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장품 상태 굿, 오락실 체험도 맘껏…넷마블게임박물관 가보니
넷마블문화재단(이사장 방준혁)이 넷마블게임박물관을 개관했다. 위치는 서울시 구로구 지타워 3층이다. 넷마블 사옥으로 찾아가면 된다. 약 300평 면적에 게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임 기기와 소프트웨어, 주변 기기, 서적 등 2000종이 넘는 소장품을 확보했다. 도슨트(전시 안내)와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람객은 박물관 초입부터 대형 화면을 만날 수 있다. 게임 역사 퀘스트(임무)를 맡을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게임에 참여하듯 게임 역사를 알아볼 수 있게 했다. 게임 박물관다운 시도다. 영상을 보고 나면 본격적인 소장품 관람이 이어진다.

김성철 박물관장<대표 사진>에 따르면 박물관은 2016년부터 기획됐다. 지타워를 건립하면서 애초 게임 박물관을 고려했던 것이다. 그동안 소장품을 모으고 전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수장고에서 각종 게임 기기와 미디어를 보며 역사를 들여다보고, 게임 자료를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한껏 마련돼 있다.
소장품 상태는 대단히 좋았다. 첫 비디오게임으로 알려진 ‘테니스 포 투’ 기기는 2배 크기로 복각해 놓았다. 복각하지 않은 옛 게임기들이 신품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태가 좋은 것들이 적지 않았다.
1971년에 나온 첫 상업용 게임기도 확보했다. 1973년 제품을 옥션에서 낙찰 받아 한국에 들여왔다. 개관일 직전에 들여와 가까스로 전시가 가능했다. 당시 게임 한판 가격은 25센트로, 콜라 1병 가격과 같았다고 한다. 술집 내 주크박스 대용으로 설치했던 기기로, 성인 대상으로 운영됐다.

카트리지를 끼우는 게임기는 1977년에 처음 나왔다. 1970년대에 나온 수많은 게임기를 접할 수 있다. 1980년대말 한국 시장을 강타한 재믹스 게임기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재믹스 버전을 전시 중이다. 가장 오래된 한국 게임 개발작으로 평가되는 ‘신검의 전설’ 시리즈도 보인다. 1편을 구할 수 없어 2편을 전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2100여개 소장품을 확보했다. 소장품 인벤토리 코너에서 전시하지 않는 기기까지 살펴보고,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게임 직무를 알아보는 코너, 게임 제작 과정의 체험, 게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꾸미기), 게임 사운드 트랙 감상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옛날 잡지를 포함해 각종 게임 서적도 비치했다.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하다. 조재영 박물관 운영팀장은 이렇게 개방해도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다른 곳에 보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체험하기를 원했다”고 답했다. 라이브러리 공간 옆엔 알록달록한 게임팩을 비치한 포토존을 구성했다.
그 다음 기획 전시를 접할 수 있다. 첫 번째 기획 전시는 ‘한국의 PC 게임’이다. 한국 게임의 시작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조 팀장은 소장품 확보에서 첫 전시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고 회고했다.
“사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난항을 많이 겪었어요. 워낙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없고 시장에 나와 있는 것들이 없었습니다. 마니아분들도 (박물관에) 대여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셔서 저희가 모을 수 있는 최대한 모았습니다. 앞으로도 좀 업데이트해서 다시 한번 전시로 다뤄보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박물관 관람 마지막 공간은 오락실을 만들어 뒀다. 옛 아케이드 게임을 얼마든지 체험할 수 있다. 주로 1980년대 기판 게임을 비치했다. 40년 이상 된 기기들이 많아 개관 이후에도 여러 번 고쳐가며 전시 중이다.
넷마블게임박물관 체험 소감은 ‘자녀와 한 번 가볼 만하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는 물론 내륙에서 쉽게 접근이 가능한 유일한 게임 박물관이다. 직무 적성을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기기도 있었고, 어떻게 게임이 만들어지는지도 볼 수 있다. 잠깐 짬을 내 들르는 것도 좋겠지만, 진득하게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은 넷마블게임박물관 측의 답변이다.
