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드디어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왜 드디어냐고요? 꽤 오랜 기간, 정당 간 갈등으로 의회에 계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반도체 지원법을 가결한 시점은 각각 지난 해 6월과 올해 2월인데요, 그 이후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온 겁니다. 병합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대립이 심했기 때문인데요, 결국 두 정당은 반도체 지원법만 별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속전속결로 의회 통과를 할 수 있었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미국 현지 언론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각) 상원이 반도체 산업⋅첨단기술 육성방안을 찬성 64대 반대 33으로 가결한 데 이어, 하원도 하루 뒤인 28일에 반도체 지원법을 찬성 204대 반대 187로 가결 처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을 장려해왔던 만큼 곧 서명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 통과 이후 “지난 몇 년 간 반도체 제조를 위해서는 해외로 보내야만 했는데, 이번 법안 통과로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등 기기를 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이번 법 통과로 미국 일자리 문제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는 정부가 2022년부터 2031년동안 반도체 산업 부문에 약 2000억달러(약 260조6000억원)를 지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해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기술개발(R&D) 관련 자금을 지원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고요. 어떻게 해서든 자국 내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미국의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부 진보주의자가 해당 법안에 대해 “대기업만 배불리는 정책 아니냐”며 지적하긴 했지만, 미국 상무부에서 “대기업만 부유하게 만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소규모 사업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죠.

이 법은 왜 오랜 기간 계류되고 있던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법안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두 정당 모두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중국 기술을 견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두 정당 모두 법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각 정당이 요구하던 사항을 함께 끼워팔기 하듯 의회에 제출을 해버린 겁니다.

각 정당이 제출한 반도체 지원법에는 ▲사회복지 예산안 ▲이민정책 개편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 지원 등의 조항도 세부사항에 포함돼 있었죠. 해당 조항은 각 정당에서 이미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부문이다 보니, 갈등도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도 갈등이 심하다 보니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정치적 인질로 삼고 있는데, 민주당과 공화당 간 대립이 너무 심하다”며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 민주주의는 현재 변화하는 세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고요.

결국 참다 못한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정당 간 이견 대립이 해소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서 “당장 시급한 반도체 법안만 별도로 처리하고, 협상 과정을 거쳐 8월 4일까지 법안을 완성하라”고 촉구했죠. 각 정당은 세부 사항은 차치하고 반도체 법안부터 처리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동의했고, 의회 통과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하면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갖추게 될 전망입니다. 그간 반도체 기업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습니다. 유럽에 투자하기로 방향을 돌리는 기업도 있었고요. 그 가운데 이번에 미국이 반도체 지원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각 기업도 여러 혜택을 보기 위해 미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기업 삼성전자도 이득을 보게 됩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죠. 일단 해당 생산라인에 대한 혜택을 보게 됩니다. 여기에 추후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다만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반도체법으로 이득을 얻기 시작하면, 추후 중국과 교역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 중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 혹은 기업과 제조 능력을 확대하지 말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거든요. 한 마디로 중국과의 교역을 제한한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반도체 기업 사이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가 교역 부분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냐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 상황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비축을 위해 온수공급을 차단한 독일의 한 도시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하노버 시는 공공건물에서의 온수 공급을 차단했습니다. 공공 소유의 체육관이나 수영장에서 이제 찬물로 샤워를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가 운영하는 분수대도 멈췄습니다. 시청, 박물관 등 주요 건물에는 야간에 조명을 켜지 않고,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공공건물의 난방 시간을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하노버 시가 이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은 에너지 소비를 1킬로와트라도 줄이기 위함입니다. 벨릿 오나이 시장은 “이는 다가오는 가스 부족에 대한 대응”이라며 “목표는 에너지 소비를 15%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노버 뿐만 아니라 베를린, 뮌헨, 라이프치히, 쾰른, 뉘른베르크와 같은 도시들도 비슷한 조치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가스공급 차질에 대비한 것입니다. 독일은 유럽연합 내에서도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이 많습니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비중이 55%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전쟁 이후 러시아 가스 수입 점유율을 35%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에너지 장관들은 앞서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15% 에너지 소비 감축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2027년까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완전히 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편 러시아 국영 에너지 대기업인 가즈프롬은 지난달 노르드스트림 1 송유관을 통과하는 유량을 60%나 줄였고, 지난 주 초 다시 20%를 줄인 바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드리운 틱톡의 그림자

