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그리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미래

자동차 시장 경쟁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모든 자동차 회사가 저마다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 비전을 수립하고 진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제너럴모터스(GM)는 8일 개최한 테크놀로지 러닝 세션에서 미래 GM의 SDV 모습을 설명했다.

GM 한국연구개발법인 기술개발부문의 정봉구 실장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의 기능이 추가되고, 개선되고, 수정되며, 때로는 제거될 수 있는 플랫폼이 SDV”라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차량이란 것이다.

하드웨어는 한 번 만들어지면 수정이나 개선을 할 수 없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변경, 추가, 제거, 수정 등이 용이하다. 소프트웨어는 업그레이드, 혹은 업데이트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하드웨어는 수리를 위한 부품 교체 외에 업데이트를 생각하지 않는다.

지속적 개선이란 관점에서 과거 자동차 제조사에게 ‘업데이트’는 상관없는 주제였다. 이미 판매된 상품은 유지보수의 대상이지, 살뜰히 살필 대상이 아니었다. 자동차 제조사의 관심은 우수한 하드웨어 개발과, 하드웨어 판매량에 있었다. SDV는 이런 자동차 회사의 주된 관심대상에 소프트웨어를 맨 앞에 세운다.

미래 자동차는 전기차(EV), 자율주행(AD), 모빌리티 서비스,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설명된다. SDV는 이런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 플랫폼이다. SDV의 가장 큰 특징은 구독형 인포테인먼트, 차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앱스토어를 통한 기능 추가, 자율주행 기능의 구독 서비스 등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자동차를 의미한다.

SDV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다. 기존 자동차는 이동 수단일 뿐이었다. 이동 중 자동차 안에서 누리는 경험은 운전자에 집중됐지만, SDV는 이동 중에 누리는 모든 탑승자의 경험과 시간에 초점을 맞춘다 .

GM 한국연구개발법인 기술개발부문 정봉구 실장

정봉구 실장은 “자동차는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만 사용하고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 전략과 달라야 한다”며 “GM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기능 안전이나 사이버 보안을 함께 연구하면서 SDV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사실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적용하는 개발은 수십년동안 진행됐고,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에게 끊임없이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실장은 “SDV를 통해 소비자는 인포테인먼트에서 여러 앱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고, 차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혹은 원할 때 오버더에어(OTA)로 받을 수 있다”며 “앱스토어 방식으로 새로운 기능을 차량에 추가해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강력한 GM의 자율주행 기술도 구독 서비스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SDV의 진화로 나타나는 차량의 아키텍처를 설명했다.

GM은 SDV 구현을 위해 차량의 전기전자 아키텍처에 근본적 변화를 주고 있다. GM의 SDV는 중앙 컴퓨팅 시스템을 차량에 배치하고, 이를 통해 여러 기능을 한번에 OTA 업데이트로 받아 관리한다.

정 실장은 “과거엔 예를 들어 예전엔 ADAS 기능을 통제하는 모듈이 따로 있고, 관련 센서가 연결되고, 도어 같은 것을 제어하는 바디 시스템이 있으며, 바디 시스템을 통제하는 모빌리티 관련 센서가 연결돼 있었다”며 “이런 방식은 많은 모듈이 차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한번에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위해 중앙 컴퓨팅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량과 외부의 연결도 중요하다. GM은 글로벌 커넥티비티 서비스인 ‘온스타’를 통해 차량과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차량 인포테인먼트가 외부 데이터를 전송받아야 하는 점도 연결성을 강조하게 되는 이유다. GM은 이더넷 기술을 활용해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차량과 외부에서 주고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OEM 주도로 개발된다. 과거엔 파트너사가 각자의 모듈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개발했는데, 이는 파트너사의 소프트웨어 관리에 차량 제조사가 의존하게 되는 문제를 낳는다. 이에 차량 제조사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GM은 OEM 중심의 아키텍처를 구성하고, 컴퓨팅 모듈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갖췄다.

‘조날(Zonal) 아키텍처’라고 하는 영역 중심 아키텍처를 도입해 중앙의 컴퓨터와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또한 클라우드 인프라의 시스템을 통해 각 기술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만들어 다시 고객에게 전달하게 하고 있다.

GM 한국연구개발법인 기술개발부문 박준 부장은 “레거시 아키텍처는 복잡한 초기 설계, 기능 업그레이드의 어려움, OTA 미지원, 다수의 ECU로 인한 비효율성 등의 한계가 있었다”며 “GM은 ‘SDV 2.0‘ 아키텍처를 통해 분산형 시스템에서 중앙 집중식 ’조날 아키텍처‘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기존 35개 이상의 ECU와 70여개의 MCU를 3~4개의 MCU로 간소화하며, 하드웨어 복잡성을 현저히 줄이고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기존의 워터폴 방식에서 애자일 개발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GM 한국연구개발법인 기술개발본부 박준 부장

초기 SDV 아키텍처는 수많은 시스템으로 분산되다보니 처리해야 하는 양이나 연결 지점도 많아 복잡하다. 신기능과 제품 출시의 지연, 품질 관리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생긴다. 모듈 간 연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구조 복잡성을 높일 뿐 아니라, 차량의 기계 자체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OTA 업데이트 시 모든 단일 모듈별로 업데이트를 해야 해 오래 걸리고, 에너지 소비도 늘어난다.

