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잊은 무신사의 ‘브랜드 성장 컨설팅’

작년 거래액 4조원대 추정
브랜드 기획부터 판로 확대 등 전방위 지원
신생 브랜드 발굴 꾸준히 이어와
커뮤니티서 출발…고객 충성도 최상위

무신사(대표 한문일)는 패션 플랫폼 1위 기업이다. 작년 거래액은 4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2조원대, 2022년 3조원대 등 폭발적인 연간 거래액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덩치만 키우진 않았다. 몇 안 되는 흑자 커머스 기업이기도 하다. 2012년 법인 설립 이후 한 번도 영업적자를 낸 적이 없다. 패션 커뮤니티와 결합한 버티컬 커머스로서 고객 충성도에서 업계 최상위 입지를 다진 결과다.

회사는 플랫폼 성장 동력으로 간단한 명제를 내세우고 있다. ‘브랜드와 동반성장’이다. 브랜드가 성장해야 무신사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 누구나 아는 명제이나 플랫폼 내 선순환 모델로 작동시키기가 쉽지 않다.

홍순준 무신사 Head of Corporate Development

홍순준 무신사 기업 개발 책임자(Head of Corporate Development)가 오는 2월 1일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주최하는 2024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클릭) 세미나에서 ‘브랜드의 성공이 곧 무신사의 성공’이라는 주제로 연단에 선다. 발표 현장에서 무신사가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키우고 성공을 나누는지 관련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다. 기사로는 간략한 내용을 첨부한다.

홍 책임자는 “브랜드의 성공이 곧 무신사의 성공이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파트너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윈-윈 관계’를 구축한 것이 현재의 무신사로 성장한 배경”이라며 “앞으로도 무신사를 중심으로 ‘패션 공동체’를 형성하고, 나아가 국내 패션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다각도에서 파트너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컸나

무신사는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개설한 스니커즈 마니아 커뮤니티 ‘무신사(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가 모태다. 여느 기업과 태생이 다르다. 수많은 브랜드와 상부상조하며 커왔다.

회사에 따르면 2000년대 당시 한국 패션 시장은 고급화, 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중소 규모의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입지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조차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스스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고, 대형 패션 기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되는 것이 성공의 한 척도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또한 온라인 패션 시장은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 상품을 떼와서 마진을 붙여 판매하거나, 해외 브랜드를 병행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무신사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을 위해 패션 화보와 브랜드 소개 콘텐츠를 만들었다. 브랜드가 잘 되는 것이 무신사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브랜드는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아도,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열지 않아도 충분한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외 고객에게 사랑받는 자신만의 정체성과 콘셉트가 뚜렷한 국내 브랜드가 증가하고 있고, 무신사와 함께 성장하는 국내 브랜드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와 같은 성과를 방증하고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무신사는 대기업이 먼저 찾는 스토어로도 유명하다. 글로벌 브랜드 폴로 랄프 로렌은 지난 2018년부터 무신사와 손잡고 10~20대 타깃 접점 마케팅을 확대하며 무신사에서만 연 1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을 정도로 대세 브랜드로 다시 부상했다. 매 시즌 신제품 발매와 동시에 무신사 매거진 쇼케이스와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감성을 선보이고 있다. 또 무신사 단독 상품을 출시하고, 패션문화 편집공간 무신사 테라스에서 고객 초청 파티를 펼치는 등 다양한 협업으로 시너지를 이끌고 있다.

이외에도 무신사에서 꾸준히 인기 브랜드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패션 대기업 브랜드로는 휠라, 아디다스, 컨버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있다.

브랜드 조력자로

패션 에디터, 포토그래퍼, 영상 PD까지 무신사에는 100여 명이 넘는 미디어 콘텐츠 전문 인력들이 매일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감각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신사TV, 무신사 스토어에서 선보이는 쇼케이스와 프레젠테이션 등 온라인 콘텐츠가 있다.

입점 브랜드가 ‘상품 기획 인사이트 프로그램’ 및 ‘시즌 프리뷰’를 연 2회 정례화해 진행하고 있다. 시즌 프리뷰는 브랜드가 다음 시즌 디자인 샘플을 선공개하고 상품 발매 여부를 고객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온·오프라인 행사다. 상품 생산 전 고객의 피드백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브랜드들이 기존에 시도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기획과 디자인을 마음껏 선보이고, 기획 적중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24SS 시즌 프리뷰에서는 30개 브랜드가 참여해 200여 개 프리뷰 상품을 선보였으며, 이중 투표를 통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상품은 올해 2월 실제로 발매될 예정이다.

무신사는 고객 대상 쿠폰과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 저단가 상품의 배송비를 지원하고 선정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입점 브랜드가 실질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재무적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입점 브랜드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제품 생산 지원을 비롯해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재무, 물류, CS 컨설팅도 제공한다.

