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인도, 퍼스트무버 크래프톤은 어떻게 뚫었을까?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 법인장 화상 인터뷰
시장 개척 경험담 풀어내…현지 개발자 지원 등 투자 확대

‘14억의 인구 대국’ 인도는 한국 게임 기업에겐 미지의 땅이다. 단, 크래프톤(자회사 펍지)은 예외다. 현지 진출 정도가 아닌 게임 시장 선두를 점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가 구글 애플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재론칭 이후 인기가 더욱 뜨겁다.

26일 구글플레이 인도 매출 순위 갈무리(출처: similarweb)

크래프톤 인도 법인에 따르면 BGMI는 지난 5월 29일 구글플레이 서비스 재개 이후 약 1주일 만인 6월 4일 매출 1위에 올랐다. 다음날인 5월 30일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서비스를 재개해 당일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6일 기준 양대 앱마켓 매출 순위에서도 BGMI는 선두를 유지 중이다.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 법인장과 지난 25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크래프톤이 어떻게 인도 시장을 선점했는지, 서비스 안착까지 고군분투기 그리고 현지 시장 진단까지 전반적인 사업 전략을 풀어냈다. 손 법인장은 펍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해 크래프톤과 통합 이후 2년 전 인도 법인으로 넘어간 인물이다. 회사는 인도의 실리콘밸리이자 정보기술(IT) 허브로 불리는 뱅갈루루에 위치해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콘셉트 이미지

왜 인도인가?

“(텐센트를 통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서비스에서) 2018년 2019년부터 중동과 인도 KPI(핵심성과지표)가 잘 나와 놀라웠습니다. 2019년 초부터 인도 중동에서 유저 트래픽 리텐션(충성도) 숫자들이 엄청나게 보였습니다. 매출이 올라오는 것은 그 뒤였고요.”

크래프톤이 인도에 눈을 뜨게 된 계기다. 여기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인도 출장을 다녀오면서 사업 기회를 감지한 인사이트도 함께 작용했다.

“장병규 의장이 4차산업혁명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시 대통령과 인도 출장을 갔다 오면서 ‘뭔가 조만간 여러 사업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겹치면서 인도를 주목하기 시작했죠. 인도와 중국 간 국경분쟁으로 인도 정부가 중국 앱들에 대해 서비스 중지 명령을 내렸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중지 여파로)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우리가 직접 서비스하자’해서 직접 퍼블리싱 사업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습니다. 투자 책임자일 때 인도에서 게임 퍼블리싱 외에 개발사와 콘텐츠 관련 기업, 플랫폼 기업들을 찾아보기도 한 것이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펍지 이름을 떼고 BGMI를 론칭했습니다.”

서비스 중단 악재 딛고 다시 인기를 얻기까지

“(서비스 중단 관련) 인도 정부는 국가안보, 데이터 보안과 연관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밴(차단)과 언밴(해제)한 사례는 저희 말고 잘 없는 걸로 알고요. 직접 퍼블리싱하겠다 했을 때 인도 현지팀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현지 멤버를 구하고 서비스 전략을 세우고 펍지 이름을 안 쓰고 별도 론칭을 했고요. 큰 문제없이 서비스하다가 1억 다운로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도 거의 회복했었고요. 그러다 작년 7월말 임시서비스 중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후 인도 당국과 커뮤니케이션을 수차례 했고요. 인도에선 새로운 산업에 대한 규제가 명확하지 못해 서비스 재개에 시간이 걸렸죠.”

손 법인장은 게임산업에 대한 인도의 법률 규정 등이 명확하지 않는 등 임시서비스 중지 명령 당시 대관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이고 다양한 민원 제기가 중지 명령 발동에 일부 작용한 것으로도 봤다.

최근엔 인도 정부가 게임에 높은 부가세를 물리겠다는 이슈도 있었다. 스포츠 경기 결과에 돈을 거는 리얼머니게이밍(Real Money Gaming, RMG)의 세율을 조정하겠다는 얘기였다. BGMI 등 정통 게임은 제외다.

“어떤 공산품이든 엔드 유저에게 공급이 발생하면 세금을 부담하게 돼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세율을 28%로 올리겠다는 얘기를 뭉뚱그려서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언론 보도가 있었죠. 인도에선 온라인게임 용어로 RMG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리얼머니게임이 아니면 세율 조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RMG 세율 조정 여파로) 자금과 인재들이 논RMG로 넘어올 수 있습니다. 인도 사람들도 게임 회사와 베팅 회사에 대해 구분하기 시작했고요.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 봅니다.”

