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 메신저 업계 “영국 떠나겠다” …이유는?

외쿡신문 : 주 1회 글로벌 테크 업계 소식을 전합니다.

  • 메신저 업계 “영국 떠나겠다” …이유는?
  • 마이크로소프트가 트위터를 버렸다
  • 엔비디아를 벗어나고 싶은 마이크로소프트
  • 일론 머스크가 개발하는 AI 이름은 ‘진실GPT’
  • 이더(ETH)가 증권이냐는 질문에 말흐린 SEC 의장

왓츠앱, 시그널 등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이 영국을 떠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영국의 온라인 안전 법안(OSB) 때문입니다. OSB는 5년 간의 논란 끝에 영국 하원에 상정된 법안으로, ‘온라인 사용자 안전 강화’와 ‘온라인 언론의 자유 보존 및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건 아동성착취 방지라는 목표와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OSB가 통과되면 영국의 정보통신부는 플랫폼에서 오가는 대화나 파일을 (기술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됩니다. 모니터링 대상에는 모바일 메신저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우리나라의 N번방 방지법과 유사한 것 같죠? N번방 방지법 역시 성착취물 등의 온라인 유포를 막기 위해 플랫폼에 감시 의무를 둔 법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유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OSB는 우리나라의 N번방 방지법보다 더 강력합니다. N번방 방지법은 사생활 침해 논란을 막기 위해 개인간 대화는 들여다보지 않습니다만, OSB는 개인간의 대화도 모니터링 대상입니다. 카카오톡의 경우 N번방 방지법은 오픈채팅방의 대화만 모니터링 대상이고, 일반 대화는 대상이 아닙니다.  

반면 OSB는 일반 채팅방도 모니터링의 대상에 들어가 있으며, 심지어 종단간(End-to-End) 암호화가 적용되는 비밀채팅방도 예외는 아닙니다. 종단간 암호화란 메신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이외에는 그 누구도 대화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암호화하는 있는 기술입니다. 메신저 개발사도 그 메시지 내용을 알 수 없죠.

그런데 OSB는 비밀채팅방에서도 아동성착취 여부를 살펴볼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메신저 업체 입장에서 보면 종단간 암호화를 하지 말라는 요구나 다름이 없는 거죠.

이에 메신저 업체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들은 지난 화요일 OSB를 재고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는 왓츠앱, 시그널, 바이버 대표 등 주요 메신저 업체 대표가 모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암호화를 약화하고 프라이버시를 훼손하며 사적인 통신에 대한 대규모 감시를 도입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아니다”면서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무차별적 감시의 문을 여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영국 업체 엘레먼트의 매튜 호지슨 대표는 “모든 이들의 침실에 CCTV를 설치하는 수준의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고 비유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OSB는 종단간 암호화 금지를 나타내지 않으며 암호화를 약화시키는 서비스를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법안이 종단간 암호화 금지를 표명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종단간 암호화를 유지하면서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모니터링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겠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유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발전할수록 아동성착취 영상과 같은 불법 콘텐츠는 사회적 문제가 됩니다. 은밀히 이뤄지는 제작과정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것을 막으려는 정부의 시도는 계속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역효과가 벌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동 및 여성 보호라는 가치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우선시할 것인지 많은 국가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트위터를 버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트위터, 아니 일론 머스크 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동안 별로 큰 관계가 없었던 보였던 이들 사이에서 점차 갈등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매셔블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4월 25일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 플랫폼인 ‘멀티플랫폼 지원 스마트 캠페인’에서 트위터 광고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마케팅 센터(DMC)는 2023년 4월 25일부터 트위터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는 이메일도 고객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플랫폼은 광고주가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광고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왔습니다. 광고주는 이 플랫폼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트위터, 구글 애즈 등에 광고를 집행한 후 이용자의 피드백을 받고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광고주는 더이상 마이크로소프트 광고 플랫폼에서 트위터 광고를 집행할 수 없습니다. 트윗을 쓸 수도 없고, 과거의 트윗도 볼 수 없습니다.

매셔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같은 정책 변화의 배경으로 트위터의 새 API 요금제를 꼽았습니다. 트위터는 4월 29일부터 API 구독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요금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이 API를 통해 트위터에 엑세스 하기 위해서는 월 4만2000달러를 내야 합니다.

