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 전략은 뭐가 다를까?
드디어 애플이 AI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애플은 이번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개발자 대회 ‘WWDC 204’에서 자사의 AI 전략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발표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먼저 AI에 뛰어든 경쟁사의 전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애플의 AI는 인공일반지능(AGI)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픈AI와 같은 회사는 AGI의 개발이 자사의 미션이라고 밝히고 있다. AGI는 인간과 같은 사고 능력을 가진 AI를 말한다. 특수한 영역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사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오픈AI뿐 아니라 거의 모든 AI 업체의 미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플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애플은 AGI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다. 오직 아이폰이나 맥북과 같은 자사의 디바이스에서 조금 더 편리하게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다.
애플 인텔리전스에 내장된 LLM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에는 애플이 직접 개발한 두 개의 LLM이 내장돼 있다. 하나는 디바이스에서 구동되는 LLM이고, 다른 하나는 애플의 서버와 연결되는 LLM이다. 전자의 매개변수는 30억 개에 불과하다. 챗GPT가 사용하는 구버전 LLM인 GPT-3의 매개변수 수인 1750억 개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매우 크다.
애플 측은 “애플 인텔리전스에 내장된 기본 모델은 텍스트 작성 및 다듬기, 알림 우선 순위 지정 및 요약, 지인과의 대화를 위한 재미있는 이미지 생성, 앱 내 작업 수행 등 사용자 경험에 맞게 미세 조정되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전략도 다르다. 다른 AI 업체들은 AI 서비스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 메인 비즈니스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사가 클라우드에서 LLM을 이용할 수 있도록 API(Application Programing Language)를 제공하고 오픈AI는 유료 AI 서비스를 판매한다. 또는 오피스 제품에 AI 기능을 추가해 기업이 더 비싼 플랜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거의 모든 제품에 AI를 추가하는 모습이다.
반면 애플은 AI는 자사 디바이스 고객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다. 오직 아이폰과 같은 디바이스를 통해 AI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아이폰이나 맥북에 담겨있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AI에 활용할 수 있어 챗GPT와 같은 일반 AI와 다르게 개인화된 AI가 될 수 있다. 이용자의 일정, 위치, 메시지 등과 연동된 AI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애플 디바이스는 소비자 AI 관문이 될까
애플이 매개변수가 30억개에 불과한 LLM을 만든 것은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애플 인텔리전스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GPT-4o이나 제미나이처럼 클라우드와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이슈가 현저히 줄어들고, 대규모 엔비디아 GPU를 통한 계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크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와 친환경은 지난 10년간 애플의 핵심 마케팅 메시지였다.
대신 애플은 AI 관문이 되기로 했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자체 LLM으로 충분치 않은 업무의 경우 애플 디바이스 운영체제 내에서 외부 LLM을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첫번째 파트너는 오픈AI의 챗GPT다. iOS나 맥OS 내에서 챗GPT에 무료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은 오픈AI뿐 아니라 다른 AI 모델도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이용자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할 수도 있고 원하는 다른 AI 모델을 사용할 수도 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책임자인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는 “미래에는 구글 제미나이와 같은 모델과의 통합을 기대한다”면서 “그게 우리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