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엔비디아 위협하는 3가지 요인은?

최근 AI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이 늘면서 엔비디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2014년부터 AI 기술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용 칩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사업은 엔비디아 총매출의 5%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 칩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해당 사업의 매출 비중은 2023년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2024년에는 8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AI 시장이 아직도 초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엔비디아의 앞날은 밝을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블룸버그가 14일(현지시각) “엔비디아 동향은 양호하지만 불안감이 느껴진다”며 “엔비디아에 불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를 위협할 만한 요인은 세 가지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유력한 경쟁사가 나타나 가격 경쟁을 시도하는 경우다. 현재 엔비디아와 견줄 만한 칩 제조사로는 AMD와 인텔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오랫동안 9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두 제조사가 지금 당장 엔비디아의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두 번째는 그동안 엔비디아 칩을 구매해 온 고객사가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 경우다.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은 메타가 자체 개발한 AI 칩으로 AI 시스템 훈련을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에는 오픈AI가 연내 자체 AI 칩 설계를 마치고 내년 중으로 대량 생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세 번째는 최신 고사양 칩 수요를 줄이는 기술이 등장하는 경우다. 지난 1월 중국 AI 기업 딥시크는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R1’을 선보였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지도학습 대신 모델이 행동에 따른 보상을 받으며 스스로 발전하는 강화학습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대형언어모델(LLM)을 여러 전문 모듈로 나눈 다음 필요한 모듈만 사용하는 방법으로 성능 효율을 끌어올렸다.

딥시크는 “R1 학습에 엔비디아 저성능 AI 칩 H800을 사용했으며, 오픈AI의 모델보다 적은 칩으로 구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발비는 약 600만달러(한화 약 87억원)로, 오픈AI 대비 수십 분의 1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오픈AI o1 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딥시크 R1 등장 이후 기업들의 AI 모델 개발 방향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최첨단 칩을 대량으로 사용해 성능이 우수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R1 발표 이후로는 ‘가성비가 좋은 AI 모델’을 개발하려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닉 프로스트 코히어 공동 창립자가 커맨드 A를 소개하고 있다 (코히어 홈페이지 갈무리)

13일 캐나다 AI 기술 기업 코히어는 기업용 AI 모델 ‘커맨드 A’를 발표했다. 엔비디아 저가형 AI 칩 A100이나 H100 두 개만으로 실행할 수 있다. 회사는 타사보다 적은 칩으로 동등하거나 나은 성능을 구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루 앞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H100 칩으로 구동 가능한 AI 모델 ‘젬마 3’를 공개했다.

기업들이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개발에 집중할수록 엔비디아 매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는 딥시크 R1이 발표된 날 가시화됐다. 이날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5890억달러(한화 약 852조원) 줄어들며 엔비디아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더 이상의 추락을 막으려면 지금보다 다양한 분야에 자사 칩이 쓰이도록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14일 보도에서 “다음 주에 젠슨 황에게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를 가리킨 말이다. 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900여개 기업이 엔비디아 기술과 관련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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