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보다 저렴한 중국용 AI 칩 만든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의 활로를 찾고 있다. ‘H20 수출 금지’로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H20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의 AI 칩 출시에 나선 것. 미국이 지난 14일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정책을 폐지했지만, 중국에 대한 제재는 유지했다. 엔비디아로선 새로운 중국 맞춤형 칩이 여전히 필요하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H20보다 저렴한 가격의 새로운 AI 칩세트를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용 AI 칩은 빠르면 오는 6월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운 중국용 AI 칩은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AI 프로세서 제품군에 포함된다. 예상 가격은 6500~8000달러 사이다. 이는 H20 제품 가격대 1만~1만2000달러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양을 낮춰 저렴한 가격대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새로운 칩은 서버급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엔비디아 RTX 프로 6000D를 기반으로 한다. 고대역폭 메모리 대신 기존 GDDR7 메모리를 사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가격과 사양, 생산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 대변인은 “새로운 제품을 확정하고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기까지 500억달러의 중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미국은 H20 수출 금지를 내렸고, 이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수출 통제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엔비디아에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회계연도 매출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지만, 미국 당국 규제로 인해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젠슨 황 CEO는 21일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2022년 이전까지 95%였지만 지금은 50%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엔비디아는 수출 규제로 중국용 저사양 칩 H20을 판매했다. 그리고 지난 4월 H20마저 제한당하자, 젠슨 황은 H20보다 사양이 낮은 칩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더 성능을 낮출 수 없다며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H20 수출 금지로 재고 처리 등에 55억달러(약 7조5119억원) 손실을 떠안고, 150억달러(20조5080억원) 매출을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젠슨 황은 “수출 규제가 계속된다면 화웨이에 더 많은 중국 고객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수출을 막을 게 아니라 기술 확산을 통해 미국이 경쟁에서 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