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W 대기업 참여제한, 지지부진 논의에 업계도 갑론을박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추진 계획이 나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업계와 정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 행정망 먹통 사태로 급물살을 탔던 논의는 1년을 향해가는 지금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등 시행까지는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7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2013년 중견·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도를 만든 뒤 11년 만의 변화였다.
여기에 8월에는 관련 법안도 나왔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입법화하는 ‘SW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형 사업에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를 가능하도록 하고, 하한 사업금액은 과기정통부 고시로 지정하게 한 것이 핵심이다.
법안이 발의되면서 시행이 머지 않은 것 같았지만 업계 반발이라는 암초가 나타났다. 법안에 담긴 ‘하한 사업금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로 지정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안은 정책 방향일 뿐 결국 입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하지만 김장겸 의원이 낸 법안에는 700억원이라는 기준을 조항에 명시하지 않아 안심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개선안 발표 이후 여러 차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은 700억원이라는 숫자를 담은 조항 추가를 비롯해 참여제한 예외 사유에서의 신기술 분야 제외 등을 요구하면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견SW기업 관계자는 “법안에 금액 기준을 명시하지 않으면 결국 언제든지 정부가 바꿀 수 있는 고시를 따를 수 밖에 없어 사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지금의 방향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실 중견SW기업 업계에서는 일부 예외 분야를 제외하고 대기업의 참여를 모두 막아 놓은 현재 체계 유지가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견SW기업 관계자는 “사실 지금의 체계가 우리에게는 베스트(최선)인 상황“이라며 “충분히 대형 사업을 운영할 여력이 있는 만큼 현행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가 우선이다. 법안 시행 시점이 잡혀야 대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 기회가 열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선 법안이 통과된 후 시행 시기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켠에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중소SW기업 관계자는 “중견 기업이면 (운영능력과 자본 차원에서) 거의 대기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중견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 방안을 먼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700억원 이상 사업의 대기업 참여 허용에 대해서는 중견과 마찬가지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중견이든 중소든 대기업 참여 제한을 푸는 것에 대한 반대는 똑같을 것“이라며 “상생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 취지를 (정부가) 다시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키를 쥔 것은 국회와 정부 등 국가기관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행정망 마비 사태가 났던) 지난해만 해도 그렇게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이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말 한 마디 안 나오고 있다. 결국 또 논의는 지지부진해 질 것 같다“며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고시 개정과 세부 사항 등 제반 절차를 진행해 나가겠다“며 “원활한 시행이 가능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