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 이-팔 전쟁은 테크 산업에 어떤 의미인가
외쿡신문 : 글로벌 테크 업계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 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전쟁이 테크업계에 미치는 소식들을 모아봤습니다.
-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는 AI가 가져올 혼란을 보여준다
- 멜라녹스 창업자 딸 하마스에 의해 사망
-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유럽 DAS 첫 발동될까
- 하마스는 비트코인으로 전쟁자금 모았다?
- 하마스와 지지자들, 사이버 공격 역량도 뛰어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는 AI가 가져올 혼란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보복 응징 사태는 AI가 가져올 혼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난 주 한 장의 사진이 논란이 됐습니다. 입에 담기도 끔찍하지만 하마스에 의해 불에 탄 아기의 시체라고 알려진 사진입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 당시 어린아이 40명을 참수했다는 이야기(증거가 없는 가짜뉴스라고 합니다)도 있었기 때문에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전파됐습니다.
(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이 사진은 기사에 넣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몇몇 AI 탐지 소프트웨어가 이 사진에 대해 AI 이미지라고 판명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옵틱(Optic)이라는 회사가 만든 AI 판별 서비스 ‘AI or Not’은 이 이미지를 AI가 생성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줬고, 트위터에서 많은 이들이 그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이스라엘 공식 계정이 이 이미지를 공유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또 반전이 나옵니다. 디지털로 조작된 이미지 전문가인 하니 패리드 UC 버클리 교수는 이 이미지가 AI에 의해 생성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 이미지는 AI에 의해 만들어진 어떤 징후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는 404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테이블의 다리와 나사를 보면 완벽한 상태인데, AI는 아직 이런 이미지를 생성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미지는 AI가 생성한 것일까요 아닐까요? 현 상황에서는 불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부 AI 이미지 판독기의 판단처럼 AI가 만든 이미지일 수도 있고, 패리드 교수의 분석처럼 AI 이미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에 앞서 이 이미지가 정말 불에 탄 아기인지도 아직은 불확실합니다.
이번 논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앞으로 AI가 만든 이미지, 오디오, 동영상 등을 보면서 인간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직 AI 생성 이미지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런 혼란이 나오는데, AI 성능이 더 올라가면 구분이 불가능한 시기가 올 것입니다.
누군가 사회에 혼란을 주기 위해 악의적인 이미지나 영상을 AI로 만들었을 때 우리는 이에 대처할 수 있을까요? AI 워터마크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혼란에 빨리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멜라녹스 창업자 딸 하마스에 의해 사망
멜라녹스 창업자 에얄 왈드먼의 딸이 하마스 무장세력에 의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녀의 파트너이자 전 엔비디아 직원인 노암 샤이도 함께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근무하는 엔비디아 직원 중 일부는 하마스의 인질로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수백 명의 엔비디아 직원들이 군복무를 위해 소집되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19년 이스라엘의 멜라녹스를 70억 달러(약 9조 원)에 인수한 바 있습니다. 멜라녹스는 데이터센터 내에서 서버들끼리 빠르게 통신할 수 있는 ‘인피니밴드’라는 기술로 유명한 회사였습니다. 인피니밴드는 현재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비즈니스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이며, 3000여 명의 직원이 이스라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왈드먼과 그의 가족들에게 애도를 전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의 직원들에게 “우리는 이스라엘에 있는 동료를 대신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분을 위해 여기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스타트업 종사자 15%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예비역 소집을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테크 산업이 GDP의 1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스타트업이 발전해 있습니다. 테크 산업과 스타트업에는 젊은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전쟁에 징병되는 직원도 많습니다. 이스라엘 기업들은 전쟁의 위험과 인력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네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면서, 휴전 중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유럽 DAS 첫 발동될까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잇달아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경고장을 날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사태와 관련된 허위정보나 유해 콘텐츠의 확산에 확실히 대처하라는 경고입니다. X(옛 트위터), 메타, 틱톡, 구글(유튜브) 등이 이 경고장을 받았습니다.
유럽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이라는 소셜미디어 규제법을 운영 중입니다. DSA는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와 특정 인종, 성, 종교에 편파적인 발언이나 테러, 아동 성 학대 등과 관련한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대규모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유해·불법 콘텐츠의 신속한 제거와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여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관련 EU의 최우선 타깃은 엑스(트위터)로 보입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과 관련한 불법 콘텐츠 처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엑스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곳이 엑스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엑스가 DSA의 첫 제재 대상이 될 것인지 주목됩니다. 이에 대해 린다 야카리노 엑스 CEO는 “분쟁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수백 개의 하마스 연계 계정을 플랫폼에서 확인하고 삭제했다”며 “엑스에는 테러단체나 폭력적인 극단주의 단체가 설 곳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마스는 비트코인으로 전쟁자금 모았다?
하마스가 자금조달을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하마스 가상자산 계좌에 4100만 달러(약 550억 원)어치의 가상자산이 입금됐다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의 가상자산 계좌에도 9300만 달러가 입금됐다고 합니다.
원래 이들은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국제 은행 결제망을 통한 자금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이 같은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가상자산은 통제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많은 금융 제재를 했습니다. 서방세계는 전쟁 이후 러시아의 루블화를 외면하고 있지만,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가상자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서는 가란텍스라는 거래소에서 루블화를 다른 통화로 전환합니다. 고객이 루블로 예치하면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해외에서 다른 통화로 전환 가능합니다. 거래 기록은 당연히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정부는 가란텍스를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지만, 이 거래소는 오히려 전쟁 이후 더 잘되는 중이라고 합니다. WSJ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에 가담한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도 가란텍스를 통해 자금을 거래했다고 합니다. 가란텍스의 한 관리자는 미 재무부의 제재가 오히려 광고가 된다고 고객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하마스와 지지자들, 사이버 공격 역량도 뛰어나
가자 지구는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테크가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마스와 그 지지자들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며 이스라엘 신문부터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40개 해커 그룹이 이스라엘의 다양한 시스템을 공격하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하마스 공습 전에도 가자 지구의 인터넷 연결은 좋지 못했고, 공습 이후에는 단전과 폭격이 계속되고 있는데 해킹 공격이 이뤄진다는 것은 가자 지구 외부에서 해킹 공격이 시도된다는 의미라고 폴리티코는 풀이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