지금까지 글로벌 소셜미디어는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지배하는 시장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스냅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은 모두 ‘틱톡’이라는 중국 서비스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미국 기업들 2분기 실적발표를 보면, 틱톡의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틱톡 이용자는 10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입니다. 지난 주 외쿡신문에서도 전한 바 있지만, 메타는 ‘소셜미디어’라는 정체성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친구’라는 네트워크 기반으로 콘텐츠를 보여줬는데, 앞으로는 AI가 추천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 중심으로 바뀌게 됩니다. 또 서비스의 중심도 숏폼 영상인 ‘릴스’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라는 정체성을 탈피해 노골적으로 틱톡 따라하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유튜브의 모회사인 알파벳 실적발표에도 틱톡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알파벳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는 매달 15억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유튜브 쇼츠를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틱톡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들립니다.

스냅의 경우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는데, 데릭 앤더슨 스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틱톡이든, 다른 거대한 플레이어든, 이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트위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트위터는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꿈으로써 큰 혼란을 겪고 있는데요, 이 역시 틱톡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듭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가짜계정’ 때문에 인수계약을 파기한다고 밝혔지만, 내심으로는 트위터의 비즈니스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컸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합니다. 트위터 비즈니스 전망이 부정적인 이유는 틱톡과 같은 미디어에게 이용자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애그리게이터의 몰락?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8월 1일 오후), 구글에서 ‘amazon aggregator’를 검색하면 검색결과 상단에 모두 각기 다른 아마존 애그리게이터 기업이 직원을 해고한다는 소식이 나옵니다. 아마존 애그리게이터 비즈니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셀러 애그리게이터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판매자들을 인수해서 모으는 회사를 말합니다. 대부분 아마존 생태계 판매자를 수집하기 때문에 아마존 애그리게이터라고 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판매자를 거느리고 있는 거상 같은 느낌이죠.

이들이 셀러를 모으는 이유는 대부분의 유망한 셀러를 기업화시기키 위해서입니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와 브랜딩, 체계적인 관리와 운영이 필요합니다. 셀러 애그리게이터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그 자금으로 셀러를 인수해서 셀러를 기업화합니다. 검색엔진최적화(SEO) 등의 기법으로 판매량을 늘리고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셀러 애그리게이터에는 IT전문가, 물류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이커머스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아마존 애그리게이터가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아마존 애그리게이터 중 하나인 ‘부스티드 커머스’가 직원 5%를 해고한다고 합니다. 앞서 수마, 히어로즈, 스라시오 등도 대폭적인 감원을 한 바 있습니다.

마켓플레이스 펄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마존 애그리게이터에 투자된 자금이 60% 감소했다고 합니다. 부스티드 커머스의 경우 지금까지 3억8000만 달러의 외부 자금을 조달한 바 있습니다.

 

로블록스가 보여준 중국에서의 게임 비즈니스

최근 로블록스의 한 문서가 유출됐습니다. 이 문서는 지난 2017년에 작성된 것으로, 중국 진출을 준비하던 로블로스가 내부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인데, 그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중국의 파트너가 로블록스를 해킹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중국의 규제에 따르면, 해외 게임사는 중국에서 직접 게임 비즈니스를 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중국의 파트너를 통해서 해야 하며, 서버도 중국 내에 위치해야 합니다. 로블록스는 중국의 파트너로 텐센트를 선정했습니다. 즉 로블록스는 텐센트가 자사 게임을 해킹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문서 작성자는 “해킹은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하라”로 경고합니다. 이 문서가 작성된 날짜는 공식적으로 로블록스와 텐센트가 파트너십을 맺기 전이지만, 이미 상호간에 파트너십 체결 논의가 이뤄졌을 때입니다. 문서는 중국 서버에 있는 코드에 대한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 어느 시장보다 보안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문서는 중국 진출 관련 ‘역사’ ‘영토’ ‘정치’ 등의 문제에 주의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 지도에 대만을 포함시키지 않거나 중국 정부나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삼가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텐센트가 로블록스를 타깃으로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이번 로블록스의 문서는 서구 게임업체가 중국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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