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겜BN] 디아블로4는 아재 게임인가

지난해 가을께부터 게임업계에 한파가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예년엔 경기방어주로 불렸던 게임주가 맥을 못 추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네요. 기존 게임의 하향 안정화 추세에 신작 지연 이슈가 겹쳐 올해 1분기 상당수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분위기가 살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간판 시리즈 최신작 ‘디아블로4(Diablo IV)’가 출시 일주일을 넘겼습니다. 지난 6일 정식 출시됐고, 일부 업그레이드판을 구매한 이용자들은 2일부터 미리 즐길 수 있었는데요. 미리 접속해봤습니다. 속도를 내진 않았네요. 느긋하게 즐긴 4편에 대한 개인적 감상은 한 마디로 ‘재미있다’, ‘할만하다’입니다. 남한테 추천하겠느냐 묻는다면, ‘모르겠다’ 정도로 답할 수 있겠습니다.

학창시절 접한 디아블로 1편부터 대학 시절을 강타한 2편 그리고 왕십리 대란을 일으킨 3편 출시 현장에도 있었던 경험을 헤집어보면, 디아블로4는 시리즈 최대 볼륨을 갖추고 나왔으나 시리즈 전편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충격적 재미를 선사하진 못했네요. 수면제라 불리는 3편도 처음 즐겼을 땐 엄청난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업계에선 ‘디아블로는 이제 아재 게임아닌가’라는 평가가 나오네요. 우선 PC방 점유율이 예전만 못한 상황입니다. 예상보다 적네요. 2012년 출시된 디아블로3가 게임트릭스 기준 PC방 점유율 39%까지 오른 바 있는데요.

디아블로4 게임 이미지 (사진=블리자드)

14일 디아블로4 PC방 점유율은 3위(9.82%)입니다. 2위까지 올라갔다가 한 계단 내렸네요. 피파온라인4가 2위(10.03%)입니다. 1위는 리그오브레전드(LoL·롤)로 무려 41% 점유율을 유지 중이네요. 디아블로4 충격파에도 끄떡없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평시 PC방 점유율이 디아블로3 출시 직후 최고 기록을 넘길 정도니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겠네요. 적어도 한국에선 리그오브레전드가 살아있는 전설인 셈입니다.

디아블로4 스토리에 대해선 호평이 적지 않네요. 스토리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기자도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정복자 레벨에 들어서자, 아이템 파밍(획득)을 위한 반복 플레이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전처럼 최소 4시간 이상, 10시간도 문제없었던 하드코어 플레이는 불가능하더군요. 이젠 시간 날 때 짬짬이 즐기는 캐주얼 플레이어가 됐네요.

블리자드의 악명높은 랙(lag 지연) 현상은 여전합니다. 선행 플레이 기간에도 캐릭터가 순간 이동하듯 움직임이 끊어지더니, 정식 출시 이후에도 변함없네요. 유료 패키지 게임에서 랙 현상은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블리자드가 게임 판매량을 고려해 서버 최적화나 관리에 공을 들이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디아블로4 게임 이미지 (사진=블리자드)

블리자드는 지난 6월 6일 디아블로4 출시 이후 첫 5일 만에 전 세계 6억6600만달러(약 8500억원) 판매액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악마를 잡는 게임 특성상 666을 노린 발표라고 보입니다. 블리자드 게임 역사상 최대 출시 판매액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프랜차이즈답네요. 패키지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커뮤니티를 보면 디아블로4에 대한 호평이 전반적으로 앞서네요. 다만 캐릭터 능력치 너프(하향조정) 소식이 알려지자, 금세 비판 글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가 너무 빨라 이를 늦추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있네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는 게이머들은 아이템 파밍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전망입니다.

오래전 이른바 ‘블빠(블리자드의 열렬한 지지자)’가 게시판을 장악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기존에 없던 ‘블까(블리자드 비판하는 이용자)’가 생기더니 점점 많아지더군요. 디아블로3와 디아블로 이모탈, 워크래프트3:리포지드 등 출시 이후 점차 ‘예전 블리자드가 아니다’라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네요.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의 갑작스러운 리그 폐지와 블리자드 내 만연한 성추행 문제 등이 터지면서 회사 명성에 금이 간 것이 사실입니다.

붕괴:스타레일 게임 이미지

이처럼 블리자드가 잃어버린 시간을 갖는 동안, 고개를 든 회사가 있는데요. 최근 중국의 미호요(브랜드명 호요버스) 행보를 보면 옛 블리자드에 근접하는 입지를 구축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칠 수 있겠습니다. 원신 출시 이후 세계적인 게임사로 발돋움했네요.

국내 업계에선 원신을 넘보지 못할 게임으로 말합니다. 완성도는 물론이고 개발력 투입으로도 따라갈 수가 없는 수준을 보이는 까닭인데요. 우주 배경의 최신작 ‘붕괴:스타레일’에서 재차 놀라운 개발력을 입증했네요. 커뮤니티를 보면 미호요 찬양 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호요를 까는 글은 좀처럼 볼 수가 없네요.

지난 10년 사이에 엄청난 시장 변화가 있었습니다. 블리자드의 금이 간 명성과 중국 게임 개발사의 급성장이 대비되네요. 블리자드가 디아블로4 개발에 8년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나오자마자 1조원을 바라보는 매출을 챙겼으니, 차기작 디아블로5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그사이 디아블로4도 결국 수면제가 되고, 5편은 10년 뒤쯤 등장하리라 예상되는데요. 블리자드가 옛 명성을 찾을지, 미호요 입지에도 변화가 생길지 기대됩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시도가 순탄치 않은데요. 최대 변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영국 시장경쟁청이 인수합병에 반대했고, 미국 새너제이 연방 지방법원에서 미 연방거래위원회가 신청한 인수 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는 등 곳곳에 걸림돌이 있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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