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 한국” 월드컵 웃고 울린 ‘AI’…가나전엔 웃을까?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으로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적용된 최신 IT 기술에 눈길이 쏠린다. 센서와 카메라를 활용한 판독 시스템이 이변의 토대가 되는가 하면, 사물인터넷(IoT)은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십분 활용되고 있다. 특히 AI는 사람의 눈보다 정확한 판정으로 선수들을 웃고 울렸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당초 열세가 예상됐지만 조직력을 발휘하며 선전했다.

이번 월드컵은 첨단 IT 기술이 어느 때보다 돋보는 대회다. 연이은 이변의 중심에 기술이 자리했다. 대표적인 것은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이다. C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은 이변도 처음 도입된 SAOT가 영향을 미쳤다. 아르헨티나가 넣은 4골 가운데 3골이 SAOT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팔꿈치나 발목 하나 정도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은 것이라 본래 사람이 잡아내던 시스템이라면 승부의 향방이 바뀔 수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불운,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기사회생의 기회가 됐다.

SAOT 적용 시연 예시.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미세한 관절 움직임까지 잡아내 이번 월드컵의 화두로 떠올랐다.(출처=FIFA 유튜브 캡처)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스포츠연구소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가 개발한 SAOT는 AI가 핵심이다. 축구공 내부에 심은 관성 센서가 초당 500회씩 위치를 분석하고, 경기장 지붕 아래 있는 12대의 카메라가 선수들의 신체 부위 29곳을 추적한다. 오프사이드 등 논란의 상황이 일어나면 공과 카메라가 확인한 위치 데이터를 AI가 종합 분석해 비디오판독(VAR)실에 넘긴다.

AI 분석 결과를 받은 VAR 담당 심판이 오프사이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경기장에 있는 주심에게 알리고, 주심은 이를 또 다시 검토해 최종 판단을 내린다.

반자동이라 이름 지은 건 주심이 최종 결정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허나 AI가 오프사이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해주기 때문에 이제까지 SAOT를 뒤집은 주심 판정은 없었다. 결국 ‘AI 포청천’이 승부의 가장 큰 열쇠가 된 셈이다.

선수들의 가슴을 감싼 조끼도 기술의 산물이다. 경기 전 연습이나 경기 후 유니폼을 벗은 선수들이 타이트한 조끼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EPTS)’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조끼 속에 관성항법장치(GPS) 수신기와 가속도 및 심박도 센서 등을 넣어 움직임을 관찰한다. 달리기 속도나 체력 변화 등 실력이 데이터로 찍히기 때문에 전술을 짤 때나 경기 결과를 복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선수 유니폼 속 조끼에 EPTS를 위한 GPS 수신기를 넣는 모습. (사진=FIFA 홈페이지)

중동의 더운 나라 카타르는 월드컵에 IoT도 십분 활용했다. 스포츠 테크 전문매체 스포테키에 따르면, 8개의 경기장에 4만여개의 IoT센서를 설치했다. 여기서 모은 기온과 습도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경기장에 설치된 1500개 이상의 송풍구가 찬바람을 불어넣는다. 겨울에도 낮 기온이 30도에 달하는 탓에 경기장 온도를 내려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호한다.

스포테키는 “미국의 스마트 빌딩 업체 존슨 컨트롤즈의 오픈블루 디지털 트윈 솔루션이 활용됐다. 데이터 관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애저(Azure)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일종의 관제센터인 아스파이어 커맨드 앤 컨트롤 센터(Aspire Command and Control centre)가 경기장 온도 제어, 보안, 운영 등을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한다.

고객 데이터로 스포츠 마케팅, 저지연 스트리밍으로 생생하게?

이번 월드컵에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의 기술도 세계 축구팬에게 선보일 만한 것이 있다. 수십만명의 손님이 모이는 세계인의 축제. 마케팅 전쟁의 최전선인 월드컵이니 만큼 고객데이터플랫폼(CDP)이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NHN데이터의 CDP 다이티(Dighty)를 사용했다고 가정해보자. 다이티는 고객의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축구라고 치면 축구화 같은 용품이나 경기 티켓 구매 성향을 분석할 수 있다. 또 거주지를 분석해 월드컵 개최지 인근의 축구팬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저지연 기술도 원활한 경기 관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GS네오텍은 카타르 월드컵 시즌에 맞춰 초저지연 라이브 스트리밍(LL-HLS)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포츠 라이브 중계는 보통 실제 경기와 시간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GS네오텍은 약 2~3초에 불과한 저지연 라이브스트리밍으로 현장과 안방 시청자의 괴리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AI도 틀린 우루과이전 결과…가나전은 맞춰줘!

다양한 기술의 활약에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투혼까지는 이기지 못하는 모양이다. AI가 승부 예측까지 척척박사(?)는 아니었다. LG유플러스의 스포츠 커뮤니키 플랫폼 스포키의 AI 모델 익시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패배할 확률을 70%로 점친 바 있다. 무승부 확률은 19%, 승리 확률은 11%였다. 그간 월드컵 진출 국가의 국제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인데 한국 선수들의 투혼이 데이터를 이겼다.

게임 AI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축구게임 피파온라인4의 AI 활용 대전 모드인 감독모드 시뮬레이션과 최근 A매치 기록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다. 우루과이의 승리 확률 53%, 대한민국 승리 확률 17%, 무승부 확률 30%로 예측했지만 실제 경기 결과는 달랐다.

(사진=넥슨)

하지만 다가올 가나전에는 그대로 맞아 떨어지길 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넥슨은 오는 28일 열릴 가나전의 경우 71%의 가능성으로 한국이 승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비길 가능성은 19%, 질 가능성은 10%다. 우루과이전이 전력의 열세를 투혼으로 이겨낸 결과라면, 가나전은 데이터 상으로도 우세라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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