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에 재앙될까 기준될까, 리플-SEC 소송

2년 이상 끌어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가상자산 ‘리플(XRP)’의 발행사 리플랩스 간의 소송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승소 기대감에 리플이 최고가를 달성했다.

31일(이하 현지시각) 포춘 크립토 등 외신에 따르면 리플과 SEC의 법정 다툼의 결과가 7월 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포춘 크립토는 “리플 소송을 맡은 담당 판사의 성향 상 판결의 결과가 7월 중순 경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리플과 SEC의 소송이 곧 결정될 것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승소의 기대감을 코인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1일 오후 2시 23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리플의 코인 XRP는 전주 대비 12% 오른 0.5084달러를 기록 중이다.

리플 소송은 지난 2020년 12월 SEC가 리플의 가상자산 ‘XRP’가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리플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EC는 XRP를 증권으로 판단하고, 발행∙유통 과정에서 증권법상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리플은 관련 규정을 SEC가 제공하지 않았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들의 소송이 중요한 이유는 소송의 결과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가상자산 규제 기준도 정해질 수 있다. 만일 XRP가 증권으로 판별된다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모두 ‘증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코인은 자본시장법 내에서 감독되어야 하며, 주식과 같은 규제 아래 주식거래소에서 거래를 하게 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있는 가상자산은 상장폐지 되고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볼 때는 재앙 수준이다.

SEC는 ‘하위(HOWEY) 테스트’에 따라 XRP가 증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위테스트는 미국 정부가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만든 기준이다. SEC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투자계약성 분석기준은 하위 테스트에 입각해 ▲금전의 투자 ▲공동사업 ▲타인의 노력에 의존 ▲투자 수익의 합리적 기대라는 네 가지 요건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리플은 그중 공동 사업, 타인의 노력에 의존했다는 조건에 부합한다. 리플이 투자자와 거래소, 그 외의 협업 회사 등 각각의 이해 관계가 존재하는 ‘공동 기업’이고, XRP 판매를 통해 기업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공동 기업은 투자자의 재산이 투자 제안자나 판매자 혹은 제3자의 노력과 성공에 의존하는 구조를 띠는 기업을 말한다.

SEC 측은 “리플은 2013년 ‘미등록 유가 증권 판매’를 통해 XRP를 판매했고, 총 13억8000만달러 이상을 조달하며 리플의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다”며 “리플 측이 XRP를 발행하고 배포한 건 ‘미등록 유가 증권’의 불법적인 매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플은 SEC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반박한다. 사측에 따르면 ▲XRP의 판매는 거래가 발생했을 때 계약이 체결되는 형태가 아니라는 점 ▲XRP 투자자는 재단에 관해 어떠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XRP가 하위 테스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친 리플 변호사 존 디튼 또한 “XRP 투자자들 사이에 ‘공동 이익’의 정의를 충족하기 위해서 투자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며 “리플의 유일한 의무는 XRP를 제공하는 것뿐, XRP 가격이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SEC가 리플 발행 당시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지난 2018년 윌리엄 힌먼 전 SEC 과장이 이더리움이 ‘증권’이 아니라고 말한 점에서 리플은 증권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힌먼 전 과장은 한 컨퍼런스에서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리플 측은 이 연설을 활용해 XRP가 증권이 아니는 근거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SEC 내부 문서 입수를 법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리플 변호사 측은 “SEC가 여태껏 경고하거나 비슷한 통지를 한 적도 없었고, SEC가 정의하는 증권에 대한 정의가 매우 모호하고, 편향됐다”며 “SEC는 그저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권을 얻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리플이 증권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SEC 내부 이메일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6일 존 디튼에 따르면 리플 측이 초창기 제출한 증거 서류 중 리플이 ‘하위 테스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근거가 담긴 이메일이 발견됐다.

존 디튼 크립토로 창립자는 “SEC 내부 이메일을 보면 XRP가 ‘하위 테스트’에 적합하지 않다는 증거가 기록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당 이메일은 지난해 12월 SEC가 제출한 내부 이메일, 전문가 보고서 등에 대한 내용 중 일부이며, 오는 13일 공개될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들의 소송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성 기준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행위가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행위로 인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 또한 “리플이 승소할 경우 가상자산 시장은 이전보다 낮아진 규제 리스크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면 SEC가 승소할 경우 다수의 알트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돼 자본시장 규제의 영역으로 포섭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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