박 부장은 “아키텍처 개발을 통해 하나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지향하고 그 다음에 OTA 업데이트와 컴퓨터, 메모리 능력 등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다”며 “조날 아키텍처 구성으로 가면 각 세부 단위별로 미세 정밀 컨트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SDV 2.0은 OTA를 통해 스트리밍, 게임, 스마트 시티 같은 IoT도 연결되도록 확장하고 있으며, 가상현실 게임 같이 좀 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부분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며 “AI 부분에서도 차량에 AI를 어떻게 접목하고 통합해 신기능 출시나 성능 향상 등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 지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SDV 아키텍처를 도입하면 GM과 협력업체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기존 방식의 개발 프로세스는 OEM과 티어1 파트너 업체가 계약을 맺고, 티어1이 다시 티어2나 티어3 업체를 관리하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에서 차량회사는 티어1만 제어할 수 있다.

SDV로 이동하면 차량 회사는 티어1뿐 아니라 써드파티 파트너와 인터넷 서비스 파트너와도 직접 계약을 맺고 함께 기술을 개발해 차량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게 된다.

정봉구 실장은 “이런 기술과 다양화를 통해 앞으로 고객에게 좀 더 선도적으로 기술을 제공하고, 고객의 충분한 경험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 한국연구개발법인 기술개발부문 김효영 부장

GM 한국연구개발법인 기술개발부문 김효영 부장은 “기존에는 목적지 중심의 가치였다면, SDV는 경로 중심의 경험으로 차량의 의미가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이동 중 경험의 공간‘으로 재정의되는 것이다.

김효영 부장은 “고객이 SDV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인터페이스는 인포테인먼트로, 인포테인먼트는 즐거운 모빌리티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통칭할 수 있다”며 “고객에게 SDV를 더 안정적이고 편리하면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3가지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함을 추구해야 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야 하며, 고객에게 맞춤화된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생태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DV는 차량의 안전성, 편의성,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안전 측면에서 GM의 ‘온스타’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고 자동 감지, 긴급 서비스 요청, 환경 및 위치 정보의 실시간 전달 등 통합적인 안전 서비스가 확장된다. 편의성 측면에서 와이파이 연결, 원격 정비 예약, 개인화된 유지보수 가이드 등이 제공된다. 또한 V2X 연계 서비스를 통해 차량과 가정, 인프라 등과 연결성이 강화된다.

GM 한국연구개발법인 기술개발부문 박종욱 부장

SDV에서 주요 미래 기술로 강조되는 부분은 ‘자율주행’이다. GM은 ‘슈퍼크루즈’란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GM 한국연구개발법인 기술개발부문 박종욱 부장은 이를 “슈퍼크루즈는 세계 최초의 핸즈프리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이라며 “슈퍼크루즈는 기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서 한단계 더 발전한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HD 맵 기반의 슈퍼크루즈 기술은 카메라와 레이더 퓨전 시스템을 활용하며, 2025년 기준 20개 이상의 GM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슈퍼크루즈는 트레일러 주행 지원, 자동 및 수동 차선 변경, 운전자 주시 시스템 등의 기능을 포함하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차량에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수 있다.

SDV의 발전과 함께 자동차는 구매 시점 이후에도 진화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한다. SDV 진화의 핵심은 OTA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개선과 구독 모델이다. OTA와 구독 모델은 자동차 회사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창구로 자리잡고 있으며,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도전과제도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지도 데이터를 강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슈퍼크루즈 같은 고급 자율주행 기능이 국내에 출시 즉시 도입되기 어렵다. 한국GM은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 적용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써드파티 업체와 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합과 인터페이스 표준화 문제도 과제다. GM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오픈 아키텍처를 지향하며, 글로벌 커넥티비티 얼라이언스를 통해 통합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주요 파트너와 각 국가, 지역별 파트너와 원활한 협업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성을 요구한다.

GM이 제시하는 비전에 따르면, 미래의 자동차는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며, 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GM은 ‘이너스페이스’, ‘소셜스페이스’ 등 콘셉트 디자인을 통해 감정 기반 맞춤형 실내 공간, 탑승자 간 교류 가능한 확장형 공간 등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SDV로 전환은 자동차 제조사에게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던지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적 변화를 요구한다. 제조사에서 서비스 제공으로,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은 자동차 기업이 미래에 선두에 서기 위한 생존적 고민이다. GM은 여러 국가에서 SDV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며, 한국연구개발법인의 역할은 지역 맞춤화와 핵심기술 개발 모두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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