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겪는 바이낸스, 한국 시장 진출 가능할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한 바이낸스가 미국 내에서 자금세탁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의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검토하고 있는 금융 당국이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개입 논란에 대한 판단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정황은 이렇다. 지난달 6일 고팍스는 등기상 임원을 바이낸스 측의 인사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했다. 당시 FIU 측은 ▲변경 신고한 임원의 적격성 ▲자금세탁 개입 논란 등을 중심으로 바이낸스가 제출한 사업자 변경신고서의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FIU 측이 공개한 신고서 수리 여부 결정 기한은 이달 19일까지다.

그러나 FIU는 이 신고서를 쉽게 통과시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소송을 당하면서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의혹이 수면 위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고 당시에는 FIU가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진출을 ‘일단은’ 허락하는 분위기였는데, 미국 내부에서 여러 의혹을 받기 시작하면서 당국 측도 이를 그냥 넘어가기 어려워졌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이에 대해 고팍스 관계자는 “등기상 임원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최대한 확인할 수 있는 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대표는 지난 2월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량(41.2%)을 바이낸스 측에 매각하고, 스트리미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바 있다. 이후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스트리미 신임 대표 및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바이낸스 측 인사 2명 역시 스트리미의 주요 이사회 임원으로 들어갔다.

바이낸스 향해 내뺀 미국

앞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 사진)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CFTC는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바이낸스가 2019년부터 미국인 대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면서도 당국에 등록, 신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내부에서 가상자산 상품을 거래하는 모든 플랫폼은 CFTC에 등록하고 관리감독을 받도록 규정돼 있는데, 바이낸스는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CFTC는 바이낸스는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300개의 비밀 계정을 통해 임원 사무실의 위치를 모호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고객들에게 준법 감시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지도하는 등의 미국 무역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CFTC는 ▲불법 이득에 대한 추징 ▲벌금 부과 ▲영구적인 거래 및 등록 금지 등을 법원에 요청한 상황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 검찰, 국세청 또한 바이낸스의 미등록 증권 거래 지원,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지켰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현재 싱가포르 등 각 지역의 법인만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로스틴 베남 CFTC 위원장은 “바이낸스는 수년 간 규정을 위반하고 이를 계속 피해왔다”며 “이번 소송은 CFTC가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고의적인 불법 행위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오창펑 CEO는 “계열사인 바이낸스 US를 설립하는 등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바이낸스는 2년 이상 CFTC와 협력해왔는데,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일축했다.

미 당국이 바이낸스를 향해 칼을 빼든 직후 1주일 간 바이낸스에서는 약 21억달러(약2조7302억원)의 돈이 인출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밤까지 일주일 동안 바이낸스 고객 계좌에서 약 21억달러가 인출됐다”며 “특히 미국 당국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출 속도가 증가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럼 고파이는 어떡하지?

인수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현재,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원리금 상환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고팍스 측은 “일부 고파이 원리금 상환은 이뤄졌으나, 나머지의 고파이 지급 일정은 행정절차로 인해 당초 지급 예상일(3월 말 경)보다 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행정절차 완료일정이 확정되면 일괄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완료 시점을 확정해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당부했다.

지난 2월 고팍스는 바이낸스로부터 고파이의 원리금 상환을 위해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업계에 알려진 바로는 고파이에 묶인 가상자산 원화 환산액은 약 6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고파이는 보유 중인 코인을 상품에 예치해 해당 기간 동안 이자 수익을 가상자산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다. 서비스를 통해 가상자산 시세 변동에 의한 차익과 예치 기간 동안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고팍스 측은 바이낸스의 현 상황과 고파이의 상환 지연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팍스 측 관계자는 “바이낸스 측도 내부에서 돈을 가져오려면 절차가 있을 것이고 이 부분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낸스의 해외 이슈는 고파이의 상환 지연과는 상관 없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파이 예치금 상환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 바이낸스 , 중국과 무슨 사이야

한편 미 외신은 바이낸스와 중국 정부 간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바이낸스가 수년 간 중국과의 교류를 숨겼다는 보도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코인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외신은 “바이낸스는 2017년 중국 정부의 단속으로 중국을 떠났다고 했지만, 오랜 기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2019년까지 바이낸스는 중국 본토의 사무실을 두고 활동했다”고 전했다.

바이낸스 측은 이와 관련해 “바이낸스는 서버나 데이터를 포함한 그 어떤 것도 중국에 기반두고 있지 않다”며 “2017년 이후 중국이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한 이후 중국에서 사업자 등록 및 영업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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