이 API 정책은 많은 기업이나 기관이 트위터를 떠나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매셔블에 따르면 온라인 고객 서비스 분야의 선두주자인 인터컴이 자사 플랫폼에서 트위터 통합 기능 중단을 발표했고, 미국 기상청도 시민들이 긴급 경보 트윗을 신뢰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공영 방송사인 스베리게스는 트위터 활동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같이 발표하자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는 ‘소송’을 거론했습니다. 머스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트위터 데이터를 AI 학습에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며 고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소송 시간”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언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GPT와 같은 초거대언어모델은 인터넷 상에서 학습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위키피디아, 레딧, 스택오버플로우, 트위터와 같은 사이트가 데이터를 가져오기 좋은 곳이죠.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챗GPT 역시 트위터의 데이터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머스크는 지난 해 12월에도 “오픈AI가 AI 모델 학습을 위해 트위터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AI 기업들이 무단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를 벗어나고 싶은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적인 AI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사용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입니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아테나’라는 이름으로 AI 칩을 개발 중이며, 내부와 오픈AI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LLM은 엔비디아 AI 칩으로 개발됩니다. 챗GPT와 GPT-4 역시 엔비디아 AI 칩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I용으로 만들어진 엔비디아의 A100과 같은 칩은 개당 10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의 제품입니다. 챗GPT 개발에 A100 3만 개 정도가 쓰였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니,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겠죠. 엔비디아의 최신 GPU 모델인 H100은 개당 4000만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개발에 나선 일론 머스크도 엔비디아 AI 칩 1만 개를 구매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만, 어떤 칩인지는 불분명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적인 AI 칩 개발에 나선 것은 엔비디아 칩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이 챗GPT에 한 번 질의를 넣고 답을 들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100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서 구동되는 이런 서비스의 운용비용을 낮춰야 수익성도 커지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삼성전자가 LLM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칩 공동개발에 나서는 등 AI 비용절감 기술 개발에 한창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개발하는 AI 이름은 ‘진실GPT’

일론 머스크가 ‘진실GPT(TruthGPT)’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인터뷰에서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최대의 진실 추구 AI, 즉 ‘진실GPT’라고 부르는 것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는 AI가 인간을 멸종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인간은 우주의 흥미로운 일부이기 때문에 이것이 안전으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AI는 잘못된 항공기 설계나 생산 유지보수, 불량 자동차 생산보다 더 위험하다”며 “그 확률이 아무리 작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문명 파괴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머스크는 최근 AI의 위험성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다른 기술 리더들과 함께 ‘통제 불능’의 AI 개발 경쟁을 6개월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규제를 받는 것은 즐겁지 않다”면서도 AI에 대한 정부 규제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규제 기관은 처음에는 AI에 대한 통찰력을 찾고 업계의 의견을 구한 다음,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챗GPT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챗GPT는) 좌파 전문가들에 의해 프로그래밍되어 챗봇이 거짓말을 하도록 훈련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개발하는 AI 모델의 이름에 ‘진실(Truth)’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개발한 소셜미디어 ‘진실 소셜(TruthSocial)’와 관계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더(ETH)가 증권이냐는 질문에 말흐린 SEC 의장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의장은 청문회에서 암호화폐 이더(ETH)가 증권인지 여부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SEC의 전방위적인 가상자산 업계 규제가 적절한 지를 따지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점 중 하나는 패트릭 맥헨리 미 하원의장(공화당)이 겐슬러 의장에게 이더가 증권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였습니다.

맥헨리 의장은 “지난 달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의장은 이더가 상품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뉴욕주 법무장관은 지난 달 법원 제출에서 이더가 증권이라고 주장했다. 분명히 자산은 둘 다일 수 없다”면서 이더가 증권인지 상품인지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겐슬러 의장은 이 질문에 ”법률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또한 여러 방향성을 따져봐야 한다. 가상자산 발행사가 수익을 위해 어떤 것을 진행하는지를 봐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겐슬러 의장이 즉답을 회피한 것은 혼란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만약 겐슬러 의장이 이더를 증권이라고 말했다면 시장에는 엄청난 파장이 일었을 것입니다. 증권은 엄격한 규제를 받는 대상이기 때문에 이더가 증권이라고 정의한다면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은 폭파될 수 있습니다.

소위 ‘증권성’을 가리는 문제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이슈입니다. 증권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엄격하게 통제를 받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돼야 합니다. 현재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모두 상장폐지 되어야겠죠.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도 함부로 답을 하지 못합니다. 테라-루나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수사하면서 검찰은 금융위에 증권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검찰에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겐슬러 SEC 의장이 즉답을 회피한 것과 같은 모습이죠.

가상자산 규제는 해야하지만, 그렇다고 증권으로 규제하기에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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