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 참여제한 논란 계속…갈 길 먼 해법 찾기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두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에 문호를 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완화되는 기준이 사실상 큰 이득이 없고,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파이를 뺏긴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기업 규모를 떠나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 쟁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대기업에 문호 넓힌 방안 발표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2013년 시작됐다.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작은 기업을 키운다는 게 당초 취지였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대기업 참여를 막는 건 아니었다. 국가안보를 비롯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신기술 ▲긴급 장애 대응 ▲기업이 이미 개발한 SW 서비스 사용 ▲민간투자형(기업 50% 이상 투자) 등에서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기업의 참여 기회를 더 늘리는 방향의 제도 개편안을 발표해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또한 1000억원 이상 대형 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는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췄다. 이제까지는 구성 사업체 5개 이하 최소 지분율 10%였지만, 구성원 10인 이하 및 최소지분율 5% 이상으로 완화한다.

특히 SW 설계·기획 사업은 사실상 대기업의 참여를 막는 장벽이 사라졌다. SW사업의 설계 미흡으로 인한 잦은 과업변경 등을 품질문제의 원인으로 진단한 과기정통부는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과 같은 설계·기획 사업은 대기업 참여제한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효과는 확인됐지만…대기업 선호 여전

사실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맞추면 대기업이든 중소·중견이든 모두 동등하게 평가를 받아 사업에 참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작은 기업을 키우는 효과는 분명히 확인된 터라 쉽게 제도를 다듬을 수 없는 문제다.

SW정책연구소의 이슈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이후 공공SW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수는 2만6543개(2010년)에서 3만2977개(2018년)로 늘어났다. 또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종업원수는 2012년 4만522명에서 2018년 6만692명으로 늘며 고용 창출 효과를 냈다.

한 중소 보안기업 임원은 “공공 사업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고 또 작은 기업 입장에서는 여기에 의존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대기업이라 믿고 보는 업계 분위기가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제까지의 사례에 비춰 봐도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지난달 말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데이터베이스(DB) 오류로 서울 지역을 교사들을 중심으로 로그인이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일부 학교에서 다른 학교의 기말고사 시험 문항과 답안이 출력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사업은 중견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쌍용정보통신이 컨소시엄을 꾸려 수행했다. 이에 대기업이 아닌 회사가 사업을 맡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대기업이 수주한 사업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2년 9월 보건복지부가 도입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도 오류가 났는데 이는 대기업인 LG CNS가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한 사업이었다. 또한 2011년 삼성SDS가 개발한 3세대 나이스도 오류사태가 일어나는 등 대기업이 맡는다고 해 반드시 품질이 담보된 것은 아니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꼭 완벽하게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분야 사업을 두루 커버(담당)할 수 있어 발주자 입장에서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다. 반드시 대기업이라고 사고가 안 난다는 보장이 없는데 (대기업 참여 기회를 늘린) 이번 개편안은 발주자 입장의 편의주의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됬떤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10년, 성과와 과제는?’ 토론회 전경.

모호한 기준에 반발 계속…해법은 사업 대가 현실화?

대기업은 1000억원이 이상이라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1000억원대 공공SW 사업은 1년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대기업은 과기정통부에 1000억원이라는 기준을 500억원 이하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법은 사업대가 현실화로 모인다. 기업 규모를 떠나 제대로된 사업 수행이 관건인 상황서 피해는 국민이 본다는 것. 채효근 한국IT서비스협회 부회장은 “결국 품질을 높이는 예산 현실화가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건설 사업과 달리 지금 공공SW 사업은 예비비 산정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고충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채 부회장은 “과업 변경이 빈번하지만 현재 예산은 (공공SW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변동되는 과업에 따른 추가 인력 투입에 대한 지원도 없는 상황”이라며 “단가 체계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사업 대가 현실화 논의가 점차 이뤄지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공공SW 사업 대가는 SW의 성능을 수치화한 기능점수(FP)와 투입공수(MM)가 산정 기준이 된다. 특히 FP당 단가는 2010년 이후 두 차례 인상에 그쳐 제값 받기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0년에 49만 7424원이었던 FP당 단가는 2014년 51만9203원, 2020년 55만3114원으로 인상됐는데 이는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공공 SW 사업 예산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의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를 준용하도록 돼 있다. FD당 단가도 가이드라인에 담긴다. 이에 KOSA는 과기정통부와 논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와 FP 단가 인상안을 협상하고 추후 가이드라인에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KOSA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담기는 FP 단가를 현실화해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단 논란이 매듭지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도 업계 의견을 반영해 세부 내용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각적으로 의견을 청취해 일부 안은 변경될 수 있다. 현재 계속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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