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 갑자기 인터넷에서 삭제된 한 남자 이야기
외쿡신문은 주 1회 글로벌 테크 업계 소식을 전합니다.
이 주의 소식
- 갑자기 인터넷에서 삭제된 한 남자 이야기
- 오라클은 왜 틱톡을 감시하는가?
- 9월 15일, 새로운 이더리움이 시작된다
- 미국 아이폰 사용자 75% 애플페이 쓴다
- 중국 게임 규제, 해외로 눈돌리는 중국 게임사들
갑자기 인터넷에서 삭제된 한 남자 이야기
뉴욕타임즈에 보도된 다소 황당한, 다소는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지난 해 2월 어느 날, 미국에 거주하는 한 아버지는 아이가 음경이 부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시기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아이의 음경을 사진으로 찍어 병원에 보냈습니다. 응급진료 일정을 잡기 위해 아이 상태에 대한 사전 정보를 병원 측에 제공한 것입니다. 의사는 원인을 파악, 항생제를 처방했고 아이는 치료됐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구글의 AI 알고리즘이 아이의 음경 사진을 아동 성착취물로 판단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사용합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은 구글 포토에 자동 백업이 되고, 연락처는 구글 지메일에 동기화되며, 일정은 구글 캘린더에 저장합니다. 심지어 이 아버지는 이동통신 서비스도 구글이 운영하는 MVNO(가상 이동 통신망 사업자)인 구글 파이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글 AI가 아이의 사진을 ‘아동 성착취물’로 판단한 순간, 이 아버지의 모든 온라인 활동은 정지됐습니다. 구글 계정이 정지된 그는 휴대폰 연락처에 접근할 수 없고, 태어날 때부터 저장된 아이의 사진과 10년 동안의 이메일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전화를 걸 수도 없었죠. 심지어 구글이 아닌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에 계정을 만들려고 해도 기존의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데, 기존 계정이 정지됐기 때문에 이마저 쉽지 않습니다.
이 아버지는 구글 측에 계정 정지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고, 결과만 통보 받았다고 합니다.
구글의 신고로 이 아버지는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구글은 (영장에 따라) 이 아버지의 인터넷 검색 기록, 위치 기록, 메시지, 클라우드에 저장한 문서, 사진, 비디오 등 모든 것을 수사기관에 전달했습니다.
수사의 결론은 당연히 ‘무혐의’였습니다. 사진을 의사에게 전달했고 관련 처방을 받았으니 아동 성착취와 관련한 의심을 할 여지가 전혀 없던 것입니다. 이 아버지는 경찰에서 무혐의 받은 서류를 첨부해 구글에 계정 정지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아버지의 10년 동안 디지털 라이프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소송을 제기할 생각도 해봤지만, 소송비용이 7000달러(약 900만원)가 들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와 같은 사례는 이 아버지만 겪은 것이 아닙니다. 신문은 이 아버지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합니다.
구글이 AI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유통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이 많이 발전했어도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입니다. 벌거벗은 아이의 사진이 아동 성착취물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아이의 백일 사진을 보고 구글 AI가 엉뚱한 판단을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요?
문제가 되는 것은 AI의 오판 가능성을 닫아두는 것입니다. AI는 충분히 오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동 성착취물과 같은 끔찍한 콘텐츠를 막기 위해 AI가 감시견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더라도, 오판임이 인정되면 빠르게 시정할 프로세스도 마련돼 있어야 합니다. 구글,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계정을 삭제해 버리면 한 사람의 삶도 사라져 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라클은 왜 틱톡을 감시하는가?
미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이 틱톡의 알고리즘을 평가합니다. 오라클은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과 콘텐츠 검열 정책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혹시 중국 정부에 의해 조작되는지 여부를 점검합니다.
오라클이 무슨 권리로 틱톡의 알고리즘을 점검한다는 걸까요? 이 역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로 올라갑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중국 서비스인 틱톡을 신뢰할 수 없다며 미국 서비스를 중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이에 틱톡은 미국 서비스를 미국 기업에 매각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또 이를 막아섰습니다. AI 추천 등의 기술을 외국에 넘기지 못하는 법안을 만든 것입니다. 틱톡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이 상황에서 틱톡이 선택한 전략이 오라클을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로 선정하는 것입니다. 오라클은 미국을 상징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입니다. 오라클 래리 앨리슨 창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이기도 했죠. 틱톡의 고객 데이터를 모두 오라클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오라클로부터 알고리즘 검증을 받는 것입니다. 오라클이 검증을 하면 미국 정부도 믿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인 것입니다.
