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이 정리되고 있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에 이어 발란까지 기업회생 절차를 밟자,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구조조정의 시대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중소 이커머스는 어디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한 번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할인 또 할인…이제는 안된다니까요”
지난 몇 년간,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는 위기감이 심화됐습니다. 특히 벤처캐피탈(VC)이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 시기에는 이커머스 플랫폼 전반이 캐시버닝 전략으로 ‘할인’을 해 성장을 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캐시버닝 전략을 통한 할인에 한계가 오고 있습니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에 대해 “이커머스 플랫폼 내 할인만이 답이었던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했는데요.
업계 다수는 이 표현에 공감합니다. 더 이상 자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할인가로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말하고요.
특히 한 버티컬 플랫폼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 경각심이 생겨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의 핵심인 ‘셀러’가 빠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다수의 플랫폼이 중개 수수료로 먹고 사는 상황에서 셀러가 빠지기 시작하니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겁니다.
이커머스는 할인으로 덩치를 키우기에 급급해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했습니다. 다수가 남의 돈을 받아 장사를 했는데, 플랫폼 업계에 자금이 끊기면서 남의 돈으로 장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죠.
그렇기 때문에 굵직한 판매자들은 지난해 대부분 재무제표를 보고 상품을 빼는 채널도 생겼습니다.
버티컬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
특히 할인을 통해 보다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던 카테고리에 집중한 버티컬 플랫폼이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라이프스타일과 명품을 파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현재 가구를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은 오늘의집 한 곳만 남은 상황입니다. 특히다수는 코로나19 시기 인테리어를 신경쓰는 이들을 대상으로 규모를 키웠는데요.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체 대다수가 사라졌습니다.
최근 기업회생까지 이른 발란이 있는 명품 플랫폼 경우 조금 더 심각합니다. 발란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명품 수요가 활성화되면서,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기보다는 조금 더 저렴한 명품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요.
그 인기가 식었습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의 ‘2025 고가 의류 구매 및 패러디 영상 관련 인식 조사’에서 ‘(명품이) 사치에 불과하다”는 답변이 40%에 달했고요. 머트발로 불린 명품 플랫폼은 최근 명품을 취급하는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에 신뢰도 측면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 또한 명품 신장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버티컬에 집중한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은 영토를 넓혀가는 타 카테고리 플랫폼에 밀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신사의 29CM는 과거 여성 패션으로 유명했다면 홈과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한지 오래입니다.
“지금 살아남는 플랫폼, 3가지 중 하나”
하지만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이 어렵다는 건 아닙니다. 현재 흑자 전환을 한 기업도 많고요, 어느 정도 탄탄한 기반을 가진 기업들도 있지요.
이들은 ▲자체 브랜드 상품·서비스 차별화 및 광고 매출 증대 ▲할인 없는 버티컬 경쟁력 ▲모기업의 힘 3 가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수의 셀러들은 모기업이 탄탄한 플랫폼 기업이나, 흑자 전환을 한 기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동시에 서비스를 차별화한 기업에는 무신사와 오늘의집이 꼽힙니다.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1% 가량 성장한 1조2427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수수료 매출 외 상품매출과 제품매출 등 다양한 매출이 골고루 성장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9%, 상품매출은 30.3%, 제품 매출은 27.2%를 기록합니다. 이중 상품 매출은 무신사가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유통을 맡거나, 국내 브랜드의 해외 유통 등을 맡은 경우를 뜻하고요. 제품 매출은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등을 뜻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등 PB 매출이 성장 동력이 됐습니다. 2024년 수수료 매출은 전년 대비 24.2%, 상품 매출은 14.9% 성장했는데, 특히 제품 매출이 29.8% 성장했습니다.
오늘의집 또한 중개 수수료 외 수익 다각화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원하는날 도착(전 오늘의집 배송)과 PB입니다. 2021년부터 대형 물류센터를 확보해 직매입 배송을 시작한 오늘의집은 지난해까지 물류센터를 총 3곳으로 늘리면서 경쟁력을 키웠지요. 오늘의집은 지난해 자체 브랜드(PB)를 출시해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했고요.
인테리어 부문에서만 보면 이전에 인터뷰를 한 아파트멘터리도 유사한 사례입니다. 자체 브랜드(PB)를 출시해 자사 인테리어 서비스의 생태계를 한 층 넓힌 사례입니다.
5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지그재그도 차별화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그재그는 2023년부터 흑자 전환을 목표로 달렸는데요.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고요,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잠정 집계했습니다.
지그재그는 빠른 배송인 ‘직진배송’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습니다. 지난해 뷰티 단독 상품 등을 내세우며, 이용자수도 빠르게 늘렸고요.
위 회사들 모두 광고 매출을 늘리려고 시도하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무신사는 지난해부터 몰로코와 손잡고 광고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고요. 오늘의집 또한 2022년부터 꾸준하게 광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할인 경쟁 없는 분야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고 명품 시계 플랫폼 ‘바이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C2C 거래에 해당하지만, 고가 상품의 C2C이기에 가격 경쟁에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 지배력도 강하다는 게 강점입니다.
셀러들이 관심있는 영역은 ‘모회사가 탄탄한 기업’입니다. 현재 발란 등 명품 플랫폼이 침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셀러들이 관심을 가지는 회사는 크림입니다. 크림은 지난해부터 병행수입업자 등 브랜드 본사나 권리자가 아닌 이들도 자사 플랫폼 내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어, 셀러들의 관심이 몰리는 거죠.
다만 크림도 아직 적자기업입니다. 크림의 2023년 영업손실은 408억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인데요. 물론 직전년 대비 절반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셀러들이 크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역시 모회사 때문입니다. 크림의 모회사가 네이버거든요. 그렇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는 거죠. 최근 한정판 리셀 및 컨템포러리 패션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 크림이기도 하고요.
한편, 티메프에 이어 발란 미정산 사태가 터진 것에 대해 업계 다수는 “구조조정의 시대”가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크림은 성공적인 사례지만, 쿠팡과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에 셀러가 더욱 몰릴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고요. 소비자 또한 안정적인 플랫폼에 집중해, 점점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만으로 버티던 곳들이 뒤늦게 광고 수익을 더하지만 한계가 왔다고 본다”며, “(특히 발란은) VC투자에 기대 할인 전략을 내세웠지만 실패한 커머스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