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은 주 1회 글로벌 테크 업계 소식을 전합니다. 

이주의 소식

  • 해커가 일으키는 교통대란
  • 이제 플로피디스크 없애겠다는 일본
  • 애플과 구글, ‘신입 사원 연봉 공개’ 의무화?
  • 미국, 엔비디아 대중국 수출 제재 강화
  • 퀄컴 제소한 Arm, 소송 결말 어떻게 될까?

 


 

해커가 일으키는 교통대란

지난 9월 1일 목요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필리(Fili)라는 지역에 수백 대의 택시가 몰려들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택시로 인해 도로가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모스크바 택시들은 왜 갑자기 이 지역에 모였을까요?

해커의 장난이 원인이라고합니다. 몰려든 택시는 러시아 최대 IT기업인 얀덱스가 운영하는 ‘얀덱스 택시’였습니다. 정체불명의 해커가 얀덱스 택시 시스템을 해킹해서 한 지역에 몰려들도록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얀덱스 대변인은 “한 시간도 안 돼 문제가 해결됐다”면서 “인위적 정체 시도를 즉각 차단시켰고, 이런 공격을 탐지하고 예방하는 알고리즘을 개선해 향후 유사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큰 피해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왠지 오싹하지 않나요? ‘해킹’이 온라인에서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우리의 오프라인 실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듯 합니다.

위 사례는 얀덱스 택시의 호출 시스템을 해킹한 것뿐이지만, 이론적으로는 자동차 자체를 해킹할 수도 있습니다. 최신 자동차들은 이동통신망을 통해 인터넷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해킹이 가능합니다. 만약 해커가 자동차를 탈취해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도록 한다며 어떻게 될까요? 끔찍한 일입니다.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5년 두 명의 화이트해커가 미국 IT전문지 와이어드의 기자 앤디 그린버그가 타고 있던 자동차(지프 크로키)를 해킹했습니다. 해커는 자동차의 라디오 볼륨을 마음대로 올리고, 와이퍼도 임의대로 작동시켰습니다. 결국 자동차는 고속도로 위에서 멈춰서야 했습니다.

해커들은 전 NASA 해커와 보안 컨설팅 업체의 직원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해킹은 인명을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해킹의 위험성을 전하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해커들은 해킹된 자동차를 본 적도 없습니다. 단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에 대한 접근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 해킹과 같은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많은 준비를 합니다. 설사 해킹이 된다고 하더라도 해커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넘어 주행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분리시킵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점점 더 연결됩니다. 자율주행은 기본적으로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일반 사물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은 해킹으로 인한 위험성이 큽니다. 지난 해에는 국내에서 수백 가구의 아파트 월패드가 해킹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가정 내에서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도 있고, 월패드를 통해 도어락을 열어 절도나 강도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결은 편리함과 동시에 위험성을 가져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수는 없으니,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점점 더 많은 사물이 연결될 것입니다. 연결을 통한 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해갈지가 테크 산업의 중요한 숙제가 되겠네요.

 

이제 플로피디스크 없애겠다는 일본

일본은 선진국 중에 아날로그 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국가라고 하지요? 노벨상 수상자도 많고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산업을 일찍부터 일으킨 나라인데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느리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국에 대처하는 행정이 느려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는데요. 고노 다로 신임 디지털장관이 플로피디스크와 CD롬 사용을 의무화하는 행정규제를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이르면 가을 임시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네요.

우리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해 보입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플로피디스크와 CD롬 사용이 의무화 돼 있었다니요. 보도에 따르면, 일본 법에는 정부에 데이터를 제출할 때 플로피디스크나 CD롬, 광디스크, 자기디스크, 자기테이프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제가 약 2000개에 달한답니다. 이 때문에 이메일이나 USB로 정부에 자료를 제출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에는 아직도 CD 드라이브가 탑재된 노트북이 팔리고, 플로피디스크와 플로피드라이브도 인터넷쇼핑 사이트에서 거래됩니다.

지난 4월 일본의 한 지자체 직원은 463가구에 지급해야 할 지원금을 한 명에게 보내는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소식에서 화제가 됐던 건 사고 그 자체가 아니라 사고 경위입니다. 지자체 직원은 플로피디스크에 받을 사람 명단을 저장해서 은행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을 비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의 테크 전문지 더레지스터는 이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의 사례도 더했습니다. 더레지스터는 “한국에서는 작년에야 공공기관에서 액티브X 사용이 중단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들이 볼 때는 일본이 아직도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는 것이나, 한국이 작년에서야 액티브X 사용을 중단한 것이 같은 현상으로 보이나 봅니다.

