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쇼핑이력으로 신용점수 낸다, ‘대안신용평가’
당신의 신용점수는 몇 점인가. 요즘은 핀테크, 뱅킹 앱에서 신용점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신용점수는 개인의 대출 연체 유무, 금액, 기간, 다중채무 등을 종합해 0점에서 100점까지 책정된다.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신용도가 좋은 것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예금이나 대출 등의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신용점수를 올리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대출금이 있다면 제때 잘 갚고, 세금을 잘 내면 된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개인마다 처한 사정과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직 돈을 벌지 않는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은 월급을 받지 않아 신용카드 사용 이력이 없고 가정주부들 또한 금융 이력이 적어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높은 이자(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은 자영업자, 프리랜서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을 금융이력이 거의 없는 씬파일러(Thinfiler)라고 한다.
최근에는 씬파일러들을 위한 전용 신용평가모형이 등장했다. 기존에는 금융이력 등을 중심으로 신용평가를 해 신용점수를 매겼다면, 대안신용평가모형은 금융이력에 비금융이력을 더해 신용점수를 책정한다. 예를 들어, 통신비 납부, 보험금 납부, 쇼핑 이력, 도서 구매 이력 등 개인의 신용도를 유추해볼 수 있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한다.

이러한 비금융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활용해 신용도를 책정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됐다. 지난 2020년 시행된 이른바 ‘데이터 3법(신용정보법)’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 등의 신용정보를 수집해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신용정보조회업(CB)이 개인사업자CB, 기업CB로 나눠졌다. 이때 개인CB 중 하나로 비금융데이터만을 활용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만드는 ‘비금융정보 전문CB’의 자격이 신설됐다. 현재 크레파스솔루션과 통신3사 등 5개사가 합작해 만든 통신대안평가가 해당된다.
기업들은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어떻게 활용할까. 사실 많은 기업들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활용 데이터 내역과 방식을 공개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네이버페이가 최근 CB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함께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면서 간략한 설명을 했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네이버페이와 나이스평가정보는 올 3월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이를 케이뱅크, SBI저축은행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기존 신용정보와 약 7300만건의 가명결합 데이터,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적용했다. 이때 활용한 비금융데이터는 네이버페이 이용내역, 마이데이터 기반의 자산 등이다. 즉, 개인의 소비활동의 규칙성, 지속성, 투자활동 등의 데이터를 신용정보와 결합하고 신용위험 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사업자일 경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발생하는 거래액, 배송건수, 문의 응답속도, 리뷰, 예약건수 등의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한다.
과연 이러한 비금융 데이터 활용은 신용도 평가에 도움이 될까. 네이버페이 측에 따르면, 해당 비금융 데이터로 신용도를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신용평가모형의 변별력 지표가 기존 평가모형 대비 13.57%p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CB업계에선 전세계와 비교했을 때 국내 금융 인프라와 CB의 정교화 수준이 높아 개인신용평가 기준으로, 대안신용평가모형이 타국 대비 폭발적인 영향력을 보이기 힘들 수 있다고 본다. 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 대표는 “대부분의 경제 활동 인구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 통신 정보는 신용평가 시 유의미하다”며 “다만, 국내 CB사들의 신용평가 수준이 전세계적으로 고도화되어 있고 금융정보가 잘 축적, 활용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CB업계에선 비금융정보 전문CB사 중 한 곳인 통신대안평가(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SGI서울보증 등이 합작해 만든 곳)가 향후 CB 시장에 얼만큼의 영향력을 미칠지에 따라, 국내 대안신용평가모형의 성장세가 달렸다고 본다.
관건은 기존 씬파일러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신용평가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 대표는 “이미 대학생, 주부 등 기존 씬파일러의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도 웬만큼 쌓여있다”며 “다만, 아직 고도화되어 있지 않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의 영역이 남아있어 이들을 위한 대안신용평가가 이뤄진다면 의미있는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