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건 한국, 활짝 연 이스라엘, 일본·영국도 앞서가…원격의료 현주소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심포지엄 개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가 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출범 2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글로벌 의료 현주소를 공유했다. 비대면진료를 포함해 꽉 막힌 국내 원격의료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서다.

현재 한국의 비대면진료는 시범사업 계도기간이다. 이달 말 종료를 앞뒀다. 9월부터 의료법 시행령에 따른 단속이 이뤄진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형선고’라고 말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섬·벽지 거주자, 감염병 확진자 등을 제외하면, 의료기관에서 대면 초진을 거친 환자만 재진 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이 경우 30일 이내 같은 질환(만성질환자 1년 이내)만 한정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정부가 코로나19 기간 중 약 배송 등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했다가,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근 셈이다. 국회가 논의 중인 원격의료 법제화도 시범사업 틀 안에서 소폭 개선 정도에 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글로벌 의료 현주소를 보면, 이스라엘의 전방위 의료 혁신 시도가 눈에 띈다. 현지 최대 병원 중 하나인 셰바(SHEBA) 의료센터 사례가 언급됐다. 의료센터는 6개 병원에 1700명의 의사, 1만명에 육박하는 헬스케어 전문가들이 몸담고 있다. 센터 내 아크(ARC) 연구소는 200명의 박사 인력을 갖췄다.

안젤라 W. 라비노비치 셰바(SHEBA) 의료센터 ARC연구소 최고사업책임자(겸 파트너십 책임자)는 화상 연결에서 “셰바 의료센터는 100% 디지털화돼 있다”며 “5년 전에 프로세스를 시작해 수년간 혁신을 거쳤고 2년 간 파트너십 기반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셰바 의료센터는 디지털 혁신을 위해 의료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통신과 스포츠, 각종 스타트업, 투자사까지도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도 파트너를 뒀다. 이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개방적이고 유기적인 혁신이 가능하다는 게 라비노비치 책임자의 설명이다. 의료 인력이 데이터 과학자, 통계학자와도 교류한다.

라비노비치 책임자는 ARC 연구소에 대해 “이러한 파트너십을 통해 디지털헬스와 원격의료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퓨처 오브 헬스’라는 커뮤니티를 구축해 외부에서도 혁신 아이디어가 들어올 수 있게 한다. 외부 기술을 활용하고 임상에 어떻게 적용할까 이런 부분까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확장현실(XR)도 연구 중이다. 라비노비치 책임자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확장현실과 가상현실을 어떻게 치료에 접목할지 고민하고 있다. 인공지능도 중요시하는 분야”라며 “환자 모니터링 등 진단 부분에서 의료기기가 중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원격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한 솔루션과 방법론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이스라엘 셰바(SHEBA) 의료센터 ARC연구소 스마트홈 프로젝트 자료 갈무리

ARC연구소가 꺼내든 스마트홈 프로젝트의 경우 가정 내 낙상을 감지하고, 만성질환 관리, 자택 입원 등 경계 없는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3만5000가구 20만명 대상으로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셰바 의료센터는 가정 내 원격의료를 넘어 미래 병원상을 설계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과 자동화, 로보틱스까지 폭넓은 접근을 이어가는 중이다. 라비노비치 책임자는 “재능 있는 인재들과 협력하고 싶어 다양한 분야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스마트홈 프로젝트로 원격치료를 가능하게 만들려 한다”며 “제약과 의료기기, 스타트업, VC, 학계 등 참여자를 유치해 몇 년 안에 헬스테크밸리를 구축해 건강과 의학의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일본은 코로나19 기간에 적용한 원격의료 특례조치를 영구화했다. 우리 정부와 정반대 선택을 한 것이다. 초진부터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약국에서도 비대면 온라인 처방이 가능하다. 일본 사례 관련해 리사 킴 일본 메디컬노트 뷰티 기술 사업부 매니저가 발표에 나섰다.

일본 원격의료 현황. 메디컬노트 자료 구글번역 갈무리

일본 메디컬노트는 온라인 클리닉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여성 가입자 비중이 대단히 높은 편이다. 여성이 말하기 어려워하는 경구피임약과 월경전 증후군 등 성 관련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킴 매니저는 “경구피임약에 대한 서비스, 내복약 처방과 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며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내방하지 않아도, 적은 산부인과 의사들도 더 많은 환자에 대응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알렸다. 또 “원격의료 특례조치를 영구화하면서, 특히 여성을 위한 서비스가 많아졌다”며 “그 결과 여성 건강관리가 쉬워졌고, 환자가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편리성이 올라가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영국 사례는 조 키친 박사(류머티즘 전문의, Royal Berkshire NHS Foundation Trust)가 발표했다.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말 그대로 국가의료제도다. 2014년부터 온라인 주치의 서비스가 있었으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텔레컨설팅 의료가 본격 활성화했다. 혈액 검사와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가정에서 시도했다. NHS는 코로나19 기간 중에 유럽 GDRP(개인정보보호규정) 영향평가를 진행하며 원격의료 안착을 시도했다.

조 키친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의료에서 많은 효과를 봤다”며 “집에서 비디오와 전화를 통한 모니터링으로 많은 환자들이 돌봄받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NHS 연구에 따르면 외래병동 환자의 10~20% 가량은 더 이상 대면 진료가 필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원격의료로 돌릴 경우 연간 1억3000만건의 내방을 줄일 수 있다. NHS 입장에서 의료 시스템 비용 절감은 물론 환자에게도 편하다. 영국에선 대형 약국 체인도 원격 처방 서비스를 제공한다

키친 박사는 “영국에선 내성발톱이나 목감기 등도 빠르게 원격진료 접근이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경미한 질병으로 접근한다”며 “한국과 같은 말성질환 등의 특수요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서 “영국에선 원격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경제 활동을 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등 모든 사람이 더 쉽게 원격의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