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라인이 뭐길래

네이버가 개발한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 지배구조 변경을 요구하면서 “일본이 라인을 빼앗으려 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논란은 정치권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라인이 무엇이길래, 일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길래 이토록 논란이 되는 것일까.

라인의 역사

라인의 역사를 시작하기 전에, 일본 시장에 도전해온 네이버의 역사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01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했다. 한국에 회사를 설립한 다다음 해다. 창업초기부터 일본 시장을 두드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 시장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국 2005년 네이버재팬은 철수했다.

네이버가 일본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는 검색 기술력을 높여 일본 시장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검색엔진업체 첫눈을 35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식 통합검색보다 구글식 웹검색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라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신중호 CPO(제품책임자)가 바로 첫눈의 CTO(최고기술책임자)였다.

2009 년 7월, 네이버는 다시 일본에서 검색 서비스를 출시했다. 첫 번째 실패를 교훈삼아 검색 기술력 강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두번째 도전도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일부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두번째 도전도 실패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당시 네이버재팬에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준비하던 팀이 있었다. 불과 3명의 작은 팀이었다. 이 팀은 모바일 메신저와 사진 고유 서비스를 놓고 무엇을 먼저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메신저로 방향을 확정했다. 가족이나 지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네이버재팬은 2011년 6월 23일 라인을 최초로 선보였다.

라인은 출시 반년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무료 통화 및 스탬프(스티커) 기능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2012년 7월에는 등록자수 5000만명, 2013년 1월 1억명, 2013년 11월 3억명, 2014년 4월 4억명을 돌파했다

라인이 인기를 끌면서 네이버의 일본 사업은 라인 중심으로 재편됐다. 2012년 한게임 서비스를 일본에서 제공하던 NHN재팬, 라인과 검색을 서비스하던 네이버재팬, 네이버가 인수한 일본의 커뮤니티 서비스 라이브도어를 통합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NHN재팬이라는 회사 이름을 라인 주식회사로 바꾸었다. NHN 재팬의 게임 사업은 분할했다. 라인 주식회사는 2016년 7월에 도쿄 거래소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그러다가 2019년 11월,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한다는 깜짝 발표가 나왔다. 일본 내 포털 시장의 1위와 모바일 메신저 1위가 통합한다는 발표였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카카오와 네이버의 통합과 같은 충격적 소식이었다.

라인을 소유한 네이버와 야후재팬을 소유한 소프트뱅크가 함께 A홀딩스라는 합자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가 라인과 야후재팬을 소유하는 지배구조로 만들자는 게 골자였다. 현재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해 A홀딩스가 라인야후를 지배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의 지분 50%씩 가지고 있다.

완벽히 동등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네이버는 라인의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긴 상황이다. 라인의 실적은 2021년 3월부터 네이버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었다. 라인야후의 이사회에 네이버 측 인사는 신중호 CPO뿐이었는데, 현재는 그도 이사회 멤버에서 물러났다.

라인의 현재

라인은 현재 일본에서 사회적 인프라에 가깝다. 태국, 대만 등에서도 지배적 모바일 메신저이지만, 일본에서는 특히 그 역할이 크다. 한국에서 카카오톡 없이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일본에서도 라인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라인을 통해 대화를 하고,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듣고, 예약을 하고, 쇼핑을 하고, 투자를 하고, 결제를 한다.

심지어 일본의 전자정부와 같은 기능도 하고 있다. ‘정부를 위한 라인(Line for Goverment)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수많은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이 서비스를 이용해 시민과 접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후쿠오카의 경우, 대형폐기물 수거요청을 라인을 통해 받는다. 라인으로 신청하고 라인페이로 결제하면 대형폐기물을 내놓을 수 있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전화로 신청을 했다.

기업들도 라인으로 고객을 관리한다. 라인 공식계정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다.

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펼치지만 라인야후의 소속이 아닌 서비스도 있다. 예를 들어 라인웹툰은 라인야후가 아닌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이 운영하는 회사다. 또 협업 솔루션인 라인웍스는 네이버 클라우드의 자회사다. 만약 네이버가 A홀딩스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해도 이 서비스는 여전히 네이버 소속으로 남아있다.

네이버는 왜 소프트뱅크와 경영통합을 했을까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발표하던 2019년 당시, 라인은 일본과 대만, 태국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뒀지만 확산이 정체된 상태였다.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당시 라인은 글로벌 확산 대신 한국의 카카오와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내수(일본 등) 시장에서 다양한 영역에 침투하며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었다.

