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에 눈 뜨고 떼인 돈…위메이드 뿐이랴

위메이드, 미르의전설2 로열티 미지급 현황 공개
최종 승소 강제집행에도 중국 기업 모르쇠
현지 법원도 공탁금 두고 요지부동
못 받은 로열티 8400억원 모두 대손처리
일개 기업 해결 어려워…업계와 정부 대응 필요

참고 참다가 폭발한 모양새다. 위메이드가 최근 마련한 긴급 미디어 간담회에서 중국 기업에게 최종 승소한 뒤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에도 도합 8400억원의 거액의 로열티를 받지 못하는 건에 대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회사는 중국 방문 시 신변 위협을 우려해 법무 관계자의 실명을 미공개 부탁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수년간 중국 게임 기업들과 복잡다단한 라이선스 소송을 벌였다. 간판 게임 ‘미르의전설2’를 무단 도용하거나 현지 퍼블리셔의 저작권 남발로 피해를 입은 액수만 수조원대를 예측했다. 관련해 일부 로열티는 받았다. 여기까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손해배상금의 강제집행 결정에도 오리발을 내미는 행태다. 회사 자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중국 법원에 가압류된 공탁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법원도 요지부동이다. 못 받은 로열티는 대손상각비로 처리했지만, 억울하고 괘씸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위메이드 입장이다.

위메이드는 우리 정부가 나서 줄 것을 내심 바라는 눈치다. 개별 기업이 정부 당국에 목소리를 내긴 부담스러워, 업계 내 비슷한 사례를 모으는 것도 고민 중이다. 국내외 사법 시스템을 무시한 중국 기업들의 행태와 이렇게 눈 뜨고 떼인 돈이 업계에 더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서로가 약속한 국제 중재 재판소에서 판정을 받았고, 그 중재 판정을 가지고 해당 국가에서 법원에서 승인 및 집행 결정까지 받았음에도 끝까지 줄 수 없다라는 중국 게임사의 비즈니스 태도를 제일 문제 삼고 싶습니다.”

“법원의 강제집행 결정이 나와서 가압류된 금액이 140억원 정도 있습니다. 심지어 법원에 그 금액이 공탁이 돼 있습니다. (현지 법원이) 그냥 주기만 하면 되는 돈인데, 이렇게까지 안 줄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 하에서 어떻게 법원이 공탁된 돈을 안 준다는 건지 지금도 너무 의문입니다.”

미르의 전설2 이미지

다음은 위메이드가 공개한 미르의전설2 지식재산(IP)에 관한 로열티 미지급 사건이다. 원화 환산한 금액을 첨부했다.

위메이드-지우링/상해킹넷 간의 ‘전기래료’ 로열티 미지급 건은 2020년 3월 27일, 양사가 분쟁을 해결하기로 정한 기관인 국제상공회의소(ICC)에서 지우링에 대해 약 1000억원 및 이에 대한 연 5.33%의 이자를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2020년 10월, 중국 법원에 중재 판정의 승인 및 강제집행을 신청, 2023년 5월 지우링에 대한 강제집행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지우링이 회사 명의의 책임재산을 외부로 유출, 한 푼의 로열티도 회수하지 못했다. 위메이드는 지우링의 모회사였던 상해킹넷이 사전에 지우링의 자산을 이전하거나 은닉하는 방식으로 집행을 회피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ICC 판정의 실효성과 중국 게임사들의 법적 책임 이행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위메이드는 지우링과 악연이 깊다. 이 회사는 ‘용성전기’라는 미르의전설2 라이선스 게임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렸으나, 위메이드에 미니멈 개런티 일부와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 건은 미지급 금액이 더 크다. 위메이드가 연 6%의 이자를 포함한 약 34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받아야 한다. 역시 모두 대손처리했다.

“민사적으로는 더 이상 취할 조치가 없긴 합니다. 법적으로 난망인 상황인데요. 형사적으로 이슈를 걸 만한 사항들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될지 고민 중입니다.”

“중국은 은행만 50개 정도 됩니다.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계좌를 가압류할 수도 없고, 어느 정도 포기를 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특정인에 대한 형사 고소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중국에서 신변 위협을 받은 전례가 있다.

위메이드 입장에선 대중국 사업이 여전히 중요하다. 그동안 크게 이슈를 일으켰다가 되레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했으나,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끙끙 앓다가 대외 공표를 택한 것이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조언과 관련해선 “(넷이즈, 텐센트 등) 외국 자본이 들어간 기업과 거래하라”는 답을 내놨다. 위메이드가 로컬 기업으로 지칭한 지방 성에 위치한 순수 중국 자본의 기업과 거래했다간, 로열티 미지급과 같은 상황 발생 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워낙 (앱마켓) 플랫폼이 많아서 회사가 어떤 매출 계좌를 쓰는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로컬 앱스토어들도 워낙 많고요. 한국은 중국처럼 판호(사전허가)가 없다 보니까 중국 기업이 마음대로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게임을 올리는 걸 보면서, (중국 내에서 역차별 당하는 상황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지급 로열티로 다툰 상해킹넷은)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도 하고요. 이제 중국 게임사들도 워낙 게임을 잘 만들고 경쟁도 충분히 됩니다. 이런 차별적인 조치들, 로열티 대금에 대한 방관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까 폭발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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