중소 패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옥외 디지털 광고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8년부터 강남대로, 도산공원, 이태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주요 지역에서 옥외 광고 구좌를 운영하고,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 브랜드에 생산자금 무이자 지원

무신사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 패션 브랜드의 성장도 돕고 있다. 계절별 생산 주기에 맞춰 시즌별 생산 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있다.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 대규모의 생산 자금이 필요한 패션업계 특유의 ‘선(先) 생산 후(後) 판매’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책이다.

2015년부터 진행한 동반성장 프로젝트의 누적 생산 자금 지원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하며 자금을 지원받은 브랜드의 매출 성장률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게 무신사 전언이다.

무신사는 국내 패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국내외 비상장 패션 중소기업,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와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 벤처 투자 기업 무신사 파트너스도 설립했다. 2020년 5월 창업투자회사로 신규 등록하면서 본격적인 투자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기준으로 무신사 파트너스는 60여 곳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무신사 파트너스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영역에 잠재력을 갖춘 브랜드를 선별해 투자 및 경영 자문을 지원하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브랜드 글로벌로…13개 지역 스토어 론칭

무신사는 2022년 9월 말 일본, 미국을 비롯한 13개 지역에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했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 단독 입점한 떠그클럽, 써저리, 유스 등을 비롯해 디스이즈네버댓, 앤더슨벨, 로우클래식 아크메드라비, 에이카 화이트, 쿠어 등 1500여개에 가까운 K-패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으며, 입점 브랜드는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23년 4월에 무신사가 일본 도쿄에서 해외 최초로 진행한 브랜드 팝업 스토어에는 열흘간 3만명 이상이 방문하며 ‘K-패션’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같은해 7월에는 떠그클럽, 유스, 렉토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손잡고 도쿄에 B2B 쇼룸을 운영했는데 현지 유명 편집샵인 ‘빔즈(Beams)’를 비롯해 이세탄, 한큐 등 백화점까지 현지 패션·유통 바이어 250여명이 방문하며 수주 목표치를 150%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특화 전략도 있다. 크게 브랜드 공식 온라인 스토어 구축, 오프라인 스토어 오픈, 오프라인 팝업 개최, 오프라인 편집샵 입점 등을 통해 국내 브랜드가 일본 시장 전반에서 영향력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스탠드 오일, 로맨틱 크라운, 타입서비스의 일본 공식 온라인 스토어 구축과 사업 운영을 위한 물류, CS 등 인프라를 마련했다.

무신사 전문관 참고 이미지

신생 브랜드 궁금하면 무신사로

무신사가 브랜드뿐 아니라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노하우도 눈길을 끈다. 주요 차별화 포인트를 보면 ▲브랜드 패션 큐레이션 ▲지금 패션을 보여주는 실시간 랭킹 ▲스타일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패션 에디터가 진행하는 무신사 라이브 ▲무신사 전문관 ▲패션 특화 서비스 등이 있다.

무신사의 성장 비결 중 하나가 패션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는 능력이다. 현재 무신사 스토어에는 8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 되어 있다. 10~20대 고객의 취향을 담아낸 국내 대표 패션 편집숍으로서 캐주얼,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물론 최근 변화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아웃도어, 골프웨어, 명품 등 다양한 패션 스타일의 브랜드 입점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엔더슨벨, 로맨틱크라운 등이 무신사를 통해 이름을 알렸던 대표적인 브랜드다.

무신사 랭킹은 실시간으로 무신사 스토어에서 고객들이 가장 주목하는 상품,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영역이다. 실시간부터 일간, 주간, 월간, 3개월까지 기간별로 최신 인기 브랜드와 상품을 살펴볼 수 있다. 상품 랭킹 외에도 브랜드 랭킹, 검색어 랭킹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무신사 랭킹은 고객과 입점 브랜드 모두에게 유용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무신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지금 가장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과 스타일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트렌드 콘텐츠이자 쇼핑에 유용한 팁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입점 브랜드에는 우리 브랜드와 상품을 고객에게 잘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홍보 채널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신사가 커뮤니티 형태로 운영되던 2005년부터 ‘거리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차별화된 패션 콘텐츠인 스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개성이 돋보이는 스타일링 콘텐츠를 공유하고, 다른 패션 피플의 다양한 스타일과 패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트렌드 키워드별로 콘텐츠를 모아보거나 취향에 맞는 크리에이터를 ‘팔로우’하거나 ‘좋아요’를 표시하는 등 패션 커뮤니티에 특화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고객에게 편리한 쇼핑 경험과 넓은 패션 영역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스토어 앱 내에서는 특정 패션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관이 존재한다. 각 전문관이 성장을 지속하면서 거래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화된 큐레이션과 마케팅 협업을 통해 입점 브랜드와 시너지를 낸 결과다.

대표적으로 무신사 뷰티의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40% 증가했다. 무신사 플레이어와 골프 전문관은 같은 기간 150% 성장했다. 무신사 아울렛은 지난해 입점 브랜드를 3배 확대하면서 연간 누적 활성 사용자 수도 2022년 대비 4배 이상 신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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