봇 및 AI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재 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조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