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한국 기업입니까?”…C커머스 침공 속 고민해야 할 문제 세 가지

“차이나 커머스와 관련된 중소 유통, 제조 관점에서 정책 철학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유통 정책 철학이 ‘한국 유통 산업 생태계 발전이다’고 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지금부터 고려 사항을 말하면 의문이 명백합니다.

한국 유통 기업을 육성하실 겁니까? 한국의 유통 기업은 누구입니까? 쿠팡은 한국 기업입니까? 그러면 차이나 커머스로 들어온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유통 생태계에 포함된 플레이어 아닙니까?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정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면 먼저 자영업을 통해 일부만 (지원)해”, 이렇게 하실 겁니까? 한국에 뿌리를 두고 발전된 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겁니까? 그러면 지원해 줄 겁니까? 규모는 어떻게 할 겁니까? 규제를 할 겁니까? 규제 방식은 어떻게 할 겁니까?

이게 안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때그때마다 (사안별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차별적 정의가) 안 정해져있습니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유통 제조업의 위기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유통 산업 정책 내에서의 지원 대상에 대한 정의가 뚜렷하지 않다며, 한국 유통 생태계에 뿌리 내린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가 이같이 이야기한 이유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일명 ‘C커머스’로 불리는 중국 국경간 거래(CBT) 플랫폼이 한국으로 대거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과 제조 산업의 위기를 타파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박 교수는 C커머스의 침공 속 각각 플랫폼과 소비자, 그리고 중소 제조·유통 기업을 고려해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두 교수와 토론자로 참여한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현 상황을 유통 생태계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정책 차원에서 ‘한국 유통 생태계’에 대한 정의, 플랫폼 관점에서의 데이터 등 다양한 사안이 제기됐습니다.

 

중국 플랫폼, 지금 한국에서 어떤 단계인가요?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직구 플랫폼의 한국 진출을 ‘온라인 유통 시장 내 새로운 경쟁 국면 돌입’이라고 평가하면서, “시장 자체가 성장률이 줄어들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중국 직구 플랫폼의 성장 요인으로 ▲ 중국 내수 시장 부진 ▲플랫폼 기술력 ▲자본력 ▲원가 절감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등을 꼽았습니다.

이에 더해 박 교수는 C커머스가 이미 현재 한국 시장에서 양적·질적 성장을 상당 부분 이뤘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규모를 만드는 외향적 지표들을 많이 만들고 있으며, 질적인 전개 또한 상당부분 잘 이뤄지고 있다”며 “C커머스의 특징은 수수료 정책에 있어서 파격적인 제시, 물류 경쟁력 제고, 데이터 중요성 인지, 규모의 경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플랫폼 간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플랫폼의 거래비용 투명화’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산업연구원 구진경 박사는 “유사 공산품이 한국과 중국 직구 플랫폼에서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로 세금 등이 제기되지만, 단순 공산품에서 5~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건 세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국내 유통 구조의 문제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비용이 국내 유통의 가격 경쟁력을 저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플랫폼 기반 유통 구조 변화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봤습니다. , 과거 유통 구조는 제조-도매-소매-소비자로 연결되었다면, 이제는 금융, IT 등 다양한 비용이 발생하는 플랫폼 생태계 내 거래비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조를 투명화해 경쟁을 유도, 플랫폼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플랫폼의 가치, 데이터에 있다” 

이날 정 교수와 박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해 ‘데이터’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유통 산업에서 데이터로 인한 수익 사업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는 사실에 더해 데이터 안보 또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 교수는 “유통 산업은 인공지능 경쟁 시대다”고 정의하며, “기술 기업이 유통에서도 선두로 올라올 수밖에없다”고 말했습니다. 고객 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 누가 더 잘 분석할 수 있느냐가 유통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고, 결국 기술 기업이 유리할 것이라는 풀이입니다. 알리바바, 핀둬둬, 텐센트 등이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이들의 한국 진출이 국내 기업의 경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정 교수는 보기도 했죠.

