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에 웃음꽃 핀다던데…“여성 개발자 모임 ‘OEW’로 돈독하게”

“여성은 선천적으로 수학이나 과학에 재능이 없다.”
이공계에서 여성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를 차별 탓으로 돌리지 말라.” 

2005년 당시 하버드대 총장 래리 서머스의 발언이다. 21세기에 듣기엔 뒤떨어진 표현이다. 사실 그의 말에만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수학, 과학 같은 이과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편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향적인 인식과 달리 남녀의 뇌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사회문화적 인식 등 여러 이유로 기술 분야에서는 여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테크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도 여성 개발자의 수가 적다. 

여성 개발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구루(Guru, 스승)로 여길 만한 인사가 적다는 점이다. 점점 늘어나곤 있다 해도 테크업계에서 계속해 커리어를 이어간 선배들의 사례가 많지 않다. 게다가 결혼, 육아 등 아직 여성의 부담이 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 고민이 크다.

그래도 오늘의집에서 일하는 여성 개발자들은 행복할 듯하다. 여성 엔지니어 그룹 모임 ‘O!E Women(Ohouse Engineering Women)’덕분이다. 줄여서 OEW라고 부르는 모임은 여성 개발자들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만들었다. 여성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롤모델을 찾아 당장 5년 후의 자신을 그려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테크기업에서 여성 개발자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신선했다. 궁금해졌다. 서울 강남구 오늘의집 사무실에서 OEW 운영진인 우희은 엔지니어를 만났다.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개발에 주로 참여하는 우 엔지니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운영진을 맡았다. 

모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첫 모임은 지난해 6월. 이전 운영진이었던 진현주 엔지니어와 문지수 엔지니어가 홍준성 오늘의집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직접 모임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홍 CTO는 OEW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임의 기틀을 잡았다. 우 엔지니어는 지난해 모임에 처음 참여한 이후 운영진까지 맡게 됐다. 현재 OEW 인원은 20명이 넘는다.

우 엔지니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OEW의 목표는 친목이었다. 운영진은 구성원이 서로 친밀해지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2명씩 버디(Buddy)로 짝지어 2주에 한 번 대화를 나눴다. 주제가 없으면 어색할 수 있으니 지난해 8월 시작한 첫 버디 매칭에는 팀과 개발문화를 주제로 업무나 팀 내 소통, 사내 문화 등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2회차에는 ‘개발자 커리어’를 주제로 1년-3년-5년 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이전에 버디와 이야기한 내용을 다 같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버디 대화로 이미 공감대는 만들어진 상황. 커리어와 고민 공유, 자신의 장단점 등 다양한 대화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세희 엔지니어는 “개발자로서 특정 분야만 계속 파고들어도 될지 같은 현실적 고민을 나눴고, 커리어 롤모델 부족을 해결할 다양한 방법도 머리를 맞대 찾아보고 있다”며 “모임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은 팀과 회사에 전달해 더 나은 오늘의집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늘의집 여성개발자 모임 OEW (제공=오늘의집)

여성 개발자들이 모인 OEW. 이들이 실제  체감하는 여성 개발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우 엔지니어는 여성 개발자가 적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그는 입학 당시 70명의 동기 중 12명만이 여성이었다. 그는 윗세대 여성 공학도 비율은 더 적은 만큼 고위직으로 진출한 여성 개발자가 적은 것은 당연하다고 바라봤다.

그럼 채용이나 인적 교류에서도 여성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까. 우 엔지니어는 테크 업계가 실력을 위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채용 시에는 별다른 차별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성별끼리 통하는 이야기가 있어 여성 개발자들이 심적으로 외로움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덧붙였다.

OEW가 더 돈독하게 운영되는 이유다. 소수로 진행되는 버디 매칭의 이유에 대해 우 엔지니어는 “그렇게 되면 더 나올 수 있는 말이 많더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5~6년차 개발자들이 커리어 상 참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고민을 나누거나, 저연차가 선배 개발자들에게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는지 등을 묻는다.

모임은 예쁜 나비효과를 낳았다. 평상시에도 함께 하는 관계를 만들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서로 도움을 주는 셈이다. 또한 그는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결과 만족도가 높게 나와 구성원 여럿이 계속 모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OEW는 지난해 아침에 베이글을 먹으며 세미나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오베이글’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 또한 모임 구성원이 제안한 자리다.

우 엔지니어는 “이전에는 우리끼리 이야기하자는 수준의 활동이었다”면서 “이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활동 등을 진행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는 개발자로서의 각 팀의 가진 문화의 장단점을 공유, 개선점을 찾는 시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개발자 지망생들을 위한 피드백, 스스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활동도 기획하고 있다.

운영진으로서 우 엔지니어는 OEW는 계속 소수를 유지할 계획이지만 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널리 전파하려는 마음도 크다. 현재 1대1 미팅으로 새로운 모임 구성원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여성 개발자가 입사하면, 티타임에서 OEW 참여 의사를 묻는 방식이다.

우 엔지니어가 꼽은 OEW의 강점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다. 팀 전원이 여성인 우 엔지니어와 달리, OEW에 참여한 다른 이들은 팀에서 혼자 여자인 경우도 있다. OEW는 여성들끼리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운동장이기도 하다. 소규모 모임이지만 소속감도 크다. 여기서 공감대를 형성한 경험이 더 큰 모임에서 활약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는 게 그의 기대다.

한편, 지난해 운영진이었던 진현주 엔지니어는 “지금도 새롭게 오늘의집에 합류하는 많은 여성 개발자들이 있고, 이들이 개발자이자 여성으로서 더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도록 OEW가 지지대가 돼주고 싶다”며 “앞으로 겪게 될 출산이나 육아 고민 혹은 다른 업무 고민의 해결 방향을 이 모임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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