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 정책 나와야…시도 없다면 비겁한 행동”

박정하 의원실-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 게임산업 정책포럼’ 개최
독일과 일본 수준 안되더라도 실질적 지원책 요구 강성 발언 나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난 5월 게임산업 진흥 계획을 발표하면서 안팎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예산 책정도 없었고 이렇다 할 실행 방안도 없어서다. 말 그대로 진흥하겠다는 선언만 담겼다. 그것도 진흥책이 콘솔(가정용 게임기) 위주였다. 콘솔 불모지인 국내에서 콘솔을 주축으로 진흥하겠다는 문체부의 야심찬 계획은 의문부호가 붙었다.

물론 국내 게임 기업들이 콘솔로 하나둘 눈돌리는 추세다. 아직 대형 기업 위주다. 정부가 콘솔을 지원하겠다면 개발 환경을 조성하고 수출의 다리를 놓아주는 전략이 언급된다.

그보다 업계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는 ‘인디 게임 지원’이다. 주로 스타트업들이 도전하는 분야다. 인디 게임은 여러 의미로 해석되나, 기업과 프로젝트의 규모를 떠나 독창적인 시도를 담은 게임을 말한다. 세계 최대 PC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선 인디가 하나의 장르처럼 인식돼 이용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14일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과 한국게임정책학회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한국 게임산업 정책포럼’이 열렸다. 글로벌 게임 트렌드와 콘솔 인디 게임 지원 필요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발제자로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와 최성욱 넥슨코리아 본부장, 여승환 스마일게이트 창작ESD 사업담당 이사가 나섰다.

“콘솔(가정용 게임기)이나 인디(독창성이 강한) 게임이 국내에서 주로 개발했던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쉬운 영역은 아니긴 합니다. 그렇지만 항상 쉬운 것만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새로운 시도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요. 콘솔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많이 퍼져있습니다. 아시아쪽은 한국과 중국, 동남아에서 늘어나는 추세이고요. 5년에서 10년 후를 봤을때 의미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이승훈 교수)”

이 교수는 정부에 인디 게임 지원 요청을 강하게 설파했다. 중소 개발사에서 수많은 시도가 있어서다. 특히 중국 등지에서 엄청난 게임 물량이 쏟아질 전망으로 시장 경쟁 격화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중장기 발표를 했기 때문에 내년 게임 지원 정책에 대해 콘텐츠진흥원 쪽에서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독일과 일본 (인디 게임 지원책) 수준까지는 안 되더라도 좀 더 많은 정책 지원들이 있다면 좋은 성과나 결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도 하고, 또 새로운 시도들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아예 시도를 안 해보는 건 오히려 더 비겁한 행동이지 않을까 싶고요.”

“게임산업의 허들이나 규제라든가 완화해 주신다면 인디나 콘솔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게임 산업 측면에서 다시 (역성장 우려를 딛고) 되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넥슨 발표 화면 갈무리

최성욱 넥슨코리아 본부장은 ‘데이브 더 다이버’와 ‘퍼스트 디센던트’ 등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넥슨의 성공 이유는 단순하다. 다만 실행이 쉽지 않다. 이용자들과 밀도 높은 친화적 운영을 통해 출시 전 콘텐츠 개선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성공은 넥슨의 서비스 노하우와 강점이 담긴 밀도 높은 유저 소통, 끊임 없는 피드백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식 출시 전부터 끊임없는 유저 테스트와 투명한 피드백 반영 및 결과 공개로 많은 호평을 끌어냈고요.”

“스팀에선 매년 1만개가 넘는 게임이 출시되고 그 중 수익이 발생하는 게임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경쟁 강도가 매우 높은 시장인데요. 동시에 유저의 평가가 게임의 성공을 좌우하는 커뮤니티 평가가 뚜렷한 플랫폼입니다. 긍정 평가와 리뷰가 쌓이면 더 많은 유저들에게 추천이 되고 이는 초기 브랜드 인지도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브에선 필수 사항이 아니었음에도 지속적인 피드백 확인과 개발 초기 단계부터 모든 테스트를 공개하면서 전반적인 게임 개선과 개발 과정을 유저 커뮤니티에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얼리액세스(시범출시) 기간에 25개의 개선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유저 관심 지표와 만족도가 큰 폭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발표 화면 갈무리

여승환 스마일게이트 이사는 한국판 스팀을 목표하는 ‘스토브 인디’ 등을 소개하고 현업에서 인디 게임 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인디 게임을 창작자 철학과 매력을 담아내는 게임으로 정의하고 지난 2011년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다. 국내 인디게임의 살아있는 전설인 ‘산나비’가 스마일게이트 지원으로 출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인디 게임 어려움 관련해) 2021년에 아이디어를 내고 2022년에 팀을 결성, 2023년에 지원을 받으면서 개발을 진행하는데 그 사이에서 스팀에 나가서 싸워야 할 경쟁작이 2만6000개가 딱 늘어난 상태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여전히 출시는 모호한 상태죠. 유저들 마음에 들게 만들어야 되니까 오랜기간 개발하지만 경쟁작들이 늘어나고 그래서 장기간 자신들의 전략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어려운 콘텐츠 영역이 인디 게임입니다.”

여 이사는 ‘협력적 경쟁’을 언급했다. 대형 게임사들이 될성부른 게임의 판권 확보를 목표로 과열이 될 정도로 투자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퍼블리싱을 빼고 개발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의 예를 들었다. 이는 개별 기업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으로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게임을 가리지 않고 퍼블리싱 권한 확보 없이 개발 지원 투자를 하는 흔치 않은 기업이다.

”퍼블리싱 부분을 빼고 개발비 일부 지원이라든지 고민의 깊이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디 게임 생태계를 만드는 부분은 협력적 경쟁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개발사들이 중견 기업이 되고 대형 개발사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 생태계 지원에서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에 DDP에서 인디게임 오프라인 전시를 했습니다. 1만8000여명이 오셨고요. 게임만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5000명에 달합니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인디 게임 자체에 또 인디 게임이 주는 참신함에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는 걸로 봤고요. 스마일게이트는 인디 씬이 더 커져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플레이어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재단이 임팩트 지원을 하기도 하고요. 게임 철학에 대한 간섭은 없되 단계적이고 지속적 형태로 지원책이 구성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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