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칩 수출 제한은 실패한 정책”…미국 작심 비판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제한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수출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50%로 급감했으며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불만을 표했다.

젠슨 황은 21일(현지시각) 컴퓨텍스 2025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정책이 미친 영향을 묻는 말에 “전반적으로 봤을 때 수출 제한 정책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AI 기술을 공급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오인에서 비롯된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산 칩 구매가 어려워진 중국 기업이 오히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칩에 눈을 돌렸으며, 이는 중국 AI 칩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바이든 전 정부는 지난해 9월 “미국산 제품이나 미국 첨단 기술이 반영된 제품을 중국 기업에 수출하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규제를 시행했다. 임기 말기에는 “AI 기술 확산을 막겠다”며 ‘AI 확산 규칙’이라는 수출 통제 정책까지 수립했다. 세계 각국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량을 단계별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AI 확산 규칙은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폐지됐다. 그러나 기술이나 제품 수출은 여전히 불가능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고성능 AI 칩을 판매할 수 없다는 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칩 수출 규제를 피하려 성능을 낮춘 중국 시장 전용 ‘H20’ 칩을 설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미 정부는 H20 칩 판매까지 금지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수출이 불가능해진 칩을 전량 손실 처리했다. 회사는 당시 “올해 1분기에만 55억달러(약 7조574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날 젠슨 황은 “4년 전 바이든 정부 초기에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95%였으나 지금은 50%에 불과하다”며 “(고성능 칩 수출 규제로 인해) 저사양 칩만 팔 수 있어 수익도 줄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H20보다 저사양 칩은 쓸모없다”며 규제를 추가로 피하기 위해 성능을 더 낮춘 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은 내년 중국 AI 시장 규모가 500억달러(약 68조76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이 무조건적인 수출 규제를 재고하지 않으면 거대 시장을 잃고 AI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젠슨 황은 전날 컴퓨텍스 2025 개막 무대에서 대만의 기업들이 AI 산업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한편 엔비디아의 신사옥 ‘엔비디아 콘스털레이션’을 대만 북부에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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