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겜BN] 고양이 덕질했더니 1500만달러…넵튠-트리플라 사례보니
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에 밀린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응원을, 때로는 비판을 더해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고양이 오피스’, 미국 등 누적 매출 215억원 달성
사내 아이디어로 시작…고양이 테마 게임에 집중
미국 전담팀 꾸리기도…다양한 게임 확장 의지
넵튠(각자대표 강율빈, 정욱) 자회사 트리플라(대표 허산)가 자체 개발한 방치형 경영 시뮬레이션(타이쿤) 모바일 게임 ‘고양이 오피스(Office Cat: Idle Tycoon)’가 대박을 냈다. 올해 글로벌 출시된 모바일 타이쿤 게임 중 가장 높은 매출과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게임으로 조사됐다. 5월 3일에 출시돼 7개월여 만에 달성한 성과다.

센서타워 앱 퍼포먼스 데이터에 따르면, 고양이 오피스는 출시 후 전 세계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 누적 매출 약 1500만달러(약 215억원)를 기록했다. 2024년 5월 3일부터 12월 10일까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통합 추정치 기준이다.
‘고양이 오피스’는 여러 사무실을 꾸미고 고양이 직원들을 관리하며 사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게임이다. 효과적인 관리와 전략으로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 방치형 생산 방식을 가미해 이용자가 오프라인(미접속)일 때도 수익이 발생하며, 이를 통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직관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대부분 연령층이 어려움 없이 플레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트리플라는 ‘고양이 스낵바’와 ‘고양이 오피스’에 이어 최근 ‘용감한 고양이들(Bumbling Cats)’까지 출시하는 등 고양이 테마 게임을 꾸준히 내는 기업이다. 매출과 다운로드의 약 98%를 고양이 테마 게임에서 창출하고 있다. 전작 ‘고양이 스낵바’는 전 세계 캐주얼 방치형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회사 허산 대표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연찮게 고양이를 키우는 사내 직원들이 많아, 고양이 콘셉트에 주목했고 그 이후 한우물을 팠던 것이 성공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덧붙여 고양이 테마가 아닌 다양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허산 대표) 솔직히 말하면, 저희 회사에는 고양이 집사들이 너무 많아요. 자연스럽게 첫 게임 아이디어가 “우리 고양이 한번 그려볼까?”로 시작됐죠. 그런데, 첫 게임이 너무 잘된 거예요! 그때부터 “고양이가 대세인가?” 하면서 계속 고양이를 테마로 한 게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게다가 고양이 테마는 리소스 재활용이 아주 편리합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스낵바에 나왔던 고양이가 고양이 오피스에 출근하기도 하거든요. (이래서 다들 재능 있는 고양이를 키워야 합니다!) 또, 고양이를 계속 그리다 보니 어떤 고양이 스타일이 유저들에게 사랑받는지도 저희만의 비밀 데이터처럼 쌓였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고양이만 만드는 개발사는 아닙니다. 앞으로는 유저들이 좋아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고양이는 여전히 저희에게 시그니처 캐릭터 같은 존재지만요!
고양이 오피스의 성공 요인으로는 트리플라의 ‘데이터 분석’이 한몫했다. 회사 구성원들이 데이터에 집중하면서 꾸준히 성과를 쌓았다.
저희가 데이터 분석을 ‘잘한다’기보다는, 회사 전체가 데이터에 관심이 많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아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운영팀까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활용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기획자들은 “경쟁 게임이 어디서 잘 나가나?” 이런 데이터를 궁금해하고, 마케팅 팀은 자신이 만든 광고의 클릭률과 ROAS를 챙깁니다. 또, 일부 직원들은 “내가 쓰는 툴, 다른 사람도 알면 좋겠다!”며 자발적으로 분석 방법을 공유하기도 해요. 덕분에 데이터는 특정 직군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함께 볼 수 있는 공용 자원이 됐습니다.
쉽게 말해, 저희는 ‘데이터로 수다 떠는 회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그런 분위기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양이 오피스는 캐주얼 게임 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크게 성공을 거둬 눈길을 끈다. 미국 전담팀을 꾸리는 등 집중 타깃 국가로 삼았다. 허 대표는 “미국, 너만 바라본다” 모드로 들어갔다며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게임 다운로드 기준으로는 미국이 1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으며 멕시코(12.7%)와 한국(8.2%)이 뒤를 이었다. 매출 기준으로도 미국이 39.4%로 가장 큰 비중을, 한국(20.9%)과 일본(13.3%) 순으로 나타났다. 2024년 전세계 모바일 타이쿤 게임 다운로드 순위 8위, 매출 순위 26위에 랭크됐다.
주요 시장에 맞춘 이 같은 업데이트 전략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센서타워는 할로윈 시즌에 맞춰 미국에서 진행된 고양이 오피스 인앱 이벤트의 성공을 예로 들었다. 10월 16일부터 시작된 할로윈 프로모션 이벤트와 함께 고양이 오피스는 10월 18일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서 최고 일 매출인 4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저희 게임 다운로드와 매출의 4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어요. 사실 미국 유저들이 저희 게임을 엄청 사랑해 주고 있어서, 저희도 자연스럽게 “미국을 더 신경 써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아예 기준점을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다른 나라로 확장하기도 훨씬 쉽거든요. 이를 위해 현지화, 초반 유저 경험 개선, 성능 최적화를 위한 전담팀까지 꾸렸습니다.
이제는 내부 지표의 기준도 미국에 맞추고, 회사 전체가 미국 시장에 초점을 두고 움직이고 있어요. 심지어 회사에서 “요즘 어떤 게임이 핫하지?” 하고 보면 미국 게임부터 먼저 찾는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는 전사적으로 “미국, 너만 바라본다” 모드에 들어간 거죠. 결과로도 이어지면 더 좋겠죠?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트리플라는 내실을 다지면서 내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허 대표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두며 직원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희는 창업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고, 2025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성장’이 꼭 빠르게 달리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거든요. ‘건강한 성장’은 두 가지를 포함합니다. 하나는 조직 문화의 건강이고, 다른 하나는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건강이에요. 직원들이 “회사 다닐만 하다!”라고 느끼는 게 저희에게는 정말 중요합니다.
2025년도 특별히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기보다는, 지금처럼 유저들과 직원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너무 힘들지 않게, 하지만 재미있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