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업계는 생성AI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챗GPT가 등장한 이후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는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분명히 앞으로 세상을 뒤집을 엄청난 기술임에는 분명한데, 당장의 활용도는 무엇인지 판단이 쉽게 서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적 완성도도 아직 중요한 업무에 사용하기에는 불확실하다. 자칫 고객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리비젼컨설팅 전용준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리테일&로지스 테크 컨퍼런스 2024’에 강연자로 나서 리테일 업계에서 생성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이미 많은 리테일 기업들이 생성 AI를 조금씩은 활용하고 있다.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고 프랜차이즈의 경우 점주 지원용 챗봇 등도 등장했다. 전 대표는 “유통업체 다수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금씩은 생성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 기술이 얼마나 생산성을 높여주고 비즈니스 확장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은 문제나 오답(할루시네이션) 생성, 성능 이슈 등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조금씩 실제 활용 사례들이 공개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희망을 가질 대목이라고 전 대표는 전했다.
월마트가 생성AI를 활용하는 법
전 대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빠른 움직임이 있다. 월마트의 경우 생성AI 붐이 일기 전에도 AI 기술을 적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직원용으로 AI 어시스턴트 앱을 만들었고, 고객을 위한 쇼핑 보조 도구도 만들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거실 사진을 올려 놓으면 AI가 그에 맞는 상품을 제시하는 식이다.
월마트는 또 생성AI를 통한 검색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저러한 행사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상품들 알려줘, 친구들하고 모여 축구경기를 보려는데 뭐가 필요해, A 제품과 호환되는 제품 보여줘, 라는 식의 질문이 가능하다. 기존의 검색엔진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질의들이다. 월마트는 인도에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에도 관련 기술자를 수백 명 보유하고 있다.
물론 생성AI는 아직 완벽한 답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멀챗(Merchat)이라는 서비스는 챗봇과 대화를 통해 고객이 요구에 맞는 상품을 파악해 추천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답을 내놓으려는 생성AI의 특성상 잘못된 질문에 답을 내놓기도 한다. ‘세 살인 고등학생에게 어울리는 선물’이라는 말이 안 되는 질문에도 답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전 대표는 아직 대고객 서비스에 생성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다. 생일 축하 같은 마케팅 문자를 생성AI에게 맡길 수는 있겠지만, 다소 어색한 말투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인해 고객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전 대표는 우선 생성AI를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사용해볼 것을 권했다. 생성AI를 통해 데이터 분석 코드를 만들어 시각화를 한다거나 데이터 뭉치에서 추세를 찾아 달라고 할 수 있다. 또 상품이 잘 팔린 이유를 물어 본다거나 잘 팔리는 상품의 특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수요 예측과 같은 복잡한 모델도 순식간에 만들어준다. 고객 리뷰를 수치적으로 분석해볼 수도 있다. 보통 고객 리뷰를 집계해서 평점을 매기는데 생성AI는 순식간에 이를 자동화할 수 있다.
상품 설명을 만들 때 생성AI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고 전 대표는 강조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 상품 설명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사람이 일일이 상품 설명을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냉동식품에 부대찌개 대한 설명을 한다면 부대찌개의 역사와 같은 콘텐츠도 AI로 만들어 상품설명에 넣을 수 있다. 상품 설명 페이지가 콘텐츠 자체로서 가치를 갖게 되면 그 페이지에 방문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 설명이 있다면 판매는 당연히 증가할 것이다.
특히 전 대표는 비즈니스 전략이나 계획을 세울 때 생성AI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실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얘기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요즘 생성AI는 검색 기능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상당히 고품질의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고, 기존의 기술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강하게 드라이브를 할 거냐, 어디에 집중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 인사, 마케팅, 물류, 생산 등 각 영역에서 생성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큰 숙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