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전기와 전쟁을 벌이는 데이터센터
IT 시스템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센터. 서버부터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IT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를 한 곳에서 통합관리하는 만큼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이자 중요한 시설로 손꼽힌다. 특히 대량의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AI 시대에 데이터센터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아픈 수준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 너무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싶어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의 한계로 인해 확장을 포기할 때도 있다.
이런 점에서 데이터센터는 전기와의 전쟁을 벌이는 곳이다. 효율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최소한의 전기로 최대의 자원을 운영하는 것이 데이터센터의 중요한 미션이다.
이같은 미션을 해결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관련 최신 기술을 알아보자.
데이터센터란 무엇?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전력 공급시스템, 전원공급장치 등을 한 곳에 모은 IT 인프라다. 수많은 서버가 돌아가면서 스토리지에 들어있는 데이터를 IT 시스템 전반으로 뿌려준다. 내부 네트워크와 외부망 사이에서 패킷을 전달하는 라우터와 서버와 서버 간 통신을 담당하는 스위치, 보안을 담당하는 방화벽 등이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성한다.
자체 발전기를 비롯해 혹시 모를 정전 때 돌릴 무정전 전원공급장치 등 다양한 전력 수급 방식을 사용한다. 특히 높은 전력을 사용하면서 돌아가는 설비의 열기를 식히는 것도 중요한데, 바람을 이용하는 공랭식에 더해 최근에는 물을 사용하는 ‘수랭식’이 미래 데이터센터 냉각 방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전력 수급과 발열 잡기 전쟁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붐과 맞물려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수요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고민을 함께 가져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IEA)이 올해 1월 낸 리포트에 따르면 따르면 2022년 전세계 데이터센터가 쓴 전력은 전체 전력 수요의 2% 정도인 460테라와트시(TWh)였으나 2026년에는 소비량이 620TWh에서 최대 1050TWh까지 늘 것으로 분석됐다.
치솟는 에너지 소비량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에너지를 공급받을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드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기술들도 여럿 나타났다.
소형 모듈 원전(SMR): 최근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운영하는 아마존 등 해외 빅테크가 주목하는 기술이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대형 원자력 발전소 구성요소의 각각을 작게 ‘모듈화’한 구조다. 데이터센터 특성상 24시간 전력이 문제 없이 공급돼야 한다. SMR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널뛰는 풍력이나 태양광의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소형 모듈이기 때문에 전력 필요량에 따라 발전소 가동을 조절할 수 있어 활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게 특징이다. 구글은 미국 카이로스사가 운영하는 SMR과 전력 구매계약을 맺었고 아마존도 노스웨스트사와 전략 수급 계약을 체결했다. 단 SMR이 본격 적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계약 단계일 뿐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SMR은 없다. 기존 원전처럼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냉각 방식은 물을 사용하는 수랭식이 최근 차세대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바람으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이 기본이었지만 최근에는 수랭식 또한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며 ‘발열 잡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공랭식
컴퓨터실 에어컨(CRAC·Computer Room Air Conditioning): 데이터센터 외부에서 공기를 끌어들여 식힌 후 팬과 덕트로 센터 서버실 전체에 분배하는 방식이다. 찬 공기로 서버를 식히고 이 공기는 다시 외부로 배출된다. 대형 센터에서는 전체적으로 공기 흐름이 고르지 않을 수 있고 팬에서 나오는 먼지와 소음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컨테인먼트(Containment): 하나의 박스 형태로 둘러싼 컨테이너를 떠올리면 쉽다. 컨테이너 형태로 서버실 각각에 차폐벽을 세워 서버가 내뿜는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의 혼합 현상을 줄인다. CRAC의 경우 처음 넣었던 바람이 서버열로 달궈지고, 이 열이 다시 천장 통풍구로 나가는 구조다. 반면 컨테인먼트는 차가운 공기를 서버의 앞쪽으로, 뜨거운 공기는 서버 뒤쪽으로만 흐르게 하는 등 효율적인 공기 순환로를 세워 냉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수랭식
공랭식은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 데이터센터 전문기업 엠키스코어에 따르면 공랭식으로는 30kW 이하의 전력을 쓰는 랙까지만 원활한 냉각이 가능하다. 그 이상 전기를 쓰는 랙의 경우 발열은 더욱 심해진다. 이에 더 직관적으로 열을 많이 식힐 수 있는 수랭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직접액체냉각(DLC·Direct Liquid Cooling): 식힌 물을 파이프를 통해 흘려보내는 열을 식힌다. 서버랙 주변에 마치 혈관 같은 모습으로 파이프를 설치해 차가운 액체를 보내는 열을 식힌다. 냉각팬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아 조용하고 팬에서 나오는 먼지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액체를 냉각하는 칠러(Chiller) 설비와 파이프로 분배하는 펌프 시설은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액침냉각(IC·Immersion Cooling):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장비를 담궈 열을 식힌다. 파이프로 흘려보낸 액체를 통해 간접 냉각하는 DLC와 달리 직접 액체에 접촉시켜 냉각한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라 장비 고장 우려가 적고 DLC에 비해 높은 열전도율을 보인다. SK텔레콤을 비롯해 KT클라우드 등이 기술 검증에 성공한 바 있다.
아예 데이터센터 설비를 바다에 담그는 해저 데이터센터도 등장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2년간 시범운영했다. 하지만 길이 12.2m에 지름 2.8m에 불과한 원통형 프로토타입을 운영한 수준이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울산시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OIST), GS건설, 포스코 등과 해저 데이터센터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