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튀는 공무원, 제주에서 야구모자로 창업한 이유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신영웅은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네이버에서 홍보 일을 하다가 서울시장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청에서 유일하게 ‘볼캡’을 쓰고 다니던, 튀는 공무원 신영웅이 다음으로 택한 것은 창업. 서울에서 지리상으로 제일 먼 제주로 날아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모자’로 회사를 차렸다.

태리타운도 조금은 튀는 모자 회사다. 주로 겨울에 쓰는 소재로 알려진 ‘코듀로이’로는 여름 모자를, 여름 소재인 ‘나일론’으로는 겨울 모자를 만든다. 특정 소재가 특정 겨울에만 쓰인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루프우프라는 프로젝트를 열고, 또 다른 모자 브랜드 올리버도 론칭했다. 루프우프 프로젝트로 낸 수익은 대부분 제주의 마당견 집 지어주기에 쓰인다.

제주살이 2년을 넘긴 신영웅은 최근 서울살이 시절 알던 이들에게 “마당견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한 모자 프로젝트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 한 통을 돌렸다. 모자는 그의 생각에 최고의 입간판이다. 사회에 전하고픈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모자는 모자람이 없다. “I need a roof, woof!(집이 필요해, 멍!)”이라는 메시지를 적은 이 모자로, 신영웅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픈 걸까? 그와 인터뷰를 나눠봤다.

신영웅 태리타운 대표

태리타운은 어떤 회산가?

볼캡(야구모자)을 열심히 만드는 회사다.

원래 모자덕후라는 말을 들어본 것 같다

아버지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야구 선수셨다. 그래서 나도 어릴 때부터 볼캡을 계속 써왔다. 서울시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할 때도, 일부러 출근할 때 모자를 썼다.

튀는 공무원이었겠다

네이버 출신의 비서관에 대해서 사람들이 “쟤가 여기 와서 뭘 할 수 있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들 보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반대로 이 사람들이 안 하는, 전에 듣도보도 못한 걸 해야 하겠다 싶었다. 그 중 하나가 출근할 때 일부러 모자를 쓴 거다. 약간은 “나, 이 업계 전문가야”라는, 치기 어린 반항의 의미로 모자를 썼던 것 같다.

모자가 신영웅 대표의 시그니처로 느껴진다. 그런데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템은 있어도 이걸로 사업화까지 하는 일은 드물다

원래는 은퇴를 하고 나면 모자로 사업을 하려 했다. 모자 사업은 나중의 일이었고, 당장은 프리랜서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제주로 이주를 하게 됐다. 제주에서 함께 재미있는 일을 도모할 멤버들을 모았고, 여기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함께 고민했다. 그러다 나온 것이 카페와 모자 사업이다.

 모자는 원래 나중에 하려던 사업인데, 왜 미리 당겼나

왜냐하면,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게 너무 허상처럼 느껴졌다. 몇 년을 붙잡고 있었고 계속 투자 유치를 위한 IR을 다니고 그랬는데, 이런 삶 말고, 우리 현생에 조금 더 발을 붙이고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손으로 만져지는 것을 만들어서 팔아보자,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멤버들이 “그럼 대표인 네가 제일 잘 알고 제일 잘 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을 하더라. 거기서 나온 답이 ‘모자’가 된 거다.

태리타운이 그냥 모자만 만드는 곳은 아닌 거 같은데

내 업이 업이다 보니(마케터), 우리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볼캡에 담아보자고 생각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볼캡은 되게 좋은 광고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필요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일종의 무브먼트 프로젝트’를 모자라는 패션 브랜드로 하고 있는 거다.

