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플레이 떠난 류중희, 로봇의 ‘리얼월드’로 ‘빅테크’ 꿈꾼다

퓨처플레이 창업자 출신 류중희 대표(=사진)가 이끄는 로보틱스 스타트업 ‘리얼월드(RLWRLD)’가 210억원의 씨드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에선 이례적 금액의 초기 투자액인데, 참여사도 화려하다. 박서준 해시드 대표가 중심이 됐고, 미래에셋벤처투자, 글로벌브레인(GB) 등의 벤처투자사가 돈을 넣었다.

흥미로운 것은, 투자처 중에 LG전자나 SK텔레콤, DBR동일과 같은 국내 기업 외에도 KDDI, ANA홀딩스, 미츠이 케미칼, 시마즈제작소와 같은 일본 대기업 CVC 펀드가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무엇을 원해서 리얼월드에 큰 돈의 마중물을 부었을까?

로봇이 진짜 쓸 수 있는 AI 만들겠다

류중희 대표가 보기에 한국과 일본은 공통의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 제조 기반으로 성장했다. 둘째, 제조강국의 지위를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 셋째, 제조를 할 사람이 없는데, 앞으로 노동 인구는 더 없을 것 같다. 왜냐? 인구절벽이니까. 넷째, 사람이 없다면 로봇을 투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산업용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여 노동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아직 언감생신이다.

“지금은 일반인공지능(GAI), 그리고 에이전트 AI가 대세를 이루지만, 앞으로는 피지컬 AI가 넥스트 빅씽이 될 것”

15일 서울 선정릉에 위치한 리얼월드 사무실에서 기자, 투자자들과 만난 류중희 대표는 젠슨 황엔비디아 대표가 최근 GTC 2025에서 “피지컬 AI를 넥스트 빅 씽”이라고 말한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피지컬AI란, 쉽게 말해서 로봇이 사람처럼 현실을 인지하고, 복잡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말한다. 리얼월드는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실세계 데이터를 직접 AI 학습에 활용해 “현실에서 진짜 쓸만한 피지컬 AI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장 중심의 실질적 노동생산성 혁신을 이루겠다”는 비전이다.

물론, 지금도 로봇을 테마로 창업한 회사는 많다. 여러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사람과 협동해 생산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들 로봇은 무거운 차량 상판은 쉽게 들어올려 조립해도, 꼬여버린 이어폰 줄을 인내심 갖고 풀어내진 못한다. 로봇이 사람의 일을 더 많이 가져가려면, 사람처럼 자유롭게 손을 쓰고, 내가 하는 작업이 이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있는 지능까지 담보해야 한다.

피지컬AI 구현이라는 거대한 문제는, 작은 스타트업 하나가 혼자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간판만 스타트업이라고 달았지 알고보면 진짜 큰 빅테크들이 인공지능이나 로보틱스를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어 문제를 풀거나, 풀어내려 하고 있다. “우리도 진짜 게임 체인징을 할 만한 거대 스타트업을 만들면 어떨까?” 류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매뉴팩처링 파워를 기반으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어벤져스를 모았다”고 말했다.

똑똑한 사람이 모여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겠다

“우리나라 교수님들의 연구 성과가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에 놀랐고, 이렇게 훌륭한 교수들에게 이렇게 처절할 정도로 지원을 안 해주는구나 다시 한 번 놀랐다”

피지컬 AI를 구현할 스타트업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난 후, 류중희 대표가 국내 대표적인 교수진을 만나러 다니면서 느낀 것은 ‘결핍’이다. 실제로 한국은 RFM 관련 글로벌 학회 논문 수 기준으로 세계 3위권의 연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내로라 하는 AI 연구진들이 모이면 “우리는 GPU가 없어서 망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연구 환경은 열악하다.

리얼월드는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국내 대표적인 LLM 연구자와 로보틱스 연구자를 모아, 공통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팀을 꾸렸다는 걸 꼽는다. 카이스트 AI 대학원 신진우 석좌교수는 리얼월드에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tist)로 합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혼다 등에서 로봇 비전을 연구해 온 임종우 교수와 힘을 합친다. 이 둘 외에 카이스트, 서울대, 포스텍 등의 AI 교수진이 협력한다.

신진우 교수는 “GPU와 로봇 하드웨어 등 인프라 부족으로 RFM 연구가 더뎠던 상황에서, 리얼월드는 연구와 현장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드문 환경을 갖췄다”면서 “실세계 데이터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반에서 진짜 경쟁력 있는 AI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리얼월드는 ▲독자 AI 아키텍처, ▲제조업 데이터 기반 학습 플랫폼 ▲AI-로봇 간 상호 운용 기술 등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RFM을 연구 개발 중이다. 실물 로봇에 자신들이 개발한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위로보틱스와 전략 제휴를 맺었다. 올해 말부터 산업 현장에서 PoC를 실시,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실증 기반 기술 검증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제 막 시작하는 리얼월드에 투자자들도 기대감을 보이는 중이다. 특히 블록체인 산업에서 존재감이 큰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피지컬AI가 구현이 되고 나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이 더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김서준 대표는 “영화 레디플레리어원처럼, 현실세계의 생산 관련 일은 AI와 휴머노이드가 하고 인류의 활동 변경은 가상세계로 넓어지는 것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개인적 관점으로는 4년에서 5년 사이에 사람이 활동하는 꽤 많은 영역에서 휴머노이드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