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음향 조정하고 라디오 DJ까지…LG ‘엑스붐’ 스피커 출시
LG전자는 7일 서울 영등포구 그라운드220에서 ‘LG 엑스붐 브랜드데이’를 열고 무선 오디오 브랜드 ‘엑스붐’ 신제품을 발표했다. 회사는 행사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신제품 스피커 ▲엑스붐 그랩 ▲엑스붐 바운스 ▲엑스붐 스테이지 301을 공개했다.
브랜드와 신제품 소개를 맡은 LG전자 오디오마케팅팀 정지영 책임은 “LG전자는 1959년 국내 최초 국산 라디오를, 1970년대 국내 최초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를 출시하는 등 늘 최초와 혁신에 도전했다”며 “이제 AI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오디오 경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음원·공간 따라 AI가 음향과 조명 효과 맞춤 조정
이번에 공개한 스피커에는 사용자가 듣고 있는 음악이나 주변 환경에 맞춰 AI가 음향을 자동 조정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AI 사운드’는 재생중인 콘텐츠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음향을 설정한다. ‘AI 라이팅’은 음악에 어울리는 조명 효과를 설정한다. ‘AI 공간인식 사운드’는 주변 환경을 분석해 사운드 밸런스를 조정한다. 스피커가 놓인 공간의 크기, 가구 배치, 벽 재질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소리가 반사·흡수돼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한다.

AI가 탑재된 엑스붐 스피커는 사용 환경과 목적에 따라 3가지 제품 중에서 고를 수 있다.
포터블 스피커 ‘엑스붐 그랩’은 휴대성에 집중했다. 자전거 물병 거치대에 꽂을 수 있는 원통형 디자인을 적용했고 무게는 700g이다. 내부에는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탑재해 저음역대를 강화했다.
컴팩트 스피커 ‘엑스붐 바운스’는 저음 증폭용 패시브 라디에이터, 선명한 고음을 재생하는 듀얼 돔 트위터와 트랙형 우퍼를 탑재했다. 상단에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노출된 구조를 적용했는데, 저음이 강한 음악을 재생하면 바운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라디에이터가 박자에 맞춰 진동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고출력 스피커 ‘엑스붐 스테이지 301’은 6.5인치 우퍼와 2.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탑재해 강력하고 풍부한 소리를 낸다. 최대 출력은 120W이며 IPX4 방수 등급을 지원해 야외에서 사용하기 용이하다. 기본 배터리로 최대 12시간 재생이 가능하고 추가 탈착식 배터리로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세 제품 모두 사운드 링크 기능을 지원한다. 여러 스피커를 한 기기에 연결해 음악을 동시에 재생할 수 있다. 행사장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 사운드 링크 기능을 켜고 음악을 감상해 봤다.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한 엑스붐 스테이지 301 2대가 오차 없이 동일한 음악을 재생하며 강력한 저음을 만들어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LG전자, 윌아이엠과 함께 ‘엑스붐’ 정체성 재편

LG전자는 미국 뮤지션 윌아이엠(will.i.am)이 ‘브랜드 경험 설계(Experiential Architect)’ 역할을 맡아 엑스붐 제품의 사운드·디자인·브랜드 정체성을 새로 정립했다고 밝혔다. 윌아이엠은 미국 3인조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 리더이자 AI 기반 라디오 앱 ‘RAiDiO.FYI(이하 ‘FYI’)’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윌아이엠이 직접 참석해 LG전자와의 협업 일화를 밝혔다. 그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히트곡 ‘붐붐파우’ 덕분에 LG전자와 협업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LG전자 오디오사업담당 이정석 전무는 “엑스붐이라는 브랜드 이름에 맞춰 ‘붐’이 들어가는 노래만 100여곡 찾다가 ‘붐붐파우’를 발견했다”며 “처음에는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윌아이엠을 만났으나, 그가 아티스트일뿐만 아니라 사업가라는 점을 안 뒤 제품을 함께 만들자고 확대 제안했다”고 이야기했다.