그 캠페인을 왜 모자로 하나

모자를 쓴 사람을 바라볼 때는 시선이 모자로 가장 먼저 간다. 그 모자에 뭐가 쓰여 있는지, 어떤 그림이 있는 지를 제일 처음 보는 거다. 되게 좋은 빌보드(입간판)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여기에 담자고 했다. 우리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무브먼트 그룹이 되자라는 생각으로 모자에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로 어떤 메시지를 모자에 담나

일부러 여름에 쓰는 코듀로이 모자를 만들고, 겨울에 쓰는 나일론 모자를 만든다. 소재랑 계절을 반대로 했다. 왜냐하면, 어떤 소재를 어떤 계절에만 써야 한다는 그게 편견이니까. 편견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만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면, 그 사람의 능력도 제한되고, 판단하는 사람의 인식도 제한된다. 한계에 갇히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저희의 메시지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생각하라는.

근데 겨울에 코듀로이 쓰는 건 편견이라기 보다, 그게 더 따뜻해서 아닌가?

면사로 직조를 하다보니까, 면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다라 달라진다.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고, 오히려 코듀로이의 골을 촘촘히 만들면 더 시원한 효과를 줄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그렇게 만든 남성 정장 브랜드도 있다.

루프우프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젝트인가?

우리가 유기견을 도우려면 유기견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이것도 일종의 편견인 게, 유기견 돕기보다 유기견을 안 만드는 게 더 중요하더라. 그래서 방치견을 돌보면 유기견 수가 줄어들거라고 봤다. 방치견에 집을 지어주자는 메시지를 모자에 담아 ‘올리버’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방치견이 제주에서 농작물을 망치는 피해 사례도 꽤 많은데, 이런 걸 줄이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이메일을 보니 개를 무서워 한다고 하던데…

원래는 진짜 많이 무서워했다. 제주에서 카페를 하다보니, 강아지를 동행하는 손님을 진짜 많이 만났다. 그래서 강아지가 편해진 게 있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얼마전에 제주에서 운전을 하다가 말을 태운 트럭을 봤다. 재미있어서 영상으로 찍어서 올렸는데, 1000만 뷰가 넘는 반응이 왔다. 재미있다는 댓글이 계속 달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동물이 불쌍하다, 이걸 보고 웃느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충격을 받았다. 말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내가 동물권에 대해 감수성이 무디다는 걸 알았다. 스스로 많이 불편해졌다. 나같은 사람이 많을 터이니, 내가 이걸 뭔가 조금이라도 개선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에 빨리 나섰다

제주도이다 보니 태풍이 한 번 오면 난리다 아니다. 개 집도 날아가는데, 방치된 강아지를 무서워서 구하지 못한 경험이 한 번 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니까,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모자를 만드는 것이므로, 이 수익금을 전액 기부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제주에서 유기견 관련한 활동을 하는 공길언니를 소개 받아 후원하려 했더니 “그러지 말고 같이 집을 짓자”는 제안을 줘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게 있다면?

회사는 다행히 상승세라 매출이 계속 잘 오르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모자를 생산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우리가 작은 회사다 보니 공장에서는 우선순위가 되지 못한다. 생산속도가 느린 게 너무 아쉽다.

또 하나, 새로운 프로젝트도 생각 중이다. 여성들의 유리천장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내고 싶다. 그에 관련한 아이디어를 지금 짜고 있다. 이 메시지를 더 잘 내기 위해서 저희보다 더 힘이 있는 그룹이 함께 했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득권이다. 고학력, 고스펙을 가진 기득권 남성인데, 이런 사람들이 여성의 유리천장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 지금 사회는 너무 양극화 돼 있다. 반대쪽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심지어 제주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재미있는 소재가 있다. 보통은 건국설화, 탄생설화가 다 남성인데, 제주는 그렇지 않다. 제주의 탄생설화에 나오는 할머니를 모티브로 모자를 만들고, 이걸 통해 여성의 유리천장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얼마전에 코트라재팬(KOTRA 도쿄무역관)에서 연락이 와서 우리 상품을 조금 보냈다. 미국의 쇼핑몰에도 입점 제안을 넣어 놓은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고. 해외 진출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여름 코듀로이 모자의 매출 급상승이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야 코듀로이가 겨울 소재라는 편견을 진짜로 깨는 거니까 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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