슈터 게임이 매출 톱…소셜카지노도 큰 비중

“인도에선 미국이나 글로벌 퍼블리셔의 캐주얼 게임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소셜카지노 게임도 큰 포션을 차지하고요. 매출로 보면 (BGMI와 같은) 슈터 게임이 톱이죠. 비슷한 정도 시장 규모로 카드 보드류가 차지합니다. 사용자 수로는 배틀로얄보다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아직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새 장르를 개척해야 큰 규모의 성공을 가져갈 수 있는데, 그런 성과가 쉽게 오진 않을 거 같은데요. 돈을 쉽게 쓰는 유저들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충성도가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새 장르 개척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배틀그라운드 베낀 게임이 현지 2위

정통 게임 분야에서 현지 최대 경쟁사는 구글플레이 매출 2위인 ‘프리 파이어 맥스(Free Fire MAX)’를 서비스하는 가레나(Garena)다.

“가레나가 가장 큰 경쟁사이고 장르도 같습니다. 저희 게임을 보고 베꼈죠. 코어는 비슷하고 건플레이와 건메카닉 차이가 있습니다. 유저들이 두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하죠. 저희와 직접 경쟁은 아니지만, 로컬의 고포류(카드게임류) 게임들이 시장을 꽤 차지하고요. 저희와 가레나를 제외하고 글로벌 회사들이 직접 퍼블리싱 인원을 갖춘 경우는 없고요. 슈퍼셀 등 캐주얼 내지는 좋게 보면 미드코어 게임들이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 법인장은 인도의 정통 게임 시장 규모는 8000억원 정도로 시장조사 자료가 나오지만, 실제 시장은 그보다는 클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 시장 전체 규모는 낮게 측정된 것 같긴 한데, 2022년말 기준으로 보면 26억달러(약 3조5000억원)로 봅니다. 여기엔 RMG가 들어가 있고요. 논RMG만 보면 인앱데이터를 추정해서 6~7억달러로 8000억원 정도 되는데, 저희 매출과 프리파이어 맥스 매출을 역산해보면 조금 작게 추정된 게 아닐까 합니다. 서드파티 플랫폼에서 매출이 꽤 발생하고요. 매년 리포트 기준으로 15%씩 성장하니까, 성장이 가파른데 어느 시점에 끊어서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 법인장 (사진=회사 제공)

‘메이크 인 인디아’ 기반서 사업 확장

“(자국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인도 총리가 ‘메이크 인 인디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 입장에선 큰 이니셔티브죠. 시범적이지만 인도 내에서 ‘로드 투 발러(지난 2월 출시작)’에 인도 팀원들을 넣어 역할을 많이 했죠. 궁극적으로는 인도에서 개발하거나 더 큰 역할을 하는 게임을 개발 퍼블리싱하는 게 저희의 중요 전략 중 하나입니다. 인도 개발사 투자도 하고, ‘크래프톤 인디아 게이밍 인큐베이터’ 프로그램도 곧 발표하고요. 외국회사가 인도에 와서 인도 산업에 기여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에 신경 쓰면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크래프톤이 준비 중인 ‘인디아 게이밍 인큐베이터’는 연내 시작할 프로그램이다. 개발 지원과 함께 멘토링, 자금 투자도 이뤄질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진행 계획이 나오진 않았다.

후발주자들에 대한 조언

손 법인장은 인도 시장 특수성과 현지 인력 수급 등에 대한 경험을 전달했다. 포커스그룹 테스트 결과를 맹신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건넸다.

“인도 인구 14억 중에 스마트폰은 7~8억명 정도가 가진 것으로 봅니다. 그 중에서 게임을 이해하고 즐기며 소비까지 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제한적이고요. 일반적인 공산품 제조업 등의 모임에서 얘기를 들으면 30% 정도만 타깃하더라고요. 게임은 그 정도가 더 적습니다. 인도에서도 여자들이 게임하는 것은 익숙지 않고요. 현재 우리 타깃은 1억8000만명 정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워낙 인도가 크다 보니 포커스그룹 테스트를 해도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하게 되면 그렇습니다. 틀린 결과를 가지고 전략을 세울 수 있죠. 한국 사람들이 쉽다고 느끼는 장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지루해하는 지점도 있고요. 한국보다는 쉬운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슈터 게임은 룰 자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인기가 있습니다.”

K콘텐츠 비중 미미하나 기대감

“저 같은 주재원이 사는 대도시 동네에서 젊은 사람들은 K콘텐츠를 즐긴 적이 있다고 합니다. ‘조카딸이 BTS를 좋아한다’는 식인데요. 웹툰은 생각보다 인기가 없더라고요. K콘텐츠가 소수의 한정된 데모그래픽(통계) 그룹에선 인기가 있습니다. 주류화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직 먼 일 같고요. 앞으로 요원할 수도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이렇게 인기 없는 마켓을 한류가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는 것이죠. 사실 할리우드 정도만 해도 잘한 것이죠. 극장을 보면 한국영화가 1개씩은 걸리더라고요. 1년에 2,3개 걸리는데요. 아직 비중은 미미하죠. 그래도 할리우드 다음에 한국영화가 걸립니다. 사업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오징어게임을 봤다고도 얘기하고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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