LG전자는 이번 협업으로 신제품 스피커에 윌아이엠의 라디오 앱 FYI를 연내 탑재할 예정이다. FYI는 사용자 취향에 맞는 뉴스와 음악을 AI가 추천해 들려주는 오디오 시스템이다. 라디오 DJ처럼 소식을 전하고 음악을 재생하며, 사용자가 요청한 내용을 검색해 음성비서처럼 답변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LG전자 MS마케팅담당 오승진 상무는 “과거에는 녹음된 음악을 그대로 듣는 게 중요했지만, 요즘은 입체 음향이나 무선, AI 등 기술적인 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스마트 라이프를 지향하는 LG전자가 다시 한 번 오디오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품 소개와 청음을 마친 뒤 간단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Q. 오디오 시장은 레드오션(경쟁자가 많아 포화상태가 된 시장)이라고 생각하는데 LG전자가 가진 경쟁력은
이정석 전무: 오디오 산업은 와인 산업과 비슷하다. 시중에는 몇천원짜리 와인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급 와인이 있다. 모두 포도로 만든 알코올이라는 점은 동일하나 여기에 담은 풍취와 철학과 역사는 서로 다르다. LG전자는 그동안 성능만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는 고급 와인처럼 철학과 역사를 담아보려 한다. 이번에 세 가지 정체성을 재편한 것도 그 일환이다.
Q. 협업과 개발 과정에서 윌아이엠이 맡은 역할은
이정석 전무: 브랜드 엠베서더로 오해하기 좋은데 윌아이엠을 위해 ‘브랜드 경험 설계’라는 역할을 새로 만들었다. 그는 실제로 작년에 한국에 와서 음향 엔지니어와 함께 사운드 튜닝을 진행했다. 스피커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소리(신호음)도 윌아이엠이 직접 만들었다. 또한 제품 디자인 과정에도 참여했다.
Q. 국내에서 AI 스피커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LG전자 제품에 어떤 강점이 있는지
이정석 전무: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 KT 기가지니 같은 AI 스피커와는 기능이 다르다. 엑스붐 신제품에서 AI의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청취 환경에 맞춰 음향과 조명 효과를 조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FYI 앱이다. 제품에 있는 하트 모양 버튼을 누르면 FYI 기능이 바로 실행된다. FYI는 기존 AI 에이전트와 달리 목소리에 감정을 담는 걸 학습했다. 또한 FYI는 라디오 DJ처럼 혼자 계속 떠들면서, 사용자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대화도 가능한 AI다.
Q. 윌아이엠은 AI가 새로운 UI·UX라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윌아이엠: FYI 대시보드에서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진행된 대화나 발표 내용을 포괄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UI는 2024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FYI는 페르소나를 선택하는 기능을 탑재했는데, 작년까지는 특정 목소리로 실시간 답변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런 상호작용을 UX로 표현했다.
Q. FYI 시연 내용만 보면 음악 추천보다는 범용 음성비서로 보이는데, 어떤 수요에 대응한 기능인지
이정석 전무: FYI는 24시간 내내 라디오 DJ처럼 말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경제·테크·K팝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중간에 DJ처럼 음악도 틀어준다. 도중에 사용자가 궁금한 점이 있어 물어보면 좀 전에 시연한 내용과 같이 (음성비서처럼) 답변하는 것이다.
Q. 오디오 사업 매출이나 점유율 목표는
오승진 상무: 한국에서 LG전자 오디오 사업이 크게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세계로 범위를 확대하자면 빠른 시일 내에 조 단위 사업을 이루는 게 목표다. 전체 오디오 시장 규모는 50조에 달하는데, 세부 분야는 홈오디오, 포터블, 웨어러블, 카오디오 등이 있다. LG전자는 카오디오 사업을 하지 않고, 웨어러블은 스마트폰 생태계와 연동돼 불리한 면이 있다. 따라서 LG전자는 홈오디오와 포터블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사운드바 업계에서는 탑급이라 자신하고, 두 번째로 포터블 분야에 도전하는 중이다. 이후 웨어러블과 카오디오 분야에도 진출할 가능성은 있다.
Q. FYI가 재생하는 음악에 저작권 문제는 없나
윌아이엠: FYI는 초기에 무료 서비스로 제공되며 향후 광고를 도입하고 일부 채널은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FYI는 모든 레이블사와 협력해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고자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