박 교수는 C커머스가 판매 수익보다는 데이터로 인한 새로운 수익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리테일에서 판매로 수익을 내는 시대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며 “최근 등장하는 리테일 미디어 등 데이터가 필요한 영역에서 이익을 내는 방식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가 단기적으로 판매 수익에서 손해를 봐도 데이터를 확보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데이터 안보의 문제도 C커머스로 인한 주요 우려 사안으로 제기됐습니다. 정 교수는 “중국 업체들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한국 소비자 정보, 거래 정보, 기업 정보가 무방비하게 중국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옥경영 숙명여대 교수 또한 “미국 컨슈머 리포트에서는 테무, 쉬인 판매 제품의 정보 보안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 교수는 한국 플랫폼이 역직구를 위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또 “정부가 코리아세일페스타나 동행세일 등을 해외향으로 진행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쿠팡, 큐텐 뿐만 아니라 11번가, 네이버 등도 해외 사업을 활성화해 우리나라 소상공인과 셀러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소 제조·유통 상생, 유통 정책 속 정의부터 우선돼야”

이날 토론 발제자로 나선 박 교수는 우리 나라 유통 정책의 차별적 정의와 정책 정비가 선행돼야 제도라는 틀 안에서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이 전략을 만들어 상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유통 산업 정책에서의 ‘한국 유통 기업’, ‘지원 및 규제 대상’ 등의 정의가 명료하지 않다며, 한국 유통 생태계에서 뿌리 내린 주자를 선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혁신을 지원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규제는 기존 수평적 규제가 아닌 글로벌 표준 수준에서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중소기업의 현실에 대해 박 교수는 “이미 중소기업은 C커머스에 대한 우려가 크며,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계속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경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관련된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유통ㆍ제조업의 위기’ 토론회 자료집 중

그는 중소 제조기업에 대해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플랫폼에 올렸을 때 자산 축적이 어려운 구조를 가진 게 중소 제조 기업의 한계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채널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중소기업은 항상 제도가 지원이나 규제 등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산업 행태가 정해지는 분야라는 인식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유통ㆍ제조업의 위기’ 토론회 자료집 중

현장에서의 위기 의식은 더욱 높습니다. 실제로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국 이커머스 해외직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320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중국 직구 플랫폼에 대해 향후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 교수 또한 “중국 직구 플랫폼의 진입으로, 한국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굉장히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150달러 미만 세금 면제가 일부 소비자에 대해 편의를 제공하는 것인데, 사업화되다보니 국내 업체와의 역차별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중소 제조기업 입장에서 C커머스의 장점은 판로확대의 기회이며, 다만 최저가 입점 압박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소 유통기업 입장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중간상 배제를 시도한 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중간상의 기회를 볼 수 있으나, 어중간한 소매 업자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같이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기존 상생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의 글로컬라이제이션이 필요하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입니다. 특히 중국 이커머스와 한국 중소기업의 상생을 유도하고, C커머스가 기존 유통생태계에서 활동하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중소 제조업체의 경쟁력 판단과 생존 지원, 그리고 새로운 중간상이 필요할 때까지 소프트랜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또 새로운 중간상의 시각에 대한 대비와 기존 시장 진입 경쟁력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소비자는 똑똑하다”…”소비자 보호, 정부보다는 소비자 단체에서 목소리 내야” 

이날 정 교수는 “소비자들은 합리적이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에 대해 패널티 강화와 소비자단체의 적극 대처를 요청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이유로 최근 80개 품목 원천 봉쇄 당시 여론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정 교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고 글로벌 트렌드이기 때문에 한국만의 독자적인 행동으로는 쉽지 않다”며 “경쟁력을 키우면서, 적절한 규제도 영리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지금이 소비자들이 계속 중국 플랫폼을 이용할지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 교수는 “지난 4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이용자 수 증가세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향후에도 고성장은 어려울 것이고, 소비자들이 계속 이용할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 없이도 유통되는 개인 직구 상품에 대해 “소비자 피해에 대해 패널티를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많이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소비자 단체의 적극적인 행동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국가 간 무역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 단체 차원에서의 민원 제기 등이 중요하다는 분석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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