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 기업과 함께 인텔 파운드리 인수 추진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가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손잡고 인텔 파운드리 인수에 나선다.

로이터통신은 TSMC가 최근 엔비디아·AMD·브로드컴·퀄컴에 인텔 파운드리에 공동으로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함께 인텔 공장을 운영하자는 이야기다.

이 제안은 트럼프 정부가 최근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텔을 되살리려 TSMC에 지원을 요청한 뒤 이루어졌다. 인텔은 2024년 순손실 188억달러(한화 약 27조원)를 기록했다. 한 해 동안 주가는 49.2달러(1월 2일 시가)에서 20.05달러(12월 31일 종가)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매체는 트럼프 정부가 TSMC에 자금과 기술 지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가 외국 기업에 완전히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최종 거래에 미 행정부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며, TSMC는 인텔 파운드리를 운영하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뜻 보면 미 정부가 인텔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TSMC의 자본과 기술을 이용하는 구도다. 하지만 TSMC 입장에서도 인텔 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TSMC가 합작투자에 참여하는 기업이 향후 ‘고급 고객’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미국 기업이 TSMC 대신 인텔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을 맡기더라도 지분을 소유한 TSMC가 이득을 보는 구조기 때문이다.

TSMC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확보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2024년 4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순위는 TSMC가 67%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위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1.4% 감소한 8.1%에 그쳤다. 인텔은 자사 소화 물량을 제외한 점유율이 1% 미만으로 10위권 밖이다. 향후 미국 내 반도체 기업들이 인텔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맡기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금보다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TSMC는 최소 두 곳 이상의 칩 설계사가 파트너로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합작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안을 받은 기업 중 퀄컴은 동참 의사를 표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기업이 인텔의 사업부를 일부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와 별개로 칩 설계 부서를 매각하는 논의는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텔 내부에서도 부진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텔은 전 이사회 멤버 립부 탄을 3월 18일부터 자사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겠다고 12일 발표했다. 팻 겔싱어 전 CEO가 사임한 지 3개월 만이다.

탄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칩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사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의 CEO로 재직했다. 그가 재직하는 동안 케이던스의 매출은 두 배 이상, 주가는 3200%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한 메일에서 “인텔을 세계적 수준의 파운드리로 되살리고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부진한 현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임명을 두고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취임이 확정된 탄 CEO가 파운드리 사업 회생 의향을 나타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IT 컨설턴트 업체 제이골드어소시에이트의 잭 골드 사장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탄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인텔 파운드리가 잠재적 고객에게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데 도움 되는 소양”이라고 평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