박물관 설립 계기는?
넷마블게임박물관은 넷마블이 만든 게임박물관입니다. 게임문화유산을 보존, 연구, 전시하여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고자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넷마블게임박물관은 넷마블문화재단의 문화만들기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게임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고자 하는 넷마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입니다.
주요 관객은?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관객이 박물관을 즐기기를 기대하며 박물관을 기획했습니다. 현재 방문 관람객은 가족단위가 많고, 전시를 좋아하는 20~30대 관람객도 많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게임매니아도 있고, 최근에는 외국인 관람객의 방문이 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전시를 한국의 PC게임으로 기획한 이유는? 앞으로의 기획전시 기획방향은?
첫 전시를 한국의 PC게임을 선정한 이유는 한국 게임산업이 PC게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획 과정에서 한국 게임의 자료와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PC게임 부분을 더 보완하여 다시 한번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전시 주제는 게임과 스포츠, 게임과 예술 등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기획전시는 조금 더 대중적으로 친밀감 있는 전시로 구성 될 예정입니다.
보이는 수장고를 만든 계기는?
게임의 역사를 주제로 상설전시를 구성하다 보니 주요한 소장품을 선정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게임의 역사의 6개의 키워드에서 벗어나더라도 다양한 소장품을 볼 수 있도록 보이는 수장고를 준비했습니다. 소장품의 뒷면까지 볼 수 있도록 전시하여 게임기의 뒷면이나, 패키지의 텍스트를 궁금해 하는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오래된 게임기들이 많은데, 젊은 세대들도 공감하는지?
대략 50년전 기기 부터 최근 게임기와 게임들이 주요 소장품으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기획자 입장에서 세대별로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각자 자기 세대의 추억을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어린이가 서로 질문을 주고 받는 것이 게임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해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도 아버지 세대의 게임에 대해 잘 알고 흥미를 느낀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전시 게임의 선정 기준은?
게임의 역사를 6개의 주제로 나누고 그와 관련된 게임 유산을 소장품 중에서 선정했습니다. 초기 게임은 이미 연구된 주요한 기준들이 많았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게임의 숫자도 많고 선정 기준도 개인마다 다양했습니다. 최대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정했고, 소장품 수집 상황에 따라 상설전시라도 일부 소장품은 향후에 교체 될 수 있습니다.
체험 공간인 ‘플레이 컬렉션’ 게임 선정 기준은?
아케이드게임은 1980년대 한국의 전자오락실에서 느낄 수 있던 추억을 불러일으키도록 1980년대 게임을 중심으로 준비했습니다. 다만 <왕중왕>은 한국에서 개발된 아케이드 게임이기 때문에 1990년대 게임이지만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콘솔 게임과 PC게임은 당시에 인기 있었던 게임 중 세대를 불문하고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게임으로 준비했습니다. 대부분 당시의 실기를 그대로 설치했기 때문에 플레이 컬렉션의 플레이 게임은 때에 따라 교체될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 등이 있는지?
현재 4월 부터 초등 5학년부터 대학생까지 참여할수 있는 심층 프로그램인 (가칭)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게임의 역사부터 관련 직업까지 이해하고 실전에서 일하는 게임 전문가들을 만나는 교육프로그램입니다. 게임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고, 실제로 만드는 사람을 만난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견학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관람객들이 박물관 뮤지엄숍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다. 박물관과 관련된 제품 개발 계획은 없는지?
관람객 소비 동향을 파악하는 중입니다. 미니게임기, 캐릭터 상품 등 관람객들이 박물관 경험을 즐겁게 가져갈 수 있는 아트상품을 보완하여 구성하고 전시와 관련된 굿즈, 게임관련 도서도 함께 판매할 예정입니다.
도록제작 계획은 없는지?
개별 소장품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그런지 도록에 대한 문의가 있습니다. 그에 따라 올해 말에는 소장품 스토리를 담은 도록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소장품 연구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애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