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반대라는 ‘게임이용장애’, 중국 불똥 튈라

한국게임미디어협회 ‘2024년 국내 게임 산업 전망 신년 토론회’ 개최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표준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등재해 시민사회와 각국 게임협회가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꾸준히 반대 여론이 들끓었으나, 다음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관련 논의가 묻히고 말았다.

당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브라질 게임협회 등과 함께 WHO 회원국들에 질병코드 등재 결정의 재고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도입이 이뤄졌고 모호한 진단 기준 등에 대한 지적이 여전한 상황이다. ICD 기준에 따라 5년마다 한국표준질병분류(KCD)를 개정하는 통계청도 2025년까지 기준 적용을 보류한 상황이다.

WHO는 게임이용장애를 통제력이 손상된 채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행위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로 정의했다. 주요 증상은 ▲적절한 게임이용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여타 행동의 우선순위 지정 어려움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 무시 등이 있다. ICD-11에선 중독의 핵심 증상인 내성과 금단 현상이 진단 기준에서 배제돼 질병으로 보기에 애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게임미디어협회 ‘2024년 국내 게임 산업 전망 신년 토론회’ 현장 사진

의학적 기준 부족해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사진>가 한국게임미디어협회(회장 이택수)가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피지지(OPGG) 사옥에서 개최한 ‘2024년 국내 게임 산업 전망 신년 토론회’에서 ‘게임이용장애 국가별 정책 동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게임이용장애 ICD-11 등재에 대해)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사실 반대하고 있고요. 제일 큰 문제는 의학적 병리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기준이 있어야 되는데 그러한 용어들이 많이 제외가 됐고요. 정말 상황이 벌어졌을 때 과연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을지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의학계에서 게임이용장애 이슈를 집중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1월 들어서 의학계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공격을 많이 받았던 게 ‘논리가 부족하다’, ‘사례가 부족하다’였는데 1월초부터 뇌 구조가 바뀐다는 기사가 매주 1개씩 나옵니다. 게임이용장애 관련해 사실 관계가 확인된다, 실체가 있다 이런 식의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도 중립성과 객관성이 없다 등 내부 비판이 있고요. 업계 쪽에서도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것들이 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선 치료 대상으로 보지 않아

“(게임 질병코드화에 대해) 미국에선 규제와 치료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고요. 게임 과몰입에 대해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민간에서 중독 과몰입 치료 등에 대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치료는 절대 아니고, 오히려 개인의 문제로 인식을 하고, 이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가족이 해결할 것인지 지역이나 지자체 차원에서도 그 대안을 고민하면서 여러 대응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청소년기 발달 과정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두드러지는 심리학적 특성, 따라서 청소년기가 지나가면 자연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보는 의견들도 많이 있습니다. 미국에선 다양한 예방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요. 국내에서도 좀더 활성화되면서 같이 대응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일본 입장 변화? 수용 쉽지 않을 것

“일본도 한국만큼 부모님들이 학습이나 청소년 통제라든지 대화가 쉽지 않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인지 정치권에서는 우회적으로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신호들이 작년부터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상당히 강하게 이용자 보호 정책과 자율 규제를 스스로 독려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질병코드) 수용 입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수용이 될지는, 제가 봐서는 크지 않다고 보지만 입장 변화가 있다라는 게 조금 파악이 돼 국내에서도 정책이라든가 더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이 가장 우려돼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이 교수는 수년전부터 게임 규제 강도를 점점 올리는 중국이 향후 게임 질병코드 안착에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찬반 정도가 아닌 당연히 갈 방향으로 보고 있다는 게 중국 기관들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사실 제일 우려되는 게 중국입니다. 게임이용장애가 이야기됐을 때 사실 배후엔 중국이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실제로 있었고요. 중국에선 찬성 반대가 아닌 당연한 것처럼 중국 내 모든 기관 쪽에서 2025년부터 시행한다는 이야기들이 거의 나올 정도입니다. ICD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좀 더 세분화시켜서 나름대로의 진단 기준 그런 판단까지, 아직 구체화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진행이 되는 부분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반대쪽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내더라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문제가 있다보니 이런 부분들이 국내로 넘어오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있고요. 관리 통제하는 데 있어서 게임이 제일 좋고, 최근엔 새로운 강화된 규제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부분도 내년 WHO 게임이용장애를 수용하기 위한 전 단계라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이 어떻게 도입할지 그런 부분들이 영향을 많이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ICD-11 게임이용장애 설명 갈무리

“질병코드 국내 도입 시기상조, 학술 담론 형성해야”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신년 토론회에 나서 “2019년 WHO의 질병코드 도입 결정 이후 약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도입 근거 부족과 모호한 진단 기준, 그리고 관련 연구의 낮은 퀄리티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추가적인 문제점 지적과 향후 대응에 대해 알렸다.

“우선 게임 과몰입이 게임이용장애라는 질병으로 분류되기에는 다른 유형의 중독과 경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또는 기타 중독에 기인한 연구 결과가 게임이용장애의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으며, 게임 과몰입으로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 중 우울증, 불안 등 기타 원인이 병행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과몰입 증상을 공식적으로 질병이라 정의하기에 앞서, 관련된 여러 중독 증상과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분석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게임이용장애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 진행과 데이터 축적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민관협의체에서도 3종의 연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게임이용장애 도입의 근거, 진단방법과 도구, 파급효과와 관련된 추가적인 자료가 요구되고 있고, 해외에서 도출되는 연구 결과 중에서도 연구 방법론의 타당성이 결여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여 과학적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느끼는 게임이용장애 관련 학술 부문의 문제점이 궤를 같이하고 있는 만큼, 향후 관련 연구 수 확대는 물론이고 올바른 연구방법론 활용을 위한 연구 프레임워크 수립 등 게임이용장애와 관련된 과학적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국내외 간 협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WHO 또한 게임이용장애의 진단 기준과 치료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입니다. 따라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설명 가능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세계적인 자료 수집과 축약을 통해 학술 담론을 형성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외적 연구 자료 축적을 통해 ICD-11에서 질병코드를 삭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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