이 시기 네이버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 책임자)는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에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다. AI 등 신기술은 거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규모에서 밀려 미국-중국 빅테크에 짓밟힐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주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은 야후재팬과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캐시리스(현금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었고, 이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라인페이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빅테크와 싸울 힘을 키워야 하는데, 야후재팬과 일본 시장 내에서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해진 GIO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한-일의 대표 인터넷기업이 힘을 합쳐 중국-미국의 빅테크와 겨룰 수 있는 체급의 인터넷 기업을 만들자고 한 것이다. 이데사와 다케시 라인 CEO는 당시 “위기감 중 하나는 세계적 거대 아이티 기업의 존재다. 우리 양사가 하나가 되어도 미국 거대 기업과 사이에는 자릿수가 다른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AI, 이커머스, 핀테크, O2O 등의 영역에서 일본 내에서 출혈 경쟁하지 말자는 통합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이 경영통합은 네이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경영통합 이후 출혈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 라인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목표로 했던 글로벌 진출이나 미국 빅테크에 맞설 수준의 인터넷 기업의 탄생이라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양사는 특히 AI 개발에 힘을 합치기로 했지만, 하이퍼클로바 등 네이버가 자랑하는 AI는 소프트뱅크 측의 지원없이 만들었다. 소프트뱅크는 라인을 흡수함으로써 일본 최대 인터넷 모바일 기업을 소유하게 됐지만, 네이버가 직접적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다. 야후재팬의 검색을 네이버로 대체하지도 못했고,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도 일본에서 실패했다. 야후재팬은 네이버가 한국에서 쌓은 역량을 일본 시장에 전이하는 플랫폼이 되지 못했다.

참고기사 : [심재석의 입장] 야후를 얻으려던 네이버, 라인을 내주다

문제의 해킹 사건

2023년 11월 라인야후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진다. 라인야후가 이용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의 협력사 직원이 악성코드에 감염됐고, 이 때문에 네이버 클라우드 AD 서버 2개가 멀웨어에 감염, 관리자 권한이 탈취됐다. 라인야후의 사용자, 거래처 직원, 라인 야후 및 네이버 그룹의 임직원, 업무 위탁처 파견원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라인야후 발표에 따르면, 총 30만2569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으며, 일본 유저는 12만9894건이라고 밝혔다.

일본 총무성은 해킹사건 이후 행정지도를 발표했다. 내용은 ▲라인야후와 네이버의 네트워크 분리 ▲보안 시스템 강화 ▲위탁 업무 감독 강화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라고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 부분이다. 총무성은 “재발을 확실하게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지 일부 시스템 네트워크의 기술적 분리 조치 등을 강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보안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위험을 감안한 실효적인 대책을 실현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를 모회사 등을 포함, 그룹 전체에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무성은 특히 경영 체제의 재검토까지 언급했다. 총무성은 “위탁처(네이버)로부터 자본적인 지배를 상당 정도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네이버의 지분을 내놓고 라인야후에서 손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네이버의 입장은?

일본 총무성이 해킹 사고를 이유로 라인야후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언급하자 국내에서는 큰 반발이 일었다.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이 키운 서비스를 강탈하려 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현 정부의 대일외교 저자세 논란이 있는데, 이번 사안이 더해지며 정치권에서도 시끄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일본의 라인 강탈’이라는 프레임 속에 많은 이들이 분노를 표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분노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네이버 측은 이미 라인이 자사의 소유라는 인식을 별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와의 경영통합 과정에서 라인은 소프트뱅크 쪽으로 넘어갔다고 보는 듯하다. 그래서 네이버는 이번 논란에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감정적으로 한-일전이 벌어지면, 지분을 매각하고 싶어도 여론의 눈치보며 못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A홀딩스 지분을 정리하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사실상 처음에 계획했던 비즈니스 시너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차라리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모습이다. 네이버 측은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네이버가 라인에 초연한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른 서비스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 스노우, 제페토 등이 네이버가 글로벌에서 기대하는 후보다. 또 AI와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등의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급된 것도 네이버를 고무시키는 요소다.

추가) 이 기사가 출고된 후,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대통령실 발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 네이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5월 16일 9시 41분)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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