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근거 있는 자신감 ‘인텔리전스랩스’
‘업계 1강’ 넥슨, 탄탄한 라이브·신작 포트폴리오 강점
‘인텔리전스랩스’, 게임 외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서 성과
타사도 쓸 수 있게 오픈 전환…비(非)게임서 비교 불가 영역 개척
넥슨(한국대표 이정헌)은 지난해 게임 업계 내 두각을 보인 기업 중 첫손에 꼽힌다. 대형 경쟁사가 연매출 2조원대에 머물 때, 3조원을 넘겨 4조원 고지를 바라보는 유일한 회사다.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세계 시장에서 통한 신작 개발은 물론 십수년된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에서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독보적 성과를 내면서 업계 1강에 올랐다.
올 한해 대형 신작도 줄줄이 출시를 앞뒀다. 오랜 기간 담금질을 거친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와 ‘더 파이널스’ 흥행 사례를 낸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작도 데뷔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를 낸 넥슨 민트로켓의 차기작인 ‘낙원’도 올해 출시가 예상되는 타이틀이다.
이처럼 넥슨은 업계 내 가장 많은 라이브 타이틀과 신작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다. 핵심 경쟁력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욱 주목할 부분이 있다. ‘비(非)게임’ 분야다. 오히려 국내에서 비교 대상 기업이 없을 정도의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언제 이만큼 컸나? 중견 개발사 뺨치는 인텔리전스랩스
넥슨은 지난 2017년 설립한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게임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자사 게임에 적용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 약 700명 규모의 인력을 확보했다. 게임 업계 최대 AI와 데이터 연구 규모 조직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오는 3월 이사회 절차를 거쳐 넥슨 한국법인 차기 대표직에 오를 강대현 부사장이 이끈 조직이다. ‘덕장 스타일’로 알려진 강 부사장은 넥슨의 전폭적인 지지로 무제한 채용 권한을 받아 중견 개발사 정도의 대규모 사내 연구 조직을 키워냈다.
‘게임 데이터에 답 있다’ 데이터 솔루션 오픈 전환
지난해 4월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다양한 조직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집약해 개발한 플랫폼·데이터 기반 솔루션 ‘게임스케일(Gamescale)’을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게임스케일은 게임 내 결제, 상점, 쿠폰 이용 등의 플랫폼 서비스와 보안, 데이터, UX분석 등 인게임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게임 운영 솔루션이다.
넥슨은 자사 게임에만 적용해 오던 게임스케일을 오픈 솔루션으로 전환하면서 더 많은 게임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업계 전체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게임스케일 공개 이후 국내외 수많은 게임사 뿐만 아니라 외부 솔루션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며 이 같은 취지에 공감했다는 게 넥슨 설명이다.
게임스케일이 가장 중점으로 두는 것은 이용자 경험 강화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FC온라인’ 등 30년 가까이 게임 서비스를 통해 축적해 온 라이브 운영 경험과 이용자 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게임스케일은 ▲보안 패키지 ▲마케팅 패키지 ▲커뮤니티 패키지 ▲비즈니스 패키지 ▲데이터 분석 패키지 ▲QA 패키지 ▲운영 패키지 등 총 7개 패키지 73개 제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게임 안팎의 다양한 구성 요소에 대한 기술 서비스를 지원한다.
게임 매칭을 단순히 이용자 간 실력차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이 반영된 맥락 정보(데이터)를 통해 정밀한 매치 메이킹을 하거나, 게임 업데이트 내용 중에서도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추천하는 것이 그 예다. 또 2022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출시 당시 서비스 시작 3시간만에 비인가 프로그램을 어뷰징(오용)한 이용자를 발견해 신속히 대응한 사례처럼, 보안을 강화함으로써 이탈율을 줄이는 역할 역시 게임스케일의 몫이다.
게임스케일의 솔루션은 실제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여 수치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게임 내 개인화 광고를 집행하자 164% 이상의 리텐션 효과를 보았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이탈 가능성 있는 40%의 이용자의 재접속을 유도했으며, ‘FC 온라인’ 역시 3년 연속 최고 매출을 경신한 바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앞으로도 게임개발, 사업, 보안, 인프라, 운영, QA 등 다양한 유관부서와 함께 힘을 모아 발전해가는 게임 서비스 관련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게임스케일에 반영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게임 속 친구, 더 똑똑하게…생성형 AI 연구 집중
인텔리전스랩스가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수많은 솔루션의 지향점은 ‘즐거움의 극대화’이다.
즉 이용자가 경험하는 전반적인 서비스를 개선해 게임 몰입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인텔리전스랩스 연구의 골자다.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은 게임스케일 공개 이후 “넥슨만의 AI 모델을 만들기보다 현존하는 AI 모델을 가지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쪽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넥슨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생성형 AI다. 지금까지의 게임이 초기 개발 단계와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설정한 공통된 스토리 콘텐츠만을 제공했다면, 인텔리전스랩스는 생성형 AI를 통해 이용자 개인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게임 자체와 1:1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가 고안한 ‘넥슨 보이스 크리에이터(Nexon Voice Creator)’ 기술 모델이 그 예다. 자사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지도 높은 게임 디렉터의 목소리와 억양을 거의 동일한 수준의 음성으로 생성하거나, 이러한 음성 생성 기술을 활용해 성우의 녹음 없이도 NPC에 음성을 입히는 것이다. 스포츠 게임에서 중계 또는 해설을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이용자는 자신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화된 메시지나 정보를 음성으로 듣게 되어 게임에 보다 몰두할 수 있다.
보이스 크리에이터에는 딥러닝 기반의 TTS(Text-to-Speech), 즉 입력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에 실제 음성 데이터의 특징을 추출해 적용하는 방법이 쓰였다. 생성한 음성에 세부적인 한국어의 특성과 감정 표현까지 더해 게임 내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음성 합성이 가능해졌고, 소량의 데이터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
넥슨은 게임 내 캐릭터가 정해진 스크립트를 벗어나 이용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AI NPC’ 기능을 연구 중이다. NPC나 보스 등 고정 캐릭터가 정해진 대사를 반복하는 대신, 개별 페르소나를 가진 NPC가 게임 내 세계관을 바탕으로 개별 플레이 특징에 맞는 다양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사냥, 퀘스트 수행 등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나 반대로 이용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조언해주는 등 보다 1대1 소통에 가까운 게임을 구현할 수 있다. 게임의 콘텐츠가 풍성해지고 플레이 몰입도가 한층 높아진다는 점에서 인텔리전스랩스가 추구하는 이용자 경험 강화라는 목표에 부합한다.
게임 속 AI 윤리 기틀도 마련
넥슨은 생성형 AI 연구가 게임의 재미와 편의성을 대폭 증대할 수 있다는 데서 중요한 만큼 여기에 따라오는 AI 윤리 역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개발 중인 다양한 생성형 AI 기술에 따르는 AI 윤리 정책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가령 AI NPC는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거나 거짓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편향되거나 차별적, 혐오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우려를 보완하고자 인텔리전스랩스 내부에서도 여러 단계의 방지책을 고민 중이다. 넥슨은 도용범죄 탐지 기술, 게임 속 욕설을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고성능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AI에게 학습시키고 확장해 AI 윤리 측면에도 다면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인텔리전스랩스는 앞으로 출시할 신작에도 게임스케일을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을 폭넓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넥슨 실험실’을 통해 유저 개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할 예정이다. 배준영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은 “게임 몰입도와 편의성 향상은 물론, 유저들이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게임 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를 포함해 전방위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