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디지털 보험사 과도한 규제로 성장 제약”
“신생 디지털 보험사들이 기존 대형 보험사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아 성장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된다면 디지털 보험사는 국내 보험 산업에 새로운 경쟁과 혁신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 세미나에서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는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보험 상품은 신계약비와 유지비로 구성되는데, 전통적으로 보험 상품 판매를 확대할수록(신계약이 늘어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라며 “대형 보험사는 보험 상품을 많이 팔면 수익이 증가하고, 판매에 따른 고정비용을 분산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형 보험사는 상품을 팔아도 비슷한 고정비가 들어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익 창출이 어렵다”며 “디지털 보험사는 설계사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IT와 마케팅 비용(고정비)이 크기에 부담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형과 소형 보험사 간 여건 차이가 있음에도 자본 권고 기준이 일괄 적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높은 자본 확충 압력으로 신생 디지털 소형 보험사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권고 기준인 150%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형 보험사는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제 전반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 디지털 보험사에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며 “자회사 출자, 자금 지원 등을 반영해 킥스 비율 권고 기준을 100%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대표는 디지털 보험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사업비 예실차 위험액’의 균등 적용을 꼽았다. 사업비 예실차 위험액은 실제 지출과 예산의 차이로 인해 사업에 미칠 위험 수준을 나타낸다.
그는 “디지털 보험사는 시장 변화에 맞춰 IT 투자를 과감히 해야 하는데, 사업비를 높게 책정하면 보험료(상품 가격)가 상승해 가격 경쟁력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보험료는 위험보험료, 예정이익, 사업비 등으로 구성되며, 이중 사업비가 높게 책정되면 전체 보험료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보험사의 핵심 경쟁력인 ‘저렴한 상품’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김 대표는 “예상 사업비 한도 비율을 현행 5%에서 30%로 완화했을 때 킥스 비율이 약 36%포인트(p) 개선되는 실험 결과가 있었다”며 “감독당국과 2주 전부터 대화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 패널로 참석한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은 “한국은 디지털 보험 시장의 성장 여건을 충분히 갖춘 나라로 기대감도 컸다”고 밝혔다. 손 연구원은 “그럼에도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로는 이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 제도의 유연성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연구원은 “소비자가 보험 상품을 구매하려면 정확하고 쉽게 접근 가능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며 “하지만 아직 디지털 보험 플랫폼에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많은 소비자가 실망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교보라플 모회사의 자본 지원이 가능한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보험업감독규정 주요 개정사항’을 발표하고 인허가, 자본감소, 자회사 출자 등과 관련한 킥스 비율 권고 기준을 150%에서 130%로 완화·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킥스 비율을 130% 낮추는 건 도움이 되지만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있어다소 불안하다”며 “모회사는 수익성이 좋은 곳에 투자하기에 언제든 지우너을 받을 수 있다는 가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