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뭔가요] 클라우드 회사의 양자컴퓨터 투자

작년 말부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경쟁적으로 자체 양자컴퓨팅 하드웨어를 선보이고 있다. 양자컴퓨팅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 속에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대규모 베팅에 관심이 쏠린다.

구글은 일찌감치 자체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를 선보여왔다. 당대 최고 슈퍼컴퓨터를 가장 먼저 이긴 양자컴퓨터가 구글에서 나왔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AWS는 자체 하드웨어 기술을 선보이기보다 소프트웨어와 퍼블릭 클라우드 접근성을 제공하는데 주력했었다. 올해 들어 두 회사는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양자 칩 기술을 공개하며 선도 기업과 다른 접근방식으로 상용화를 앞당기는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12월의 구글 ‘윌로우(Willow)’, 2월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요라나1(Majorana1)’, AWS의 ‘오셀롯(Ocelot)’이 발표됐다. 모두 양자컴퓨터의 난제인 양자 오류를 핵심으로 삼았다. 양자오류는 어느 땐 0이었다가 어느 땐 1이기도 한 양자 중첩으로 발생하는 오류다. 양자컴퓨팅은 기본적인 속도뿐 아니라 확률적으로 낮은 오류율을 보여야 쓸 만한게 된다.

클라우드 빅3에서 개발하는 새로운 양자컴퓨터 기술은 무엇이고, 그들의 차이점을 정리해봤다.

구글 양자컴퓨팅 칩 ‘윌로우(Willow)’

구글은 2019년 ‘시카모어(Sycamore)’란 양자 칩을 공개한지 5년 만인 지난해 12월 9일 그 후속작 ‘윌로우’를 발표했다. 윌로우는 현존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인 ‘프런티어’를 압도하는 성능으로 홍보됐는데, 프론티어가 10의 25제곱년 걸려 수행할 계산을 5분만에 풀었다고 한다.

구글 윌로우의 특징은 우월한 성능과 양자 오류를 줄이는 방법이다. 윌로우는 105 큐비트를 보유한 초전도 칩이며, 시카모어는 54 큐비트(1개는 오류로 실제 53개)를 가졌다.

구글 윌로우

양자컴퓨터는 정보 단위인 큐비트 수 증가로 더 빠르게 더 많은 계산을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로 풀 수 없는 문제에서 월등한 우월성을 보이는 걸 ‘양자 우위’라고 부른다. 학계와 산업계는 1000 큐비트 이상이어야 양자 우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글은 윌로우가 큐비트를 격자형으로 확장시켜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양자컴퓨터의 난제인 양자 오류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보통 큐비트 수를 늘리면 오류율도 증가한다. 구글은 윌로우에서 큐비트의 그리드 배열을 3×3, 5×5, 7×7 순으로 확장하며 테스트했다. 윌로우가 시카모어보다 52개 더 많은 큐비트를 가졌으므로 약 4500조배 더 많은 계산 상태를 갖는다. 윌로우는 양자 상태 지속 시간도 20마이크로초에서 100마이크로초로 5배 늘렸다. 큐비트가 양자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면 더 복잡한 문제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은 무엇보다 양자 오류 수정 기술을 사용해 그리드를 확장할 때마다 오류율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성능 증가와 정반대로 그리드 배열의 확장마다 오류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큐비트 수를 늘리면서 오류도 줄인다는 ‘임계값 이하(below threshold)’를 논문에서 입증했다.

구글 양자컴퓨터의 로드맵 상 목표는 100만개의 물리적 큐비트로 1000개의 논리적 큐비트를 가진 대형 오류 수정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구글에서 기대하는 상용 양자컴퓨팅 애플리케이션 출시 시점은 2029년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양자 칩 ‘마요라나1(Majorana1)’

마이크로소프트는 2월 19일 위상 초전도체로 구동되는 새로운 양자 칩 ‘마요라나1’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 오류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만들었고, 자연 상태에 없는 양자 입자인 ‘마요라나’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마요라나 입자를 활용하면 100만 큐비트를 손바닥 크기 단일 칩에 담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요라나스(Majoranas)’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만들어지지 못했던 양자 입자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이 입자를 생성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듐비소 화합물과 알루미늄으로 ‘토포컨덕터(위상 초전도체)’란 완전히 새로운 재료를 만들었다. 마요라나1의 아키텍처는 토포컨덕터 상에서 알루미늄 나노와이어를 연결해 H자 모양의 각 끝점에 ‘마요라나제로모드(MZM)’를 둔다. 위상 큐비트 하나 당 4개의 제어 가능한 마요라나를 갖고, 위상 큐비트를 타일처럼 확장 배치해 100만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요라나1

