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가격 인상 검토, 관세 탓?

애플이 아이폰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디자인 변경, 새로운 기능이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이나, 관세 정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미 정부는 이날 중국과 상호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단, 미국이 펜타닐 밀수 적발 사건으로 인해 중국에 부과했던 추가 관세 20%는 유지한다. 이 관세는 스마트폰에도 적용한다. 대부분의 아이폰 생산 공장을 중국에 뒀다는 애플의 특성상 아이폰 생산 단가는 대중 관세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WSJ은 제보자가 아이폰 가격 인상의 원인을 디자인 변경과 새로운 기능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외관이 크게 바뀌고 iOS 19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개발 비용이 늘어났다는 취지다.

그러나 매체는 “관세 영향을 떼놓을 수 없다”고 봤다. 애플이 부품 공급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만으로는 대중 관세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며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는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이 “관세가 올랐으므로 아이폰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WSJ은 아마존의 사례를 들며 “미 정부와의 충돌을 경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아마존이 저가 쇼핑몰 ‘하울’에 관세로 인한 가격 변동을 표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미 정부가 “(정부에)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자 아마존은 “해당 아이디어를 승인한 적 없으며 실행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정부에서 관세 인상의 여파가 소비자에게 향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애플은 가격 인상 이유를 다른 데서 찾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한편 애플은 얼마 전까지 세계를 뒤흔들었던 미중 관세 전쟁에 경각심을 갖고 아이폰 생산 공장을 인도로 이전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달 초 애플 실적 발표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회계연도 3분기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대부분을 인도 생산 공장에서 조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관세 전쟁이 일단락되면서 애플은 아이폰 생산 다변화 전략을 어떻게 바꿀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WSJ은 제보를 인용해 “아이폰 프로 시리즈 등의 고수익 모델은 계속 중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공장에서도 아이폰 프로 시리즈 생산은 가능하지만, 인도 내 인프라와 기술 역량이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아이폰 출하량의 13~14% 정도가 인도에서 생산됐는데, 기술조사회사 테크인사이츠 관계자는 “이 정도로는 미국과 인도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2022년부터 아이폰 미국 출시 가격을 일반 모델 799달러(약 133만원), 프로 모델 999달러(약 141만원), 프로 맥스 모델 1199달러(약 170만원)로 유지해 왔다. 이번에 가격을 인상한다면 3년 만에 변동이 생기는 셈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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