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로 울고 웃는 양대 서버 회사
전세계 서버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최적화 시스템의 출하 규모에 따라 서버 제조사의 실적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델테크놀로지스와 HPE의 분기 실적 발표는 엔비디아 GPU 수급 상황에 휘둘리는 서버 업체의 성적표를 보여줬다.
델테크놀로지스는 지난달 26일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해당 기간 동안 매출 239억달러, 영업이익 2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 40% 증가했다.
인프라스트럭처솔루션그룹(ISG) 4분기 매출은 113억52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서버 및 네트워킹 매출이 66억34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7% 증가했고, 스토리지 매출은 47억1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했다.
ISG 영업이익은 20억51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44% 증가했다.
서버 및 네트워킹 매출은 전년동기보다는 증가했지만, 이전 분기 대비 10% 감소했다. 이전 분기에도 직전 분기보다 다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두 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를 보인 것이다.
델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 출하가 시작되면서 주요 AI 고객사의 신제품 대기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xAI 등 대형 AI 기업과 계약으로 AI 서버 백로그가 약 90억달러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4분기 AI 주문 수요가 17억달러였으며 주문 출하량이 21억달러였다고 밝혔다. 델은 XE9680 서버 출시 후 매 분기마다 파이프라인이 증가했으며, 엔비디아 블랙웰 기반 시스템을 가장 먼저 출시해 대형 기업을 적절히 공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델은 새 회계연도 동안 150억달러의 AI 서버 출하량에 힘입어 ISG 매출이 연간 10% 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PE는 지난 6일 2025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해당 기간동안 매출 79억달러, 영업이익 6억1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16%, 9.96% 성장한 것이다.
사업별로 서버 매출이 4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29% 성장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늘어났지만 이전 분기보다 줄었다. 이중 AI 시스템 매출은 9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직전 분기보다 40% 가량 감소한 것이다. 특히 서버 사업의 마진율이 8.1%를 기록해 가이던스였던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안토니오 네리 HPE 최고경영자(CEO)는 “분기 말에 가까워지면서 기존 서버 가격이 재고 평가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 서버 마진 압박이 증가했다”며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 경쟁으로 인한 할인 증가가 이 문제를 더 심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세대 GPU 및 관련 구성요소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전환되면서 정상 수준보다 높은 AI 재고가 발생해 서버 마진이 더욱 압박을 받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인 조치를 실행했으며 긍정적 효과를 이미 보고 있고, 더 높은 AI 수익 전환을 포함해 완전한 이점을 실현하기까지 향후 1~2분기 동안 지속적 압박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전 세대의 GPU와 CPU 재고를 너무 많이 갖고 있었고, 경쟁사의 가격 공세에 대처하지 못했으며, 최신 세대 GPU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신제품 구매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HPE는 다음 분기 전망에서도 서버 매출의 감소를 제시했다. 하지만 점차 AI 서버의 매출 기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HPE는 1분기 동안 9억달러의 AI 시스템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누적 AI 시스템 주문은 83억달러이며, 신규 AI 시스템 주문이 지난 분기 16억달러였다고 했다. 이중 블랙웰 기반 제품이 70%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AI 시스템 백로그는 31억달러라고 밝혔다.
과거 기업용 서버 시장을 주도해온 델과 HPE지만, 생성형 AI 시대에 들어와 입지가 전과 달라졌다. 슈퍼마이크로를 비롯한 기업이 AI 서버 시장에서 급성장했고,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서버 구매처는 ODM이다. ODM 및 OEM 서버 제조사가 진작 블랙웰 GPU 제품을 양산한 것에 비해 HPE는 많이 처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 서버 시장 매출에서 폭스콘이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델은 2위로 밀렸고, HPE는 6위다. 슈퍼마이크로가 HPE보다 더 높은 서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서버 매출의 3분의 1은 AI 최적화 서버인 것으로 추정된다.
델은 그나마 엔비디아 H100 GPU에 최적화된 XE9680 서버를 일찌감치 출시해 시장 흐름의 수혜를 입었다.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AI 시스템 출시도 델과 ODM사에 비해 HPE는 한참 뒤처졌다. HPE는 2월중순 엔비디아 블랙웰 시스템을 처음으로 출하했다.
델이 대형 AI 모델 개발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반면, HPE의 AI 모델 개발회사 고객의 규모는 작다.
HPE의 AI 서버 주요 공급처는 엔터프라이즈 AI 부문이다. HPE는 또한 AI 모델 개발사보다 정부기관과 연구소의 슈퍼컴퓨터 시장에 집중해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