다만 “신뢰할만한 기술 파트너”가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틱톡 서비스에 백도어가 있고 그 문을 통해 중국정부로 미국 이용자 개인정보가 넘어간다면 “신뢰할만한 기술 파트너”는 이를 알아채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앞서 지난 6월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중국의 틱톡 엔지니어들이 미국 이용자의 비공개 데이터에 수시로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9월 15일, 새로운 이더리움이 시작된다
이더리움이 오는 9월 15일을 ‘머지’ 데이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머지’란 이더리움이 기존의 체굴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기존의 이더리움 채굴은 사라지게 됩니다.
암호화폐를 얻는 방법은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PoS)으로 나뉩니다. PoW는 수학계산을 통해 채굴을 하는 방식이고, PoS는 지분 규모에 따라 토큰이 분배되는 방식입니다. 이더리움은 현재 PoW 방식을 사용 중인데, 이번 머지를 통해 PoS 방식으로 바뀝니다.
PoW 방식은 필연적으로 컴퓨터 자원의 낭비를 수반합니다. 토큰 분배를 위해 의미 없는 계산을 계속 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PoS 방식으로 바뀌면 전력 소비량의 99.65%가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최대 이더리움 채굴풀인 ‘이더마인’은 ‘머지’ 이후 이더리움 채굴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더마인은 “2022년 9월 15일부로 이더리움 채굴을 종료한다”며 “더이상 그래픽카드나 ASIC(채굴기)를 통해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머지를 앞두고 최근 이더리움 가격은 올랐습니다. PoS 전환 시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이고 거래 안정성도 높여 확장성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아이폰 사용자 75% 애플페이 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2015년, 그러니가 애플페이를 선보인 이듬해에 “애플페이의 해”가 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애플페이가 현금을 죽일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예언이 맞아떨어지기라도 한 것일까요. 애플페이의 사용률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벤처캐피탈 기업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아이폰 기반의 애플페이 사용비율은 지난 2016년 10%, 2017년 20%에서 2020년 50%를 기록했습니다. 현재는 약 75%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계정이 활성화된 것은 아니지만 사용률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애플페이가 단시간에 사용률이 증가한 것은 사용처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미국 전역 소매업체 중 90%가 애플페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도입 당시만 해도 애플페이의 비접촉 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미국 전역 소매업체 중에서 단 3%였는데요. 애플이 몇 년만에 결제시장의 판도를 바꿔놨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페이를 받아들이는 곳이 많아질수록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가 커지고, 월렛 앱에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애플페이는 NFC라는 근거리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NFC 인프라가 거의 없습니다. NFC 단말기가 가맹점에 깔려있지도 않고, 신용카드사가 국제 결제시장 표준인 EMV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합니다.
대신 국내에서는 NFC대신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삼성페이가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중국 게임 규제, 해외로 눈돌리는 중국 게임사들
중국 정부가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게임사들이 자국내 비즈니스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오디오-비디오 디지털 출판 협회’는 2022년 상반기 중국 내 게임 회사의 매출과 이용자가 1년 전보다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08년 데이터를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입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내 게임 서비스 권한인 판호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사실상 발급이 중단됐던 적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미성년자 게임 셧다운제와 유사한 규제도 존재합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올 3월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 청소년 모드를 추가했는데 청소년 모드에서는 이용 시간, 결제 한도 등이 제한됩니다.
이런 규제는 중국 게임산업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에서 2만3000개의 게임 회사가 폐업했다고 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사인 텐센트도 지난 2분기 2004년 홍콩 증시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 투자에 힘을 주는 모습입니다. 텐센트는 해외 스튜디오 인수 및 투자를 두 배 늘렸고, 중국 2위 게임사인 넷이즈는 최근 해외에 두 개의 새 스튜디오를 열었습니다. 호요버스와 릴리쓰 게임즈 등도 글로벌 퍼블리싱 자회사를 새로 설립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