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공공·금융 등 B2B 시장 확장 가속페달
네이버의 생성 인공지능(AI) 모델 ‘하이버클로바X’가 금융권까지 보폭을 넓히면서 기업대기업(B2B)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출시 1년을 맞은 가운데 생태계 확장이 빨라지고 있다. 기업과 기관의 도입 사례가 늘어나는 한편 분야 또한 다양하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하면서 본격적인 수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20일 네이버클라우드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하이퍼클로바X와 관련해 맺은 업무협약(MOU) 개수는 총 68건이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쏘카, 호텔신라 등 다수가 굵직한 기업과 기관이다.
경북·전북·충남교육청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스마트러닝, 게임, 금융, 유통, 모빌리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면서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솔루션 개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보안기업 안랩과도 MOU를 맺고 안랩의 보안 솔루션에 하이퍼클로바X 적용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하이퍼클로바X를 도입한 건 보안과 안정성에 민감한 금융권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미래에셋증권의 금융 특화 소형언어모델(sLLM)을 구축하면서 금융권 첫 도입사례를 만들어냈다. 회사 사내 AI 챗봇에 하이퍼클로바X가 사용됐다.
독특한 점은 지난 4월 새로 출시한 ‘대시(DASH)’ 모델을 적용한 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클라우드 사용으로 인한 혹시 모를 정보 유출 등 보안 이슈를 예방하는 한편 금융 업무에 특화한 소형 모델이 필요했다. 이 대시 버전은 일반 모델보다 5분의 1 수준 가격인데다, 컴퓨팅 자원 효율이 높아 적격이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베일을 벗었던 하이퍼클로바X는 올해 들어 B2B 비즈니스에 더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다양한 분야로의 확대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면서 시장을 넓힌다.
3월에 체결했던 사우디아라비아 기술기업 아람코디지털과의 협약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최적화한 소버린 클라우드와 슈퍼앱 구축에 하이퍼클로바X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소버린 클라우드는 특정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현지 문화와 언어에 최적화한 AI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AI 솔루션을 제공하는게 회사의 목표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간 성과를 냈다.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기관인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클라우드 솔루션 ▲지능형 로봇 관련 서비스 연구개발 협력을 위한 MOU을 체결했다. 특히 하이퍼클로바X를 아랍어 기반 LLM 구축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한국어뿐 아니라 외국어에도 효율적인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미 오픈AI나 코히어, 메타 등 해외 유명기업이 만든 LLM이 많지만 네이버는 클라우드라는 기반 기술을 갖춘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기반의 엔터프라이즈용 챗봇이 주력인 타사와 달리 개발과 운영을 돕는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한다.
개발 지식이 없더라도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개발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를 비롯해 사내 전용망과 연결한 AI학습·운영 도구를 함께 제공하는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 등 기업의 생성AI 도입을 위한 서비스 상품을 보유했다. 특히 뉴로클라우드는 폐쇄된 네트워크 안에서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생성AI를 학습시킬 수 있어 기업에 특히 적합한 서비스다.
단 성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곤란하다. 4월 내놓은 대시 모델이 각광 받는 것도 문장 생성·변환, 분류, 요약과 같은 단순 프로세스부터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맞춤형 챗봇을 구현하는 데에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서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하이퍼클로바X는 대부분의 학습 데이터가 영어로 구성된 AI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한국어를 처리할 수 있어 우수한 비용 효율성과 사용성을 갖추고 있었다”며 “대시는 이러한 장점을 한층 강화한 모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클라우드 기반의 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포인트다. LLM을 활용할 때 해당 국가나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네이버는 프라이빗과 퍼블릭 모두를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구현할 수 있어 해외 기업이나 기관이 AI 주권을 지키는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하이퍼클로바X는 연일 성능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이미지 데이터도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능을 붙였다.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챗봇 클로바X를 쓰는 사용자들은 대화창에 업로드한 이미지에서 정보를 추출하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국내 초·중·고 검정고시 문항 1480개를 이미지 형태로 입력하고 문제를 풀게 한 결과 약 84%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오픈AI의 GPT-4o가 기록한 78%보다 높은 수치다.
꼭 엔터프라이즈가 아니라도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하이퍼클로바X의 높은 활용성을 방증한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에 입점한 사업자를 위한 ‘플레이스AI 리뷰 관리’ 서비스는 AI가 사용자 후기에 대한 답변 초안을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클라우드로 1246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 분기(1170억원)와 비교해서는 약 76억원, 전년 동기(1050억원) 대비로는 약 2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증가율로만 보면 서치플랫폼·커머스·핀테크· 콘텐츠 부문을 모두 제치고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이퍼클로바X 고객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매출이 계속 증가할 거라는 게 회사의 기대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다양한 적용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