 

애플과 구글, ‘신입 사원 연봉 공개’ 의무화?

애플과 구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이 앞으로 신입사원 연봉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구인 목록에 급여를 의무적으로 명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은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 서명만 받으면 되는데, 민주당 소속인 뉴섬 주지사가 서명을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합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연봉 수준을 공개해야 하며,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성별과 인종 간 급여 격차 역시 명시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이 법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각종 상여금 등 명시되지 않은 금액이 많은데도 기본급만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혹시 신입 사원 급여가 기존 직원 급여보다 많으면 혼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급여는 지역마다 다른데, 자칫 다른 지역과의 차이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주로 캘리포니아에 일하는 직원들은 같은 기업에 속해 있어도 캘리포니아의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1900만명의 임금 노동자가 일하는 지역으로, 미국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큽니다. 또한, 애플,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 월트 디즈니 등의 본사가 위치해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모든 주 채용 공고에서 급여 정보를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법안은 미국 여러 주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콜로라도에서 발효됐으며 올해 11월부터는 뉴욕주가, 내년 1월 1일에는 워싱턴주가 도입합니다. 이런 법안은 기업과 구직자 간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제정됐습니다. 경제학자 대다수는 급여 투명성이 강화될수록 인종 및 성별 임금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엔비디아 대중국 수출 제재 강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반도체 제품의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엔비디아 제품이 중국 군대에서 사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명분입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개발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GPU를 개발합니다. 중국의 AI 발전 속도를 늦추겠다는 속내가 읽히네요. 이 조치로 중국이 자체 AI반도체 칩 개발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8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정부는 자사에 향후 대중국 수출에 대한 새로운 라이선스 요건을 제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새로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 품목에는 A100, H100 등 엔터프라이용 AI 인프라 시스템인 DGX 제품군이 포함됐는데, 이는 엔비디아가 추후 주력해서 판매하려고 한 품목이기도 합니다.


엔비디아 A100

미국이 새로운 라이선스를 요구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이 24~29% 가량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 데이터센터, 엔터프라이즈용 GPU 관련 매출은 10% 정도 됩니다. 해당 시장이 빠지면서 엔비디아는 단기적으로 실적 부문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기술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갈 전망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 데이터센터, 서버 등을 기반으로 하는 신기술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 때 사용되는 데이터센터에는 대부분 엔비디아의 엔터프라이즈용 칩셋이 탑재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로 중국은 엔비디아로부터 칩을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네요.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체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를 개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언론은 자국 GPU업체 바이렌(Biren)에 대해 “바이렌 GPU가 엔비디아 A100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나타낸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해당 기업을 통해 엔비디아를 대체할 만한 칩셋을 개발하고, 또 다시 자립화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엔비디아 측은 이번 미국 정부의 새로운 지침과 관련해 “중국 내 고객과 협력해 제재 대상이 아닌 대체 제품으로 수요를 충족하겠다”면서 “대체품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라이선스를 요청해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퀄컴 제소한 Arm, 소송 결말 어떻게 될까?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이 미국 통신칩 업체 퀄컴과 자회사 누비아를 상대로 라이선스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두 업체는 꽤 오랜 기간 협업을 해 왔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퀄컴은 지난 2021년 1월 애플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반도체 스타트업 누비아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누비아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주로 개발해온 회사입니다. 퀄컴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자사 반도체 생태계를 넓히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누비아를 인수했습니다.

누비아 인수 당시 퀄컴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네트워킹 설비 등에도 손을 뻗어 생태계를 넓히겠다”면서 “이제는 모바일 통신 하나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시대이기에,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누비아는 Arm으로부터 라이선스를 제공받아 프로세서를 개발해 왔습니다. 퀄컴에 인수된 이후에도 누비아 프로세서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Arm 라이선스를 사용하게 됐죠. 그런데 Arm은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했지만, 누비아에 제공한Arm 라이선스는 개인화된 지원이기에 퀄컴에 인수된 이후 라이선스는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퀄컴 측은 “Arm이 계약에 의해서든 아니든 퀄컴 또는 누비아의 기술 개발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면서 “이번 소송은 퀄컴의 권한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우리는 그 권한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Arm이 승소한다면 퀄컴은 누비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파기해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퀄컴의 데스크톱, 서버 칩 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한 지 2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고 이미 제품도 출시했는데,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것을 보면 퀄컴의 누비아 사업 자체를 막으려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Arm이 IP사업의 가치를 업계에서 재평가받고, 라이선스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 성장을 이루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