마이크로소프트도 양자 오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마요라나 입자는 초전도체와 반도체로 만들어진 특수 나노 구조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마요라나로 생성된 큐비트는 안정적으로 양자 정보를 저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토포컨덕터로 마요라나를 보호하면 큐비트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오류 수정이 덜 필요해진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요라나 개발을 위해 연구소에서 약 20년 간 연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마요라나1은 8개의 위상 큐비트를 갖는다. 구글의 윌로우(105 큐비트), IBM의 이글(127 큐비트) 등과 비교해 빈약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요라나 고유의 오류 저항성 덕분에 오류 수정에 필요한 큐비트를 줄일 수 있고, 100만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요라나1의 확장성은 논문으로 증명됐을 뿐 실제로 가능할지 입증되지 않았다. 마요라나1의 성능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발표한 양자컴퓨팅 로드맵에 따라 하드웨어 수준에서 내재적 안정성을 가진 재료 기술을 획득했고 양자 유용성으로 가는 경로를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 첫 자체 양자 칩 ‘오셀롯(Ocelot)’

AWS는 2월27일 ‘오셀롯’이란 자체 개발 양자 칩을 발표했다. 오셀롯은 설계부터 양자 오류 수정에 초점을 맞췄다. AWS의 오셀롯은 완전히 새로운 큐비트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고양이 큐비트(cat qubits)’와 ‘트랜스몬 큐비트(transmon qubits)’를 교묘하게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취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에서 이름을 따온 고양이 큐비트는 비트 전환 오류에 강한 특성을 가지며 내결함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AWS는 이를 통해 양자 오류 수정에 필요한 비용을 10분의1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 전환 오류는 양자의 상태가 1이나 0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오류다. 고양이 큐비트란 단위는 단일 양자 상태가 여러 광자에 분산돼 있다. 광자 수 증가는 또다시 위상 전환 오류를 증가시킨다. 오셀롯은 트랜스몬 큐비트를 이용해 위상 전환 오류를 포착해 수정한다. AWS는 보손 입자(광자)에 의존하는 ‘보손 양자 오류 수정’을 활용해 양자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더 효율적으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큐비트 수를 늘리는 대신 진동자의 에너지를 늘려서 오류 수정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AWS 오셀롯

오셀롯은 각각 1제곱센티미터 크기 실리콘 마이크로칩 2개로 구성된다. 칩들은 전기적으로 연결된 스택 형태로 결합되며, 실리콘 표면에 양자 회로 요소를 형성하는 얇은 층의 초전도 물질이 배치된다. 오셀롯 칩은 5개의 고양이 큐비트와, 이를 안정화하기 위한 5개의 ‘버퍼 회로’, 오류를 감지하는 4개의 트랜스몬 큐비트를 갖는다.. 이로써 오셀롯의 큐비트 수는 9개다.

AWS의 주장대로 오류 수정에 필요한 큐비트 수를 90%까지 줄일 수 있다면, 구글 시카모어에 육박하는 오류율과 성능을 낼 수 있다. AWS 오셀롯은 아직 출시 전이며, 출시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

클라우드 기업은 왜 양자컴퓨터에 투자하나

세 회사 가운데 선두는 구글이다. 가장 많은 큐비트를 내장한 양자 칩을 선보이고 있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구체적인 성과를 증명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AWS는 이제 시작이다. 초전도체 방식의 큐비트 생성이란 점은 3사 다 똑같지만 소재 특성과 설계방식은 각기 다르다. 구글이 큐비트 수 확장 방식을 취하는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AWS는 설계 단계부터 양자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식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직 실체를 증명하지 못했다. 무엇이 우월한가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 마요라나1이나 AWS 오셀롯이 구글뿐 아니라 IBM, 퀀티넘, 아이온큐, 아톰컴퓨팅, 리게티 등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고 본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나 AWS의 접근방식이 실제로 가치 있다면 양자컴퓨팅의 중요 장애물인 양자 오류 문제를 돌파해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클라우드 기업의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투자는 우선 자체 기술력 확보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3사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 흐름 속에서 엔비디아 GPU 종속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양자컴퓨팅에선 외부 종속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한편으로 최첨단 기술 개발에서 주도권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전세계 IT 시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3사를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3사의 IT 시장 지배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패러다임 교체가 거론되는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건 그들에게 당연한 시도다. 새로운 컴퓨터의 등장 직후 아키텍처의 파편화는 예견된 상황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WS 등의 양자컴퓨터 아키텍처가 완전히 달라 상호 호환성을 확신할 수 없다. 특정 아키텍처의 시장 선점 효과가 어느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로 올해 들어 양자컴퓨팅 분야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자본이 양자컴퓨팅을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AI가 점차 거품론, 회의론에 오염되면서, 투자 시장의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하는 자본이 새 모멘텀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도 양자컴퓨팅 테마에 계속 포함되는 게 자본 확보에 유리하다. 자본시장의 투자금 규모가 커지고, 자본 획득 경쟁이 치열해지니 더욱 공격적이고 큰 목소리로 성과를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인재와 자본을 이미 보유한 세계 일류급 기업이 가만히 있다면, 그 자체로 평판 하락을 유발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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